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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천 조각환의 나들이 흔적
쉬어 가는곳/이야기 마당

누군가에게 그 사람이 돼준다면

by 안천 조각환 2009. 7. 29.

 

 

 

누군가에게 ‘그 사람’이 돼준다면



만 리 길 나서는 길/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 만한 사람/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 다 나를 버려/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마음이야’ 하고 믿어지는/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다 죽여도 너희 세상 빛 위해/

저만은 살려두거라’ 일러 줄/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저 하나 있으니’ 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아니’ 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함석헌 ‘그 사람을 가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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