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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천 조각환의 나들이 흔적
쉬어 가는곳/이야기 마당

함양 오도재(吾道嶺) 이야기

by 안천 조각환 2024. 4. 22.

오도령(吾道嶺) 즉 오도재는 남해와 하동의 물산들이

함양 등 내륙지방으로 운송하기위해 지리산 장터목과 벽소령을

넘나들며 반드시 넘어야했던 고개로, 중요한 육상교역로였다.

 

오도재 장성

 

또한 오도령은 해발 773m로 삼봉산(1,187m)과 법화산(911m)이 만나는

지리산 관문의 쉼터이기도 한데, 오도(吾道)는 도를 깨우친다는 뜻으로,

지리산 영원사 도솔암에서 수도하던 청매 인오선사(1548~1623)가

이 고개를 오르내리면서 득도했다고 붙여진 이름이라한다.

 

안개비속의 오도재

 

특히 조선 성종 초년(成宗 初年) 김종직이 함양군수(咸陽郡守)로

재직할 때 (1472년 가을) 남긴 유두유록(遊頭流錄)에는

극기 유호인(克己 兪好仁), 태허 조위(太虛 曺偉), 한백원(韓伯源) 등과

함께 두류산(頭流山,智異山)에 올랐던 사실의 전말을 적은 글이있고

그가 함양에서 지은 시편과 여러 미담들도 기록으로 많이 전하고 있다.

 

지리산 제일문(智異山 第一門) ~ 오도령(오도재)

 

또한 오도재는 김종직선생을 비롯한 정여창,유호인,김일손 등

많은 시인.묵객들이 발길을 멈추고 지리산을 노래 했던곳이며 

임진왜란시에는 서산대사,사명대사 등 승군이 머물렀던 곳이기도하다.

 

점필재 김종직(佔畢齋 金宗直,1431~1492) 시비

 

엄천사에서 자다

 

엄천사에서 유호인 임대동 함께 세사람이

차 달여 마시며 청담으로 회포를 풀었네.

하룻밤 동안 벼슬살이 모두 잊었었는데

여울소리에 꿈을 깨어 문득 시를 찾누나.

 

또,  엄천사에 묵으며  /  숙엄천사(宿嚴川寺) 

 

보리 익은 것이 진리 찾음에 방해 될까만 / 맥숙하방성교조(麥熟何妨省敎條)

잠시 한가로움을 타 승방에서 쉬노라 / 잠투한게야승료(暫偸閑憩野僧僚)

잠깐 낮잠을 깨우는 이 없어  / 소연오수무인각(翛然午睡無人覺)

다만 숲 속에서 노파가 떡을 굽는다  / 지유임간파병초(只有林間婆餠焦)

 

뇌계 유호인(㵢溪 兪好仁, 1445~1494) 시비

 

두류산 노래

 

천왕봉 위에 올라 신선에게 예를 표하노니

번쩍이는 환한 빛 안개구름 사이로 솟아 오르네.

고개들어 우러러 보면 고금의 사물이 눈 아래 있고

한 세상 모든 것이 부질 없이 아득하여라.

 

천왕봉 아니라면 우러러 볼 산이 어디 있으랴

한 밤에 해가 돋는 동쪽 바다 부상나라의 새벽

동쪽으로 수 만리 멀리 공간을 바라보니

한 가닥 희미하게 푸르런 섬 구름바다 위로 떠 오르네.

 

*두류산은 지리산의 옛 이름이다

 

보한재 신숙주(保閑齋 申叔舟,1417~1475) 시비

 

두류산 바라보며

 

아득히 두류산이 하늘 중턱 솟았는데 / 천극두류의반공(天極頭流倚半空)

호남을 바라보니 고운 구름속에 쌓였구나. /  호남일만체운중(湖南一望彩雲中)

제운루 올라서서 난간에 기대어 보니 /  시등루상빙난간(試登樓上憑難看)

천고에 푸른산이 구비구비 한결 같구나. / 천고창안면면동(千古蒼顔面靣同)

 

탁영 김일손(濯纓 金馹孫,1464~1498) 시비

 

두류사

 

푸른물결 넘실넘실 노젓는소리 부드러워 /  창파만경노성유(滄波萬頃櫓聲柔)

소매 가득찬 맑은 바람 가을인양 서늘하다 /  만수청풍각사추(滿袖淸風却似秋)

머리돌려 다시보니 정말 그 모습 아름다워 /  회수갱간진면호(回首更看眞面好)

한가한 구름은 자취없이 두류산 넘어가네. /  한운무적과두류(閒雲無跡過頭流)

 

일두 정여창(一蠹  鄭汝昌,1450~1504) 시비

 

지리산

 

갯 부들 바람에 한들한들 가볍게 너울대고

사월 봄날에 꽃이 피는데 보리는 이미 누우렇구나

두류산 수많은 봉우리들을 모두 다 구경하고

큰 강물에 배를 띄어서 고요히 아래로 흘러 가누나.

 

금재 강한(琴齋 姜漢,1454~?) 시비

 

두류 산책

 

두류산 고운 경치 창가에서 읊조리니

명옥탄 여울 물소리 흥미롭게 젖어드네.

임고의 세월을 이렇게 즐기고 있으니

다시는 꿈속에라도 세속으로 나갈소냐.

 

구졸암 양희(九拙庵 梁喜,1515~1580) 시비

 

지리산

 

산아래 에서는 꽃이피는데 산위에는 눈이있네

산을 내려오면 홑옷입고 산을 오르면 갖옷입네.

한 산에서 일어나는 원기가 아래위가 같지 않으니

하루에도 사계절의 놀이를 여기에서 누리겠노라.

 

오도령 수호 신위(吾道嶺 守護 神位) 표석

 

이곳은 옛날 성황당이 있었던 자리로 행인들이 고개를 넘나들면서

걸음을 멈추고 쉬어가면서 길손들의 안녕과 소원을 빌었던 곳이다.

 

오도령 산신각,산신각 복원비,산신각 촛불각

 

오도재 숲길, 등산로 등 안내판

 

지안재 야경(2010년작)

 

오도재 아래에는 또 하나의 구불구불한 지안재가 있는데,

소위 S형의 아름다운 곡선을 자랑하는 함양 최고의 명소이자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도 꼽힐 만큼 멋지고 매력적인 길이다.

지안재는 낮의 경치보다 야경이 더욱 아름다운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