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정기 - 왕희지 친필 모본(두류도서관 범사 이상희문고)
난정기(蘭亭記)
-왕희지(王羲之,307~365,중국 동진(東晉)의 서예가)
왕희지는 동진의 다섯 번째 임금인 목제시대인 영화7년(351년)에
우군장군 회계내사로 임명되어 회계현으로 부임하였는데,
영화9년(서기353) 음력3월3일. 왕희지는 자신의 아들 7명을 포함한
당시 사족들과 명사 등 41명의 동진을 대표하는 인물들을 회계현.
지금의 절강성 소흥현 난정에 초청해 대규모 연회를 연다.
이러한 연회는 동진시대 귀족문화의 특성으로 사족들간의 결속력을 강화하는 역할을 했음으로
여러가지 형식을 통해 자주 열리곤 했는데 삼월 삼진날 계사의 형식을 빌린 모임이었다.
이날의 모임은 술잔을 물에 떠내려 보내는 동안 시를 짓지 못하면
벌주로 술 서 말을 마시는 유상곡수의 연회였으며.
당시 참석한 사람 중 유명인사였던 왕희지. 사안. 손작 등 26명은 시를 지어냈고
나머지 15명은 시를 짓지 못해 벌주를 마셨다.
이날 지은 시들을 모아 철을 한것이 『난정집』이라는 시집이며 그 서문을 왕희지가 썼다.
당시 참여한 인사 중 가장 문명이 높았던 손작이 집회를 마무리하는 후서를 썼다.
이중 왕희지가 쓴 서문이 바로 대표작인 그 유명한 「난정서(蘭亭序)」이다
왕희지는 일찍이 벼슬길에 나섰으나 말년에는 벼슬을 그만두고
풍광이 아름다운 산천에서 청담과 함께 약초 캐는 일에 몰두하며 여유로운 삶을 살았다
왕희지는 중국 역사상 최고의 서예가로 꼽히며
서예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인물로 평가받는다.
永和九年歲在癸丑暮春之初(영화구년세재계축모춘지초)에
: 영화(永和) 9년(353년) 계축(癸丑) 늦은 봄 초에
會于會稽山陰之蘭亭(회우회계산음지란정)하니 : 회계산(會稽山) 북쪽 난정(蘭亭) 에 모였으니
修禊事也(수계사야)라 : 계제사를 지내기 위해서이다.
群賢畢至(군현필지)하고 : 여러 현사(賢士)들이 모두 모이고
少長咸集(소장함집)이라 : 젊은이 늙은이들이 다 모였구나.
此地有崇山峻嶺(차지유숭산준령)과 : 이 곳은 높은 산과 가파른 고개가 있고,
茂林修竹(무림수죽)하고 : 무성한 숲과 길게 자란 대나무가 있고
又有淸流激湍(우유청류격단)이 : 또 맑은 물과 격동치는 여울이
映帶左右(영대좌우)라 : 좌우를 죽 비추고 있다.
引以爲流觴曲水(인이위류상곡수)하여 : 물을 끌고 와 굽이치는 물에 잔을 흘려 보내게 만들어
列坐其次(열좌기차)하니 : 차례대로 둘러앉으니,
雖無絲竹管絃之盛(수무사죽관현지성)이나 : 비록 거문고와 피리는 없지만
一觴一詠(일상일영)하니 : 술 한 잔 마시고 시 한 수를 읊으니,
亦足以暢敍幽情(역족이창서유정)이라 : 그윽한 마음 활짝 펴기에 충분하도다.
是日也天朗氣淸(시일야천랑기청)에 : 이날 하늘은 깨끗하고 공기는 맑으니
惠風和暢(혜풍화창)하다 : 봄바람은 따스하고 부드럽구나.
仰觀宇宙之大(앙관우주지대)하고 : 우주의 넓음을 우러러 살피고 .
俯察品類之盛(부찰품류지성)하다 : 만물의 풍성함을 굽어살핀다
所以遊目騁懷(소이유목빙회)가 : 눈을 돌려 회포를 달는 까닭은
足以極視聽之娛(족이극시청지오)이니 : 보고 듣는 즐거움이 충분하기 때문이니
信可樂也(신가락야)로다 : 진실로 즐길 만 하구나
夫人之相與俯仰一世(부인지상여부앙일세)에
: 사람이 태어나 하늘을 우러러보고 땅을 굽어보며 한 세상을 서로 더불어 살아감에,
或取諸懷抱(혹취제회포)하여 : 혹 어떤 이는 마음에 품은 생각을 서로 취하여
悟言一室之內(오언일실지내)하고 : 한 방에서 만나 이야기하고,
或因寄所託(혹인기소탁)하여 : 혹 어떤 이는 마음속에 들어있는 것을 생각에 붙임으로서
放浪形骸之外(방랑형해지외)라 : 멋대로 몸 밖에서 마음대로 내뱉는 것이다.
雖趣舍萬殊(수취사만수)하고 : 이와 같이 사람들의 취하고 버리는 것이 비록 만 가지로 다르고
靜躁不同(정조불동)이나 : 고요하고 급함이 비록 같지 않으나,
當其欣於所遇(당기흔어소우)하여 : 저마다 자신이 처한 경우에 기쁨을 당하여
暫得於己(잠득어기)하여는 : 잠시 자기 뜻을 얻어서는
快然自得(쾌연자득)하여 : 유쾌하게 스스로 만족하여,
曾不知老之將至(증불지로지장지)라 : 늙음이 다가오는 것을 알지 못하였다.
及其所之旣倦(급기소지기권)에 : 그러다가 그 것이 이미 권태로워지고
情隨事遷(정수사천)하여 : 또 일어나는 감정이 일에 딸라 옮겨지게 되면
感慨係之矣(감개계지의)라 : 감회가 그것에 이어지게 된다.
向之所欣(향지소흔)이 : 이전의 즐기던 것이
仰之間(앙지간)에 : 잠깐 올려보는 사이에
以爲陳迹(이위진적)하니 : 옛 일이 되어 버리니,
尤不能不以之興懷(우부능부이지흥회)로다.
: 더욱 그 것 때문에 감회가 일어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況脩短隨化(황수단수화)하여 : 하물며 목숨의 길고 짧음이 자연의 조화를 따라
終期於盡(종기어진)이랴 : 마침내는 죽음에 다다르는 것이니,
古人云死生亦大矣(고인운사생역대의)니 : 옛 사람이 말하기를, "생사가 또한 큰 것이다"라고 하였으니,
豈不痛哉(기부통재)아 : 어찌 애통하지 않겠는가.
每攬昔人興感之由(매람석인흥감지유)에 : 옛 사람이 가졌던 감회의 연유를 매번 볼 때마다
若合一契(약합일계)라 : 내 생각과 합치되는 듯하다.
未嘗不臨文嗟悼(미상부임문차도)하여 : 아닌 게 아니라 글을 보고 애도하지만,
不能諭之於懷(부능유지어회)나 : 마음속에서 그것을 깨우칠 수 없었으니,
固知一死生爲虛誕(고지일사생위허탄)하고
: 진실로 안 것은, “죽고 사는 일이 동일하다는 것은 허황되다.”하고
齊彭殤爲妄作(제팽위망작)이라 : “오래 산 팽상과 일찍 죽은 사람이 같다는 것은 망령되다”는 말이다.
後之視今(후지시금)이 : 뒷사람이 지금 사람을 보는 것이
亦猶今之視昔(역유금지시석)이리니 : 또한 지금 우리가 옛 사람을 보는 것과 같을 터이니,
悲夫(비부)라 : 슬픈 일이로구나.
故列敍時人(고열서시인)하고 : 그러므로 이곳에 모인 사람들을 순서대로 적고,
錄其所述(녹기소술)하니 : 그 지은 바를 기록하니,
雖世殊事異(수세수사이)나 : 비록 세상이 달라지고 세태도 변하겠지만
所以興懷(소이흥회)는 : 회포를 일으키는 까닭은
其致一也(기치일야)라 : 그 이치가 하나인 것이다.
後之覽者(후지람자)도 : 후세에 이 글을 살펴 보는 사람도
亦將有感於斯文(역장유감어사문)이니라 : 이 글에 대한 감회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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