戒性篇
계성편은 편명(篇名) 그대로 성품을 경계하도록 하는 경구들이 실려 있다. 주로 자신의 감정을 직설적으로 표출시키지 말고 자제할 것을 당부한다. 그 덕목 중의 하나가 바로 참을성(忍)인데 여기 저기서 치이고 부대끼는 우리들로서야 어디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겠는가? 특히 제멋대로 사는게 개성인 현대에 있어서랴?
家語云 危其身者 好發人之惡
가어에 이르기를, 몸을 위태롭게 하는자는 남의 악함을 잘
분출하여야 한다.
紉蘭握瑾者 誨妬之良謀也, 要肆利孔者 招怨之危機也, 宏談硬論者 騰之健駟也, 方人擬物者 反刺之銛刃也.
난을 몸에 지니고 옥을 잡은 자는 질투룰 가르치는 좋은 도모가 되고, 재물을 탐하고 이롭게 지키는 것은 원망을 부르는 위태로운 기틀이 되고, 말을 크고 강경하게 하는 자는 남의비방을 부추키는 말이고, 남들을 빗대고 견주고 사물을 빗대는 자는 날카로운 칼로 자신을 찌르는 것이 된다.
紉(새끼 인) 握(쥘 악) 瑾(아름다운 옥 근) 誨 (강샘할 투) 妬(강샘할 투) 肆(방자할 사)
騰(오를 등) 駟(사마 사) 擬(헤아릴 의) 銛 (가래 섬)
子張欲行, 辭於夫子, 願賜一言, 爲修身之美夫。
子曰, 百行之本, 忍之爲上。子張曰, 何爲忍之夫。
子曰, 天子忍之, 國無害, 諸侯忍之, 成其大,
官吏忍之, 進其位, 兄弟忍之, 家富貴, 夫妻忍之, 終其世,
朋友忍之, 名不廢, 自身忍之, 無患禍。
자장이 벼슬에 나아가서 뜻을 행하고자 선생님께 하직할 때 말하기를, 한 말씀 주시면 수신(修身)의 미덕(美德)으로 삼고자 하옵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백행의 근본은 참는 것이 으뜸이니라. 자장이 여쭈기를, 왜 참아야 하는 것입니까? 선생님께서 말씀
하셨다. 천자가 참으면 나라에 해(害)가 없으며, 제후가 참으면
그 위대함을 이루고, 관리가 참으면 벼슬자리에 나아가게 되며,
형제가 참으면 집안이 부귀해지고, 부부가 참으면 그들의 세대를 잘 마칠 것이요, 친구들끼리 참으면 그 우정이라는 명분이 없어
지지 않으며, 스스로 자신이 참으면 화와 해가 없기 때문이니라.
(字義) ○원문이 길어서 두 단락으로 나누었다. ○子張은 공자의 제자이다. 논어 위정편(爲政篇)에도 자장이 공자에게 벼슬을 구하는 방법에 대해 묻는 대목이 보인다.
○辭는 ①말할 사 ②사양할 사, 사퇴할 사. 하직할 사. 윗문장에서는 하직하다는 뜻이다.
○夫子는 존칭. ?? 孔夫子(=Confucius)
○願은 원할 원. “願+명사절”로 윗 문장에서 願은 “賜一~~之美”까지 받는다.
○賜는 줄 사. ○爲는 ①될 위, ②할 위, ③위할 위(“이유”의 뜻도 포함), ④~으로 삼다, 여기다, 생각하다. “爲修身之美”에서 爲는 ④의 뜻이다. “忍之爲上”에서 之는 어조사(語助詞)이고, 爲는 ①의 뜻이다. “何爲忍之”에서 爲는 ③의 뜻이고 之는 어조사이다. 忍之는 하나의 명사구로 쓰인 것이다.
○何爲는 자주 쓰이는 관용구로서, 직역하면 “무엇을 위하여?”이고 이유를 나타내는 의문문이다. 즉, “무엇 때문에?, 왜?”의 뜻이다.
子張曰, 不忍何如。夫子曰, 天子不忍, 國空虛。
諸侯不忍, 喪其軀。官吏不忍, 刑法誅。
兄弟不忍, 各分居。夫妻不忍, 令子孤。
朋友不忍, 情意疎。自身不忍, 患不除。
子長曰, 善哉善哉。難忍難忍。非人不忍, 不忍非人。
자장이 여쭙기를, 참지 않으면 어떠합니까?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천자가 참지 않으면 나라가 공허해지고, 제후가 참지 않으면 그 몸을 잃게 되고, 관리가 참지 않으면 형법으로 베이게 되고, 형제가 참지 않으면 각자 분거하게 되고, 부부가 참지 않으면 자식들로 하여금
외롭게 하며, 친구끼리 참지 않으면 정의(情意)가 소원해지고,
자신이 참지 않으면 근심이 떠나지 않느니라. 자장이 선생님의 말씀을 다 듣고 나와 말하기를, 좋도다. 좋아. 참기가 어렵고도 어렵구나.
사람이 아니면 참지 못할 것이요, 참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로다.
(字義) ○喪은 잃을 상. ○軀는 몸 구. ○刑은 형벌 형. ○誅는 벨 주. 꾸짖을 주.
○令은 사역동사로 使와 쓰임새가 같다. 즉, 令+A+술어: A로 하여금 ~하게 하다.
○疎는 성길 소. “성기다”에서 뜻이 파생되어 “(친분이나, 정감이) 소원(疎遠)하다”의 뜻으로도 잘 쓰인다. ○除는 제할 제. “제거(除去)하다”는 뜻이다.
○哉는 감탄형 종결 어조사로 쓰인다. ??快哉(쾌재)를 부르다.
○難+술어: ~하기 어렵다.
景行錄云, 人性如水, 水一傾則不可復, 性一縱則不可反, 制水者必以堤防, 制性者必以禮法。
경행록에 이르기를, 사람의 성품은 물과 같아서 물이 한 번 기울면 다시 주어 담을 수 없듯이 성품도 한 번 놓으면(방종해지면)
되돌릴 수 없느니라.
물을 잡으려는 사람은 반드시 제방(堤防)으로 할 것이요,
성품을 잡으려는 사람은 반드시 예법(禮法)으로 하여야 할 것이다.
(字義) ○傾은 기울 경. ??傾向(경향), 傾斜(경사).
○則앞의 문구는 가정으로 해석한다. ①~하면(if), ②~할지라도(even if) 여기서는 문맥에 따라 ①의 뜻이다. ○不可+술어; ~할 수 없다, ~하는 것은 불가(不可)하다, ~해서는 안된다. ○復은 회복할 복. ○縱은 놓을 종, 방종할 종.
○制는 잡을 제. 누를 제. 여기서 뜻이 파생되어 통제(統制)하다. 제어(制御)하다. 억제(抑制)하다의 뜻이 있다. ○堤는 둑 제. ??堤防(제방).
景行錄云, 屈己者, 能處重, 好勝者, 必遇敵。
경행록에 이르기를, 자기를 굽히는 사람은 중요한 일을 잘
처리하고, 이기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반드시 적을 만나느니라.
(字義) ○己는 ①몸 기 ②자기 기. 自는 바로 뒤에 술어와 붙어서 쓰이지만, 己는 목적어, 또는 주어로 쓰인다.
○處는 명사로는 곳 처. 술어로는 ①처할 처. ②처리할 처. ○敵은 적 적.
忍一時之氣, 免百日之憂。
일시적인 기분을 참으면 백일의 근심을 면하느니라.
得忍且忍, 得戒且戒, 不忍不戒, 小事成大。
참을 수 있으면 또 참고, 경계할 수 있으면 또 경계하라.
참지 않고, 경계하지 않으면 조그마한 일도 크게 되어버린다.
(字義) ○①得+명사(구): ~을 얻다. ②得+술어:~할 수 있다. 이 때 得은 “가능”의 뜻으로 조동사가 된다.
愚濁生嗔怒, 皆因理不通, 休添心上火, 只作耳邊風,
長短家家有, 炎凉處處同, 是非無實相, 究竟摠成空。
우탁이 진노를 낳는 것은(어리석고 사리분별이 흐린 사람이 성내고
화내는 것은) 모두 일의 이치가 통하지 않는 데서 기인하는 것이니, 마음 위에 불을 더하지 말고, 단지 이변풍(귓가에 이는 바람)쯤으로 여길 것이로다. 장단(좋은 점과 나쁜 점)은 집집마다 있기 마련이요, 염량(세력의 성함과 약함)은 곳곳마다 같으니라.
시비는(옳고 그름은) 모두 실한 것이 없는지라,
구경에는(필경에는, 결국에는) 모두 공(텅빈 것)이 되느니라
(字義) ○濁은 흐릴 탁. ○生은 “~을 낳다. 생기게 하다.” ○嗔은 성낼 진.
○因은 인할 인. (뒤로 명사절을 받아서) 因+명사(구)절: ~에서 기인하다. ~에 때문에,
~으로 인하여.
○休+술어: 休는 “그칠 휴”로 금지사로 쓰인다. 즉, 莫, 勿, 毋와 같은 구실을 한다.
○添은 더할 첨. ○炎凉(염량)은 한 단어로서 비유적으로 세력의 성함과 약함을 의미한다.
○凉은 서늘할 량.
○實은 실할 실. ①열매를 맺다. ②가득차다, 실하다. 여기서는 ②의 뜻이다. ○究竟(구경)은 한 단어로 “결국, 필경(畢竟), 마침내”와 같은 뜻이다.
○究는 현대에는 “궁구할 구”의 뜻으로만 쓰인다. 구경(究竟)이란 단어는 필경(畢竟)이란 단어와 같은 뜻이고, 현대 중국어에서도 여전히 쓰인다. ○竟은 마칠 경. ○摠은 “모두 총”으로 總과 같은 글자이다.
○成은 이룰 성. “~이 되다”의 뜻으로도 자주 쓰인다. ??成空, 成佛(부처가 되다).
惡人罵善人, 善人摠不對, 不對心淸淨(閑), 罵者口熱沸,
正如人唾天, 還從己身墜。
악인(惡人)이 선인(善人)을 꾸짖거든(매도하거든) 선인은 전연 대하지도 마라. 대하지 아니하면 마음이 청한해지며(깨끗하고 한가로와지며) 꾸짖는 자만 입이 뜨겁게 끓을 뿐이니, 이는 마치 꼭 사람이 하늘에 침을 뱉으면 도로 자기 몸을 따라 떨어지는 것과 같은 것이니다.
(字義) ○2.3 2.3으로 끊어 읽으며 리듬감을 느껴 보기 바란다.
○罵는 꾸짖을 매. ??罵倒(매도). ○摠은 總과 같은 글자로 “모두 총.”
○淸閑(청한)은 자주 쓰이는 관용적인 표현이다. 마음이 맑고 한가롭다는 뜻이다.
○熱은 뜨거울 열. ○沸는 끓을 비 ??여론이 비등(沸騰)하다.
○正은 이 문장에서처럼 부사로도 많이 쓰인다. “바로”의 뜻이다. “正如~”는 “바로(꼭) ~과 같다”의 뜻이다. 이 문장에서 如는 문장의 끝까지 다 걸린다.
○唾는 침 타. 여기서는 술어로 쓰였다.
○還은 이 문장에서 술어로 쓰인 것이 아니라 부사로 쓰였다. 還은 부사로 자주 쓰인다. “도로, 도리어, 다시”의 뜻이다. ○墜는 떨어질 추. ??墜落(추락).
我若被人罵, 佯聾不分說, 譬如火燒空, 不救自然滅,
我心等虛空, 摠爾反(飜)脣舌。
내가 만약 남의 매도(罵倒)를 입더라도 거짓 귀머거리인척 하여
말을 나누지 말 것이니라. 그러면 비유컨대 마치 불이 허공에서
타다가 끄지 않아도 자연히 소멸하게 되는 것과 같느니라.
내 마음은 허공과 같고, 모두 너만 홀로 입술과 혀를 뒤집어
제쳤다 펼쳤다 할 뿐이니라.
(字義) ○이 글귀 역시 2.3 2.3의 운율을 따라 끊어 읽는다. 說(설), 滅(멸), 舌(설)은 각각 운을 맞춘 글자들이다.
○若은 ①만약 ~한다면(if~), 만약 할지라도(even if~), ②~와 같다. 如와 쓰임새가 같다.
○被는 입을 피. ○佯은 거짓 양. 佯+술어; 거짓으로 ~인 체하다. ??佯狂(양광).
○聾은 귀머거리 롱.
○譬는 비유할 비. “譬如~”는 관용구로 “비유컨대 ~와 같다”는 의미로 자주 쓰인다.
○燒는 탈 소. ○救火는 불을 구제한다. 즉, 불을 끈다는 의미로 자주 쓰인다.
○等은 같을 등. ○飜은 뒤집을 번. ??飜復(번복), 飜譯(번역). 번역(飜譯)이란 말에서도 연상되듯이 飜자는 제쳤다 엎었다 한다는 뜻이다. ○脣은 입술 순.
凡事留人情, 後來好相見。
모든 일에 인정을 머물리면(유보하면)
후래에(장래에) 서로 좋게 보게 되느니라.
(字義) ○凡은 ①무릇 범, ②모든 범, ③범상할 범. ○留는 머무를 류. 타동사로 쓰이면 “~을 머물리다, ~을 유보(留保)하다, ~을 남겨두다”의 뜻이다. ??留保(유보), 留置(유치).
戒性篇終
勤學篇
근학편은 학문의 중요성을 들어 이에 힘쓸 것을 강조한 글귀들이 실려 있다.
사람으로서의 올바른 도리를 알고, 교묘하고 간사한 인간 세상을 미혹되지 않고
살아가는 방법이 학문에 있음이야 두 말할 나위도 없다. 이는 현대에 있어서도
변치 않는 진리이다. 그러나 그 학문의 내용을 옛 선현들과 비교해 봄에
현대의 학문과 어찌 이리도 현격한가?
子(夏)曰, 博學而篤志, 切問而近思, 仁在其中矣。
자하께서 말씀하였다. 널리 배워서 뜻을 두터히 하고, 묻기를 절실히 하여 생각을 가까이 하면 인(仁)은 그러한 가운데에 있느니라.
(字義) ○子夏는 孔子의 제자. ○博은 넓을 박. ○篤은 두터울 독. ○切은 ①끊을 절. ②간절할 절. 절실할 절. ○A+在+B= A가 B에 있다. ○矣는 종결형 어조사.
○참고로 위 글귀를 제가 가지고 있는 책은 孔子의 말씀으로 되어 있으나, 이 글귀는 논어의 “子張篇”에 보이므로 子夏의 말씀으로 바꾸었다.
論語曰(子曰), 學如不及, 惟恐失之。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배우기를 미치지 못하는 것 같이 할 것이요, 오직 잃을까를 두려워할지니라.
(字義) ○제가 가지고 있는 책에는 論語云이라고 시작하는데, 공자의 말씀이므로 子曰로 고쳤다. ○失之에서 之는 어조사이다.
徽宗皇帝曰, 學者, 如禾如稻, 不學者, 如蒿如草。
如禾如稻兮, 國之精糧, 世之大寶, 如蒿如草兮,
耕者憎嫌, 鋤者煩惱, 他日面墻, 悔之已老。
휘종 황제께서 말씀하셨다. 배우는 사람은 벼낟알 같고 벼같고,
배우지 아니하는 사람은 쑥같고 풀같도다. 벼낟알 같고 벼
같음이여! 나라의 정량(좋은 곡식)이요, 세상의 큰 보배로다.
쑥같고 풀같음이여! 밭 가는 사람이 미워하고 싫어하며,
김매는 자가 번뇌하는 것이로다. 다른 날에 담장의 벽을 보고
서는 꼴이 되어서 후회해도 그 때는 이미 늙어버린 뒤일 것이로다.
(字義) ○휘종 황제는 북송(北宋)때의 제 8대 임금.
○禾(벼 화) 稻는 벼 도. ○蒿는 쑥 호. ○精은 정할 정. 깨끗할 정. ??精練(정련), 精選(정선), 精讀(정독), 精銳(정예), 精密(정밀). ○糧은 곡식 량. ○嫌은 ①싫어할 혐. ??嫌惡(혐오). ②의심할 혐. ??嫌疑(혐의).
○鋤는 김맬 서. 명사로는 “호미”라는 뜻이다. ○煩은 번거로울 번. ○惱는 번뇌할 뇌. ○墻은 담 장.
○面墻은 “담벽을 보고 선다”는 말로 무식함을 비유한 말이다. 즉, 담을 보고 서면 앞으로 나아갈 수도 없으며 보이는 것도 없다. 논어에 공자의 말씀 중에 이 “面墻”이란 말이 보인다.
○悔는 뉘우칠 회. ??後悔(후회). ○悔之에서 之는 지시대명사라기 보다는 之앞의 글자를 술어답게 만들어주는 어감을 주고, 어세, 어기 등을 고르기 위한 글자이다.
○已는 이미 이.
朱文公曰, 家若貧, 不可因貧而廢學, 家若富,
不可恃富而怠學。貧若勤學, 可以立身, 富若勤學,
名乃光榮。惟見學者顯達, 不見學者無成。學者乃身之寶, 學者乃世之珍。是故, 學則爲君子,
不學則爲小人, 後之學者, 宜各勉之。
주 문공께서 말씀하셨다. 집이 만약 가난하더라도 가난으로 인하여
배우기를 저버려서는 안되며, 집이 만약 부유하더라도 부유한 것을
믿고 배우기를 게을리 해서도 안되느니라. 가난하더라도 배우기를
부지런히 하면 입신할 수 있으며, 부유하더라도 배우기를 부지런히
하면 이름이 이내 영광될 것이로다. 배우는 사람이 현달한 것은
보았으되, 배우는 사람이 이룸이 없는 것은 보지 못했노라.
배우는 것은 이내 자신의 보배요, 배우는 것은 이내 세상의 보배로다. 이런 까닭에 배우면 이내 군자가 되는 것이요,
배우지 아니하면 이내 소인이 되는 것이니라. 뒤의 배우는 사람들은 각자 의당 이에 힘써야 하느니라.
(字義) ○朱文公은 朱子를 지칭한다. ○不可는 “~할 수 없다, ~하는 것은 불가(不可)하다, ~해서는 안된다”의 뜻이다.
○因은 인할 인. 뒷 문장을 받아서 “~에서 기인하다”의 뜻이다. ○恃는 믿을 시.
○可以는 한 단어로 “~할 수 있다”의 뜻이다. 可와는 어감과 그 뜻에 미묘한 차이가 있으므로 구분하여야 할 것이다.
○“惟見學者顯達”에서 見學을 한 단어로 보고, “오직 보고 배우는 사람만이 현달해진다”라고 해석해 놓은 책을 보았는데 이는 오역(誤譯)이다. “惟見~, 不見~”은 “~하는 것은 보았으되, ~하는 것은 보지 못했다”는 뜻으로 흔히 쓰이는 댓구문인 것이다. 따라서 見學을 붙여서 해석하면 안된다.
○“學者乃身之寶”에서 學者를 “배우는 사람”이라고 해석한 책이 있는데 이는 문맥에 맞지도 않을뿐더러, 者자는 사람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學을 강조하기 위해 덧붙여 준 말이다. 즉, 여기서 學者는 “배우는 사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배움이라는 것은”의 뜻이다. 者는 ①사람 자. ②것 자.
○乃는 주어에 붙어서 서술어의 역할을 하기도 하고, “그리하여”의 뜻으로 문장의 접속사로도 쓰인다. 여기서 乃는 문장의 운율을 맞추기 위해 써준 글자이다. 乃를 써줌으로써 글을 부드럽게 운율에 따라 읽게끔 도와주는 것이다.
○宜는 “옳을 의”로 여기서는 부사로 “의당, 마땅히”의 뜻이다. ??便宜(편의), 宜當(의당), 時宜適切(시의적절).
韓文公曰, 人不通古今, 馬牛而襟裾。
한 문공께서 말씀하셨다. 사람이 고금(古今)에 통달하지 못하면
말이나 소에게 옷을 입힌 것과 같으니라.
(字義) ○而는 두 문귀를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이 때 而의 앞 문귀는 단순히 명사구나 술어가 올 수도 있다.
○襟은 옷깃 금. ○裾는 옷자락 거. 여기서 금거(襟裾)는 술어로 쓰였다.
莊子曰, 人之不學, 若登天而無術, 學而智遠,
如披祥雲而覩靑天, 登高山而望四海。
장자께서 말씀하셨다. 사람의 배우지 아니함은(사람이 배우지 않는 것은) 마치 하늘을 오르는데 아무런 재주도 없는 것과 같으며,
배워서 지혜가 심원해지는 것은 마치 상서로운 구름을 헤치고
푸른 하늘을 보는 것과 같아서, 마치 높은 산에 올라가
사해(四海)를 내려다 보는 것과 같느니라.
(字義) ○人之不學에서 之는 관형격 조사이다. 단, 위 문장에서는 우리말로 해석할 때 관형격 조사로 하면 어색하므로 주격 조사로 의역해주는 것이 좋다. 또는 어떤이는 之를 직접 주격 조사로 보기도 하는데 제 개인적인 생각에는 之가 주격 조사라기 보다는 관형격 조사이며, 단지 우리말로 옮길 때 관형격으로 해석하면 어색할 경우가 종종 있을 뿐이며, 이럴 때 단지 之를 주격으로 의역해준 것에 불과하다고 본다.
○若은 ①만약 ~한다면(if), 만약 ~하더라도(even if) ②~와 같다.
○披는 헤칠 피. ○覩는 볼 도. 睹와 같은 글자이다. ??目睹(목도)하다.
禮記云, 玉不琢, 不成器, 人不學, 不知義。
예기에 이르기를, 옥은 쪼지 아니하면 그릇이 못되고, 사람은 배우지 아니하면 의(義)를 알지 못하느니라.
(字義) ○琢은 (옥)쪼을 탁. ○成器는 “그릇을 이루다” 즉, “그릇이 되다”는 뜻이다.
太公曰, 人生不學, 如冥冥夜行。
태공께서 말씀하셨다. 사람이 살면서 배우지 아니하면 어둡고 어두워 마치 밤에 길을 다니는 것과 같느니라.
(字義) ○冥은 어두울 명. ??冥福(명복)을 빌다. 이때 冥은 저승을 비유한 것이다.
謹學篇終
訓子篇
학문의 중요성에 관한 글귀를 실은 근학편에 이어서, 이 편에서는 자식 교육에 관한
글들을 담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자식 교육의 중요성은 변함이 없으나 그 내용과
방식에서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음을 이 편을 통해서 다소 살펴볼 수 있다.
太公曰, 男子失敎, 長必頑愚。女子失敎, 長必麤疏。
태공께서 말씀하셨다. 남자가 (어려서) 가르침을 잃으면 커서 반드시 완우해지고(둔하고, 어리석어지고) 여자가 (어려서) 가르침을 잃으면 커서 반드시 추소해지느니라(거칠고 솜씨가 없어지느라).
(字義) ○頑은 완고할 완. 어리석을 완. ??頑固(완고), 頑愚(완우). ○麤 성길 추.
◯ 男年長大, 莫習樂酒(醉)。女年長大, 莫令遊走。
남자 나이가 장대해지거든(나이가 들어 성인이 되면)
풍악과 술 먹고 취하는 것을 배우지 말고,
여자 나이가 장대해지거든 밖으로 놀아 다니게 하지 말지니라.
(字義) ○年은 ①해 년. ②나이 년. ○樂은 풍류 악.
○令은 “하여금 령.” 令+(A)+술어= (A로 하여금) ~하게 하다. 使와 같음.
◯ 嚴父出孝子, 嚴母出孝女。
엄부(엄한 아버지)는 효자를 내고,
엄모(엄한 어머니)는 효녀를 내느니라.
(字義) ○2.3 2.3으로 끊어 읽는다. 아래 글귀들도 모두 마찬가지이다.
○出은 타동사로 ①(장소)~를 나가다. ??出所, 出監, 出家. ②~을 내다. ??出産, 出兵, 出師(師는 “군대”라는 뜻이다). 여기서는 ②의 뜻이다.
◯ 憐兒多與棒, 憎兒多與食。
아이를 어여삐 여기거든 몽둥이(매)를 많이 주고,
아이를 미워하거든 밥을 많이 주라.
(字義) ○憐은 어여삐여길 련. 불쌍히여길 련. “어여삐 여긴다”는 것은 사랑한다는 뜻이 아니고, 고어(古語)로 불쌍히 여긴다는 뜻이다. ??可憐(가련), 憐憫(연민). ○棒은 몽둥이 봉. ○與는 줄 여. ○憎 미워할 증
◯ 人皆愛珠玉, 我愛子孫賢。
사람들은 모두 주옥을 사랑하나,
나는 자손이 어진 것을 사랑하느니라.
呂滎公曰, 內無賢父兄, 外無嚴師友, 而能有成者, 鮮矣。
여형 공께서 말씀하였다.
안으로는 어진 부형(어버이와 형)이 없으며, 밖으로는 엄한
사우(스승과 벗)이 없으면서 능히 성공을 거둔 자는 드무니라.
(字義) ○“內~~,外~~”의 댓구문 형식을 파악하면 해석하기가 한결 쉽다.
○鮮은 드물 선. “~~者,鮮矣” 구문은 “~하는 사람(~하는 것)이 드물다”의 뜻으로 자주 쓰이는 관용구이다.
莊子曰, 事雖小, 不作不成。子雖賢, 不敎不明。
장자께서 말씀하셨다. 일이 비록 작더라도 하지 않으면
이루어지지 아니하고,
자식이 비록 어질지라도 가르치지 아니하면 현명해지지 못하느니라.
(字義) ○雖는 비록 수. 일반적으로 雖앞에다가 주어를 쓴다. 즉 雖事小라고 영어식으로 쓰지 않는다. 예외적으로 쓰는 경우도 있지만. ○賢은 어질 현. 어질다는 것은 착하고 순박하다는 뜻이 아니라, 현명하다는 뜻이다. ??賢明(현명).
漢書云 黃金滿籯, 不如敎子一經。
賜子千金, 不如敎子一藝。
황금이 상자에 가득찬 것은 자식에게 한 권의 책을 가르치는
것만 못하고, 자식에게 천금을 주는 것은 자식에게 한 가지 재주를 가르치는 것만 못하느니라.
(字義) ○滿은 ~에 가득차다. ??金玉滿堂(금옥만당). ○籯은 상자 영. ○經은 책 경. ??聖經(성경), 佛經(불경), 經書(경서). ○藝는 재주 예. ○不如+서술절:~하는 것만 못하다.
◯ 至樂, 莫如讀書。至要, 莫如敎子。
지극한 즐거움은 독서만한 것이 없고, 지극한 요체는
(지극히 긴요한 것은) 자식 가르치는 것만 한 것이 없다.
(字義) ○至는 ①이를 지 ②지극할 지. ②로 쓰일 때는 명사나, 술어앞에서 한정해주는 역할을 한다.
○莫如: ~만한 것이 없다. (직역하면, ~와 같은 것이 없다) 莫은 ①금지사로서의 莫. ②없을 막. 등등 2가의 뜻이 있다.
○莫如와 不如: 어떤 책에서는 이 두 관용구를 동일한 것으로 간주하나, 개인적으로 볼 때는 전혀 다른 것이다. 莫如는 주로 뒤에 짧막한 명사구가 와서 “~와 같은 것이 없다”의 뜻이고, 不如는 뒤에 명사구 또는 서술문이 와서 “~만 못하다,” “~하는 것만 못하다”의 뜻이다. ○要는 여기서 명사로 쓰였다.
景行錄云, 賓客不來, 門戶俗。詩書無敎, 子孫愚。
경행록에 이르기를, 빈객(손님)이 찾아 오지 않으면 집안이
비속해지고, 시서를(시경과 서경을) 가르치지 아니하면
자손이 어리석어지느니라.
(字義) ○門戶는 지금도 자주 쓰이는 단어이다. ??문호(門戶)를 개방하다. 戶는 지게 호. “지게”는 마루에서 방으로 드나드는 곳에 안팎을 두꺼운 종이로 바른 외짝문을 뜻한다. 즉, 門은 집으로 들어서는 대문이나 집안 내에서 드나드는 나무짝 문들을 가리키고, 戶는 방문들을 가리키는 것으로서 비유적으로 집안을 뜻한다. ○詩는 詩經을, 書는 書經을 뜻한다. ○愚는 어리석을 우.
訓子篇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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