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학정은 조선중기의 명필 고산 황기로(孤山 黃耆老,1521~1575)가 만년에
낙동강 서쪽 보천산 언덕에 정자를 짖고 필묵과 독서를 즐기며 여생을 보냈던 곳이다.
황기로는 1534년 14세에 사마시에 합격했지만 벼슬에 나아가지 않고,
정자가 있는 언덕을 고산이라 부르고 호로 삼았으며,
주변에 매화나무를 심고 학을 길렀다하여 매학정(梅鶴亭)이라 하였다.
요즘도 매학정 인근 낙동강변에는 매년 재두루미가 찾아와 겨울을 나고있다.
구미 고아 매학정
황기로(黃耆老)의 본관은 덕산. 자는 태수, 호는 고산· 매학정이며,
안평대군 이용, 자암 김구(金絿), 봉래 양사언과 함께 조선시대 4대 명필로 꼽았다.
필법이 뛰어났으며 특히 초서를 잘 써 초성이라 불렀으며,
그의 서체는 후대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 뒤 매학정은 황기로의 무남독녀 사위인 옥산 이우가 물려 받았는데,
이우(李瑀)는 신사임당의 넷째 아들로 율곡 이이(李珥)의 동생이다.
그 또한 장인 황기로의 필체에 양향을 받아 명필가로 이름을 날렸다.
정자는 임진왜란 때 불에타 1654년 이우의 증손자인 학정 이동명이 다시 지었고,
이 후 1862년 철종 때 다시 화재를 입어 새로 짖거나 중수를 하였다.
매화가 피기 시작한 매학정
매학정
매학정 마루와 방
매학정 옆 낙동강
시인 묵객들의 모음 시판(詩板)
오른쪽 부터 손 기로(孫 耆老), 퇴계 이황(李滉), 대곡 성운(成運),
금계 황준량(黃俊良), 진락당 김취성(金就成), 적암 조신(曺伸),
귀암 이정(李楨), 우암 송시열(宋時烈), 학정 이동명(李東溟),
*주(註) : 황기로(黃耆老)의 조부는 황필(즉 황필의 손자가 황기로)이고,
황기로의 사위는 율곡(栗谷) 이이(李珥)의 동생 옥산(玉山) 이우(李瑀)이며,
이우의 아들이 이경절(李景節), 이경절의 손자는 학정 이동명(李東溟)이다,
퇴계 이황은 황기로의 스승이다.
황기로는 조부 황필의 원운시에 차운하여 시를 읊었다.
매학정 중수기와 시인,묵객들의 시(詩) 편액
퇴계 이황의 매학정(차운)
배세전 임포의 풍류를 사모하여
평생토록 호반에서 매화와 학을 벗하였네.
매화향기 이로부터 깨끗한 기운 함께하고
눈처럼 날리는 꽃잎 오는 봄을 사양하네.
그대가 아름다운 이름 사모하여 좋은 땅 차지했으니
나는 빼어난 경치 구경하러 배를 띄운다오.
학아 매화꽃이 여위어 간다고 애태우지 마라
장욱의 필치로 앞으로의 세상 즐기게 해주리라.
율곡 이이의 시(詩) "매학정을 방문하다"
동녘이 밝을 무렵 수레에 기름치고
산에 오르기 몇 번이며 물은 몇 번 건넜던가
외로운 산은 넓은 들 앞에 맞대어 있고
낙동강 뿌연 연기는 온 물가에 둘러있네.
덤불 헤치고 길을 찾아 대 사립문을 두드리니
동자가 문에 나와 날 반가이 맞아주네.
으리으리한 붉은 누각 먼지 한 점 없어
간소하면서 누추하지 않고 화사하면서도 사치스럽지 않네
빈 뜰에 매화송이는 아직 피지 않았는데
깊은 못에서는 학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10여 리 떨어진 곳에서 텃밭을 일구는 신선
?
맹세코 고기잡고 나무하며 한평생 늙을지언정
흐리멍텅하게 취생몽사는 하고 싶지 않네
오늘 밤 술잔을 사양치 않음은
인간만사 털어버리길 여기에서 시작하려네.
율곡의 아우인 옥산 이우의 "매학정 풍경"
그대가 내 집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 君問我家何處住
산 의지하고 강물에 임해 사립문 닫힌 곳이지 / 依山臨水掩荊門
때로는 구름 맑아 모래밭에 있노라니 / 有時雲淡沙場路
사립문 보이지 않고 다만 구름만 보이네 / 不見荊門只見雲
매학정의 매화
시 편액 중 적암 조신의 시(詩)
차매학정운(次梅鶴亭韻)
~ 적암 조신(適菴 曺伸,1454~1529)
문장과 필묵 모두 이전에는 보지못한 것인데 / 문장한묵양무전(文章翰墨兩無前)
고산의 적막한 주변에 높다랗게 누워 있네 / 고와고산적막변(高卧孤山寂寞邊)
속세에는 일찍이 발걸음 들여 놓은 적이 없고 / 진토불증행각회(塵土不曾行却回)
강호에 마음대로 있으면서 서로 이끌어 주었네 / 강호자재여상견(江湖自在與相牽)
달빛이 대 그림자를 옮겨 거문고 걸상을 비치며 / 월이죽영횡금탑(月移竹影橫琴榻)
학이 매화를 스쳐서 술 실은 배에 떨어지네 / 학불매화낙주선(鶴拂梅花落酒船)
화정의 풍류를 단적으로 계승하였으니 / 화정풍류단가계(和靖風流端可繼)
지금까지 매몰된 지가 이미 오랜 세월이네 / 지금매몰이다년(至今埋沒已多年)
강가에서 본 매학정
낙동강변 매학정 버드나무길
낙동강
왜가리
낙동강변의 매학정과 사각정자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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