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는 눈과 함께 어우러질때 최고로 친다.
그래서 설중매라고 한다.
태고보우(太古普愚)선사(1301-1381)의 선시 "雪梅軒" 에서
설중매가 눈과 꽃이 둘이 아님을 보여준다.
臘雪滿空來(납설만공래) 섣달 눈이 허공에 가득 내리는데
寒梅花正開(한매화정개) 추위에도 매화꽃이 활짝피었네
片片片片片片(편편편편편편) 흰 눈송이 조각조각 흩어져 날리니
散入梅花眞不辨(산입매화진불변) 눈인지 매화인지 분간하기 어렵네
부산 유엔공원에서
세조실록을 편찬할때 간여한 채수(蔡壽)는
그의 손자 무일(無逸)과 주고 받은 대구(對句)로
"흰 눈위에 새겨진 강아지 발자국은 매화꽃잎이 떨어진것에
닭의 발자국이 찍힌것은 대나무 잎이 피어나는 것에 비유하는"
아래의 두행을 남겼었는데
선각자들이 앞의 두행을 더 넣어 편안하고 부드럽게 만들었다
昨夜初雪薄(작야초설박) 지난밤에 첫눈이 엷게 내리니
今朝後庭素(금조후정소) 오늘아침 뒤뜰이 하얗게 되었네
狗走梅花落(구주매화락) 개가 달려가니 매화꽃이 떨어지고
鷄行竹葉成(계행죽엽성) 닭이 걸어가니 대닢이 생기는 구나
김천 직지사에서
백범 김구선생이 평생 좌우명으로 삼았던
청허 휴정(淸虛 休靜) 선사(1520-1604)의 눈을 밟으며(沓雪)는
인천 백범광장의 돌에 새겨놓고 오가는 이들에게 무언의 가르침을 내린다.
踏雪野中去(답설야중거) 눈을 밟으며 들판을 걸을때는
不須胡亂行(불수호란행) 모름지기 걸음걸이를 어지럽게 하지말라
今日我行跡(금일아행적) 오늘 내가 남겨놓은 이 발자취는
遂作後人程(수작후인정) 마침내 뒷 사람들의 이정표가 되리니.
무소유로 유명한 법정스님(1920-2010)은
만년의 길상사법회에서 꽃에 대한 찬사를 남겼는데
"매화는 반개(半開)했을때
벗꽃은 만개(滿開)했을때
복사꽃은 멀리서 봤을때
배꽃은 가까이서 봤을때, 가 가장아름답습니다" 라고 했다
이 글은 "모두 함께 꽃이되네" (원철스님 지음)에서 일부 옮겨옴 (2012.10.16 전등사에 비치된 도서)
순천 계월리 매화
진해 경화역에서
경산 반곡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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