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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천 조각환의 나들이 흔적
뿌리와 예의범절/매계 조위(曺偉) 선생

진암시집에서 이숙기와 조위선생을 떠올리다

by 안천 조각환 2026. 1. 28.

 

진암시집(進菴詩集)은 김천향토사연구회(회장 이갑희)에서

매년 향토의 훌륭한 선현의 글을 발굴 번역하여 자라나는 세대에게

선현의 학문과 사상을 선양하는 사업 중 하나로,

2024년도에는 진암 이수호선생의 시집을 국역본으로 발간하였다.

 

진암시집 표지 ~ 김천향토사연구회

 

진암(李遂浩,1744~1797)시집에는 총 253수의 시와 부록으로 행장과

묘갈명 등이 수록되어 있는데, 그 중 "객중견매" 제하의 시 한수를 옮겨본다.

 

손님이 매화를 보다 / 객중견매(客中見梅)

                  진암(進菴) 이수호(李遂浩)

 

주인의 창밖에 한매가 있거늘 / 주인객창유한매(主人窓外有寒梅)

올해 이른봄이 아직은 열리지 않았네. / 춘조금년상미개(春早今年尙未開)

지팡이에 기대어 때로 탄식함은 / 의장시시심발탄(倚仗時時深發歎)

가련한 바람과 눈이 하늘 가득히 내림이라. / 가련풍설만천래(可憐風雪滿天來)

 

설중매

 

진암 이수호선생의 본관은 연안, 자는 자화(子和), 양오(養吾)이다.

연안 이씨(延安 李氏)의 시조는 이무(李茂)로 당 고종 때 중랑장을 지내다가

660년(신라 태종 무열왕) 대총관 소정방의 부장으로 백제정벌에 참여해

공을 세워 연안백(延安伯)에 봉해졌으며, 이후 신라 문무왕 때 김유신의 주청으로

식읍 1,000호를 받고 연안후(延安侯)로 가봉되고, 국빈(國賓)으로 예우했다.

 

연안이씨(진암 이수호)세계도

 

조선 후기에는 세도 가문과 함께 정국을 좌지우지한 가문 중 하나이다.

조선조에는 정승 9명, 대제학 7명, 청백리 7명, 종묘배향공신 2명을

배출 하였으며, 문과 급제자 255명과 무과 급제자 92명을 배출하는 등

고관대작들이 많았으며, 그 중 연안이씨 시조 이무(李茂)의 6세손이며,

진암 이수호선생의 11대조인 공근(公瑾) 이숙기(李淑琦,1429~1489)선생은

지중추부사, 황해도관찰사, 전라도병마절도사, 형조참판을 역임했다.

 

김천 도동서원 명륜당 ~ 정양공 이숙기선생을 제향

 

이후 영안도관찰사, 경상좌도병마절도사, 형조판서 충청도관찰사를

역임하고, 이시애 난에 구성군 준(浚), 조석문(曺錫文) 등과 함께

토평하여 적개공신 좌리공신에 책훈되었고, 1489년(성종 20)

호조판서에 이르러 연안군으로 봉해졌으며, 시호는 정양(靖襄)이다.

묘소는 용인시 남사면 완장천로에 있으며, 부인 홍씨와 합장묘이다.

김천 구성면 도동서원과 불천위 사당인 정양공 사당에 배향되었다.

 

김천 도동서원 전경

 

단종의 하명으로 차원부(車原頫) 설원록(雪冤錄)을 편찬하여 완성되자

단종은 하위지 이숙기 등 여러 신하들에게 시를 짓고 부주(附註)하라

명하였는데, 그때 공근 이숙기선생이 시를 지어올리자 모두 외워서 전했다. 

 

추천요곽문무언(秋天寥廓問無言) / 가을하늘 허공에 말없이 묻노니,

신봉하증하덕원(神鳳何曾下德原) / 신봉이 언제 아래세계 덕원으로 내린 적이 있던가?

랭월행궁휘옥체(冷月行宮揮玉涕) / 차가운 달이 행궁하며 구슬 눈물 뿌리노니,

유정동시단장원(有情同是斷腸猿) / 마음이 이 같은가, 원숭이 소리가 애를 끊네.

 

패금하년직오사(貝錦何年織五絲) / 조개빛깔 비단이 어느 해에 곤룡포를 기웠는가?

문련쌍봉벽연자(紋連雙鳳碧煙滋) / 쌍봉 무늬 잇고 나니 푸른 연기 자욱하다.

봉거망망불지처(鳳去茫茫不知處) / 망망히 봉황이 떠나 간 곳을 모르니,

수위신룡북해사(誰慰神龍北海思) / 누구라 신룡을 위로하며 북쪽바다 생각하리.

 

김천 상좌원리 충효당과 경덕사

 

한훤당 김굉필(寒暄堂 金宏弼), 추강 남효온(秋江 南孝溫)

선생과 교유했으며, 이숙기선생의 사우록(師友錄)에 실려 있다.

이숙기(李淑琦,1429~1489)선생은 김천 지례(현)에서

출생하였는데, 매계 조위(曺偉,1454~1503)선생보다는

25년 위 이지만 두 선생은 동향으로 친분이 형제 같았다.

 

한훤당 김굉필의 달성 도동서원

 

매계 조위선생이 충청도관찰사로 재임시 천안에서 

이숙기선생과 헤어지면서 아쉬움을 읊은 시 한편이다.

 

천안에서 삼가 이 절도사(자방)와 헤어지며

천안봉별이절도(자방) /  天安奉別李節度(子芳) 

 

                    매계 조위(梅溪 曺偉,1454~1503)

 

정원장동거능반(征轅將動詎能攀) 수레 몰고 가는데 어찌 오를 수 있겠는가?

의분유래백중간(義分由來伯仲間) 그대와는 원래부터 친분은 형제 같았지.

역현미망연한수(亦縣微茫連漢水) 경기도 땅은 까마득히 한강에 이어져 있고

청유초체격야산(靑油迢遆隔倻山) 흰 구름은 아득히 가야산 너머에서 피어오른다.

 

환주소작금조별(歡州小酌今朝別) 성환에서 한잔 마시고 오늘아침 헤어지려니

현수경구구일한(峴首輕裘舊日閑) 고갯마루에서 평복차림으로 옛날처럼 한가롭다.

취산무빙혼사몽(聚散無憑渾似夢) 만나고 헤어짐이 혼연히 꿈인 듯 허망한데

이군선아철조반(羡君先我綴朝班) 그대가 부럽네, 나보다 먼저 조정에 들어갔으니.

 

매계 조위선생 구거 율수재(김천 봉계)

 

청허정상기추반(淸虛亭上幾追攀) 청허정위를 몇 번이나 따라 올랐던가?

간담상마막역간(肝膽相磨莫逆間) 간담상조하는 막역한 우리사이

횡삭원문동파주(橫槊轅門同把酒) 군문에 창을 누이고 함께 술을 마셨고

연안해서공간산(聯岸海澨共看山) 해안가로 말을 나란히 몰면서 산 경치를 구경했지

 

인련숙자인은중(人憐叔子仁恩重) 사람들은 포숙의 은혜가 중함을 어여삐 여기나

아애왕공기상한(我愛王公氣象閑) 나는 그대의 기상이 한가함을 사랑한다오.

금일분휴공창망(今日分携空悵望) 오늘 헤어짐에 부질없이 슬퍼지고

신수일야빈첨반(新愁一夜鬂添班) 한밤 내내 새로운 근심에 귀밑머리가 더 희어지리.

 

*가야산 : 서산시 해미읍과 예산군에 걸쳐있는 산

*성환(成歡) : 천안시 성환읍 일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