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산군 4년인 1497년 성종실록"을 편찬할 때 점필재 김종직선생이 지은
조의제문(弔義帝文)을 김일손(金馹孫)이 사초(史草)에 실었는데,
유자광등이 이는 세조가 왕위를 빼앗은 데 대한 비유라고 연산군을 충동질하여
마침내 무오사화(戊午史禍)를 일으키고 그 뒤 갑자사화까지 연결되면서
김종직,김일손선생은 물론이고, 김굉필,조위선생등
사림파의 수 많은 선비들이 죽거나 축출 유배되었다.
점필재 조의제문(弔義帝文)
정축 10월 어느 날에 나는 밀성(密城)으로부터 경산(京山)으로 향하여 답계역에서 자는데,
꿈에 신(神)이 칠장(七章)의 의복을 입고 헌칠한 모양으로 와서 스스로 말하기를
"나는 초(楚)나라 회왕(懷王) 손심(孫心)인데, 서처패왕(西楚覇王)에게 살해 되어
빈강(郴江)에 잠겼다." 하고 문득 보이지 아니하였다.
나는 꿈을 깨어 놀라며 생각하기를 "회왕(懷王)은 남초(南楚) 사람이요,
나는 동이(東夷) 사람으로 지역의 거리가 만여리가 될 뿐이 아니며,
세대의 선후도 역시 천 년이 휠씬 넘는데, 꿈속에 와서 감응하니, 이것이 무슨 상서일까?
또 역사를 상고해 보아도 강에 잠겼다는 말은 없으니,
정녕 항우(項羽)가 사람을 시켜서 비밀리에 쳐 죽이고 그 시체를 물에 던진 것일까?
이는 알 수 없는 일이다 하고, 드디어 문(文)을 지어 조문한다.
하늘이 법칙을 마련하여 사람에게 주었으니, 어느 누가 사대오상(四大五常) 높일 줄 모르리오.
중화라서 풍부하고 이적이라서 인색한 바 아니거늘, 어찌 옛적에만 있고 지금은 없을손가.
그러기에 나는 이인(夷人)이요 또 천 년을 뒤졌건만, 삼가 초 회왕을 조문하노라.
옛날 조룡(祖龍)이 아각(牙角)을 농(弄)하니, 사해(四海)의 물결이 붉어 피가 되었네.
비록 전유(鱣鮪), 추애(鰌鯢)라도 어찌 보전할손가. 그물을 벗어나기에 급급했느니,
당시 육국(六國)의 후손들은 숨고 도망가서 겨우 편맹(編氓)가 짝이 되었다오.
항양(項梁)은 남쪽 나라의 장종(將種)으로, 어호(魚狐)를 종달아서 일을 일으켰네.
왕위를 얻되 백성의 소망에 따름이여! 끊어졌던 웅역(熊繹)의 제사를 보존하였네.
건부(乾符)를 쥐고 남면(南面)을 함이여! 천하엔 진실로 미씨보다 큰 것이 없도다.
장자(長者)를 보내어 관중(關中)에 들어가게 함이여! 또는 족히 그 인의(仁義)를 보겠도다.
양흔낭탐(羊狠狼貪)이 관군(冠軍)을 마음대로 축임이여!
어찌 잡아다가 제부(齊斧)에 기름칠 아니했는고.
아아, 형세가 너무도 그렇지 아니함에 있어,
나는 왕을 위해 더욱 두렵게 여겼네. 반서(反噬)를 당하여 해석(醢腊)이 됨이여,
과연 하늘의 운수가 정상이 아니었구려. 빈의 산은 우뚝하여 하늘을 솟음이야!
그림자가 해를 가리어 저녁에 가깝고. 빈의 물은 밤낮으로 흐름이여!
물결이 넘실거려 돌아올 줄 모르도다. 천지도 장구(長久)한들 한이 어찌 다하리
넋은 지금도 표탕(瓢蕩)하도다. 내 마음이 금석(金石)을 꿰뚫음이여!
왕이 문득 꿈속에 임하였네. 자양(紫陽)의 노필(老筆)을 따라가자니,
생각이 진돈(螴蜳)하여 흠흠(欽欽)하도다.
술잔을 들어 땅에 부음이어! 바라건대 영령은 와서 흠향하소서.’
佔畢齋 弔義帝文
丁丑十月日。余自密城道京山。宿踏溪驛。
夢有神人。被七章之服。頎然而來。自言楚懷王心。
爲西楚霸王項籍所弑。沈之郴江。因忽不見。余覺之愕然曰。懷王。
南楚之人也。余則東夷之人也。地之相去。不啻萬有餘里。世之先後。
亦千有餘載。來感于夢寐。玆何祥也。且考之史。無投江之語。
豈羽使人密擊。而投其尸于水歟。是未可知也。遂爲文以弔之曰。惟天賦物則以予人兮。
孰不知其遵四大與五常。匪華豐而夷嗇兮。曷古有而今亡。故吾夷人又後千祀兮。
恭弔楚之懷王。昔祖龍之弄牙角兮。四海之波殷爲衁。雖鱣鮪鰌鯢曷自保兮。思網漏而營營。
時六國之遺祚兮。沈淪播越僅嫓夫編氓。梁也南國之將種兮。踵魚狐而起事。求得王以從民望兮。
存態繹於不祀。握乾符而面陽兮。天下固無尊於芊氏。遣長者而入關兮。
亦有足覩其仁義。羊狠狼貪擅夷冠軍兮。胡不收以膏諸斧。嗚呼勢有大不然者。
吾於王而益懼。爲醢腊於反噬兮。果天運之蹠盭。郴之山磝以觸天兮。景晻曖而向晏。
郴之水流以日夜兮。波淫溢而不返。天長地久恨其曷旣兮。
魂至今猶飄蕩。余之心貫于金石兮。王忽臨于夢想。循紫陽之老筆兮。
思螴蜳以欽欽。擧雲罍以酹地兮。冀英靈之來歆。 濯纓贊其文曰。以寓忠憤。
子光逐句釋之曰。祖龍。秦始皇也。以比於世廟。其曰。求得王以從民望者。
王。楚懷王孫心也。初項梁欲誅秦。求孫心以爲義帝。宗直以義帝比魯山。
以羊狠狼貪指世祖。以擅夷冠軍。指誅金宗瑞。其曰。胡不收云云。指魯山胡不收世祖也。
其曰。爲醢腊云云。謂魯山不收世廟。友爲醢腊也。其曰。循紫陽云云。
宗直以朱子自處。作賦以擬綱目之筆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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