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 김정희가 제주도 유배에서 풀려난 뒤
노량진을 건너다보는 용산의 강마을에 허름한 집을 마련하여 살고 있을때다.
(이때 장동의 월성위궁은 제주도 유배시에 나라에 빼았겨 버렸다)
김정희가 대둔사 일지암에 있던 초의스님에게 차를 보내달라고 투정을 하는 서찰을 보내자
천리길을 달려와 선을 하고 있는 초의스님의 모습을 보고
김정희는 화선지를 펼쳐놓고 먹을 갈아 붓을 들고 썻다.
"靜坐處 茶半香初 고요히 앉아 있는 곳에서는 차 반쯤 우러났을때의 배릿한 향이나고
妙用時 水流花開 오묘하게 움직일때는 물흐르듯 꽃이피듯"
(한승원 지음 "초의" 중에서)
이 시는
"고요히 앉은곳, 차 마시다 향 사르고
묘한 작용이 일때, 물흐르고 꽃이 피네" 로 해석하기도 하고
흔히들 茶半香初를 두고 "차를 반쯤 마셔도 향기는 처음 그대로" 란 의미로,
또는 "차를 반쯤 마신후에 향을 새로 피운다" 는 의미로 등 해석이 분분하다.
차를 마시고 향을 피우는 사이에 마음속에는 묘용(妙用)이 일어나고,
그 사이 냇물은 흘러가고 꽃은 피었다. 등으로...
아랫글은 청운 정준호선생의 글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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