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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천 조각환의 나들이 흔적
뿌리와 예의범절/梅溪 曺偉 先生

매계 조위선생의 발자취를 찾아서~(32)섣달 그믐날 밤(납야)

by 안천 조각환 2020. 1. 4.



섣달 그믐날 밤(臘夜)


                         매계 조위(梅溪 曺偉,1454~1503)


서책을 손에 잡고 등잔을 마주하니  手杷緗篇對短檠(수파상편대단경)  

  고병의 매화꽃이 유독 다정하구나古甁梅萼獨多情(고병매악독다정

서리꽃은 기와에 피고, 벼루에는 살얼음이 얼며  霜花看瓦氷生硯(상화간와빙생연

달무리가 공중에 지자, 온 성안에서 다듬이 소리  月彙當空杵滿城(월휘당공저만성)  



풍속에 따라 납제를 보는 것이 어찌 방해가 되랴徇俗何妨觀蜡祭(순속하방관사재

시를 지어 태평성대를 알릴 수 있으리題詩聊可報嘉平(제시료가보가평

술에 취하여 문득 대낮 꿈속에 들었다가  醉來忽入白天夢(취래몰입백천몽

초루의 화각소리에 놀라 잠에서 깬다驚罷譙樓畵角聲(경파초루화각성

 

*사제(蜡祭) 납일에 한 해 동안 지은 농사형편과 일을 신에게 고하는 제사




섣달 그믐날 순부의 시에 차운하다(守歲次淳夫韻)


                                                매계 조위(梅溪 曺偉,1454~1503)


섣달그믐 오늘 밤 백엽주에 취해  守歲今宵栢酒濃(수세금소백주농)

잠이 쏟아져 정신이 이미 몽롱하네.  瞢騰睡睫已濛濛(몽등수첩이몽몽)

어둠속에 내몰린 백발은 푸른 물결밖에 있고  暗催白髮滄浪外(암최백발창랑외)

빠르게 가버린 청춘은 흐린 기억 속에 남아있네.   忽遞靑春泱漭中(홀체청춘앙망중)

동파에게 물어보아 고속을 따르려하고  欲問東坡追古俗(욕문동파추고속)

두보의 삶을 모방하여 남긴 자취를 잇고 싶네擬尋杜位繼前蹤(의심두위계전종)

남은 인생 부질없이 견마지로를 더하려 해도  空添犬馬殘年齒(공첨견마잔년치)

용렬함이 옛날 게으름 피우듯  碌碌其如舊日慵(록록기여구일용)




협소한 용만땅은 물가마저 적막한데   局促龍灣寂寞濱(국촉용만적막빈)

돌아가고픈 마음은 밤낮으로 대궐을 향하네.   歸心日夜向楓宸(귀심일야향풍신)

한잔 술로 근심스런 나그네의 마음을 위로하나  盃觴草草聊娛客(배상초초료오객)

세월은 쏜살같아 사람을 기다리지 않네.   歲月駸駸不待人(세월침침불대인)

만 길의 근심 속에 속령의 눈을 바라보니  萬丈愁看松嶺雪(만장수간송영설)

2년여를 서울의 봄을 등지고 있네二年虛負鳳城春(이년허부봉성춘)

뱀 꼬리로 남으려 하나 어찌할 수 없음을 알고  欲留蛇尾知無奈(욕유사미지무나)

부끄러워 시로나마 읊어 풀어본다네愧我謳吟語自陳(괴아구음어자진)


*정희량(鄭希良,1469~1502) : 조선 전기 문신, 자는 순부(淳夫), 호는 허암(虛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