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시꽃은 역사가 오래된 꽃으로 우리나라 전국에서 자란다.
봄이나 여름에 씨앗을 심으면 그해에는 잎만 무성하게 영양번식을 하고
이듬해 줄기를 키우면서 꽃을 피운다.
6~8월경 흰색에서 진한 빨간색까지 다양한 색의 꽃이 핀다.
가장 많은 색상은 흰색, 노란색, 주황색, 분홍색, 빨간색이다.
이 접시꽃에는 재미나는 전설이 있다
먼 옛날 꽃나라 화왕이 궁궐뜰에 세상에서 제일 큰 어화원을 만들었습니다.
그 어화원에다 세상에 있는 꽃은 한 가지도 빠짐없이 모아서 기르고 싶었습니다.
“천하의 모든 꽃들은 나의 어화원으로 모이도록 하라”
화왕의 명령이 떨어지자 세상의 모든 꽃들은 어화원으로 모여 들었습나다.
그 무렵 서천 서역국 어느 곳에는 옥황상제의 명을 받고
세상의 모든 꽃을 모아 가꾸는 꽃감관이 있었습니다.
꽃은 갖가지 종류가 철따라 아름답게 피기 때문에
산과 들은 말할 것도 없고 온 고을이 모두 꽃밭이었습니다.
꽃감관의 집도 꽃에 묻혀 있었습니다. 창 앞에는 모란과 옥매화를 심고,
장독대에는 땅 나리와 들국화를 심었습니다.
울밑에는 봉숭아와 맨드라미를 심고 대문밖에는 접시꽃을 심었습니다.
꽃은 계절에 맞추어 고운 색깔과 향기를 자랑하며 번갈아 피어났습니다.
꽃감관은 그 꽃들을 가꾸며 색깔과 모양과 향기가 더 좋아지도록
정성으로 돌봐주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꽃감관은
계명산 신령님을 만나러가고 없는 날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한 꽃이 말했습니다.
“화왕님꼐서 천하의 꽃들은 어화원으로 모이라고 말씀하셨데요.
우리는 그 어화원으로 가서 살면 안 될까요?
감관님께서 허락하시지 않을텐데 어떻게 가요?
서천 서역국 꽃들은 모두 자기들도 화왕의 어화원으로 가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꽃감관의 허락없이는 갈 수 없었습니다.
어화원에는 내일까지 도착하는 꽃들만 받아준데요.
감관님이 안계시니 우리는 가고 싶어도 갈 수없잖아요?
서천 서역국 꽃들은 가고 싶었지만 꽃감관의 허락을 받을 수 없어
발만 동동 굴렀습니다. 샛노란 금매화가 다른 꽃들의 눈치를 보며
감관님의 허락없이도 가겠다고 입을 여니까, 연보라색 용담꽃도
하얀색 금강초롱꽃도 진홍빛 개불란도 어화원을 가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꽃들은 너도나도 모두 어화원으로 가겠다고 나섰습니다.
처음에는 망설이던 꽃들도 다른 꽃이 떠나니까
모두 따라서 어화원으로 향했습니다.
꽃으로 가득했던 산과 들이 순식간에 텅 비어버렸습니다.
꽃들이 떠난뒤에 계명산 신령님을 만나러 갔던 꽃감관이 돌아왔습니다.
텅 비어버린 산과 들을 보고 꽃감관은 깜짝놀라 헐레벌떡 산으로 들로
뛰어다니며 꽃들을 불렀습니다. 딸랑딸랑 고운소리 은방울꽃,
송이송이 곱게 웃는 보랏빛 제비꽃, 높은 산과 넓은 들판에 백일기도의
뜨거운 정성으로 핀 백일홍, 외딴 암자에서 스님을 기다리는 동자꽃,
사랑의 정표로 선녀가 주고간 옥잠화에서부터 부서져 버린 뼈를 뿥여주는 뼈살이꽃,
삭아 없어진 살을 붙여주는 살 살이꽃, 끊어졌던 숨을 이어주는 숨살이꽃에 이르기까지
서천 서역국 꽃들은 어느것 하나도 꽃감관의 허락없이는 한 발자국도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길 수 없는데 오늘은 감쪽같이 어디로 가고 없었습니다.
아무리 불러도 집안에는 메아리조차 없었습니다.
온갖 사랑과 정성을 기울여 가꾼 꽃들이 자취도 없이 몽땅 사라진 것입니다.
꽃감관은 몹시 슬퍼하며 마당 가운데에 주저 앉았습니다.
자기는 꽃들을 위해서 온갖 정성을 다 바쳤는데 꽃들은 몰래 자기 곁을
떠났다는 사실에 큰 배신감을 느꼈습니다.
다리를 뻗치고 먼 하늘을 바라 보았습니다.
하늘 저편에서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구름이 온통 꽃 봉우리만 같았습니다.
나만 두고 모두 어디로 갔단 말인가? 그때였습니다.
어디에선가 작은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가만히 귀를 기울였습니다.
“감관님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저는 여기 있습니다.”
대문 밖이었습니다. 감관은 벌떡 일어나서 대문 밖으로 나갔습니다.
울타리 밑에서 접시꽃이 방긋 웃으며 꽃감관을 쳐다 보았습니다.
참으로 반가왔습니다. “아! 너였구나. 너 혼자니? 다른 꽃들은 모두 어디 갔니?"
"모두 감관님이 안계시니까 제멋대로 화왕님의 어화원으로 갔습니다.“
”내 허락도 없이 가다니 괘씸하구나. 그런데 너는 왜 떠나지 않았느냐?“
”저는 여기에서 감관님의 집을 지켜야지요. 저마져 떠나면 집은 누가 봅니까?“
"고맙구나! 내가 진정으로 사랑해야 할 꽃은 너였구나!"
꽃감관은 혼자 남아서 집을 지켜준 접시꽃이 너무 고마왔습니다.
”지금까지 나는 너에게 관심이 적었는데 너만 내 곁을 떠나지 않았구나!"
꽃감관은 그때부터 접시꽃을 대문을 지키는 꽃으로 삼게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감관님 저는 언제까지나 여기에 있겠습니다."
그래서 접시꽃은 지금까지도 시골집 대문앞에 많이 심게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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