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계선생이 중추절에 달을 바라보며 옛 친구가 생각나서
숙강에게 보낸 "억진아(憶秦娥)"와 가을에 회포를 적은 "수룡음(水龍吟)은
아마도 만년에 지난 시절을 회고하고 그리워하며 읊은 것으로 보인다.
중추절에 달을 바라보며 숙강에게, 억진아(憶秦娥)
매계 조위(梅溪 曺偉,1454~1503)
팔월 보름달에 / 중추월(中秋月)
저녁 구름이 다 날려가니 맑고 훤히 비치도다. / 모운비진청휘철(暮雲飛盡淸輝徹)
맑고 훤히 비치는 강의 남쪽과 북쪽이며, / 청휘철강남한북(淸輝徹江南漢北)
초가집 처마와 높은 대궐에 / 모첨위궐(茅簷魏闕)
해마다 변함없던 달빛이 오늘은 특별하네. / 년년월색금소별(年年月色今宵別)
함께 바라보는 천리길에는 응당 근심이 없으리. / 공간천리응수절(共看千里應愁絶)
응당 근심이 없다면 난파의 옛 언약도 / 응수절란파구약(應愁絶鑾坡舊約)
거듭 말할 필요 없겠네. / 不堪重說
숙강 권건(權健,1458~1501) : 조선초기의 문신, 자는 숙강(叔强),
수룡음(水龍吟)
매계 조위(梅溪 曺偉,1454~1503)
작은 정원에 가을바람이 소슬하니 / 소원소슬추풍(小園蕭瑟秋風)
새벽 서리가 다리목 버드나무에 어지럽게 떨어지네. / 효상요락교두류(曉霜搖落橋頭柳)
해질녘 길거리에는 / 사양항맥(斜陽巷陌)
찬 안개가 자욱하고 / 한연취락(寒烟聚落)
처음 만난 중양절에 / 초과중구(初過重九)
치자는 옅은 황색이요 / 치자미황(梔子微黃)
단풍 숲은 진홍색이라 /풍림정적(風林正赤)
국화꽃 핀 시절이거니 / 국화시후(菊花時候)
좋은 시절은 자꾸만 흘러가 적막함을 한탄하노라. / 한양신임염가기적막(恨良晨荏苒佳期寂寞)
부질없이 노복을 불러 다구(茶臼)를 다듬으니 / 공환복고다구(空喚僕鼓茶臼)
구만리 하늘높이 한 마리 기러기가 날아가도다. / 만리천고일안(萬里天高一雁)
관산을 바라보며 몇 번이나 머리를 긁었던고 / 망관산기번소수(望關山畿番搔首)
상오(霜鼇) 설처(雪緀)며 / 상오설처(霜鼇雪緀)
강요(江鰩) 해려(海驢)는 / 강요해려(江鰩海驢)
입에 맞는 남쪽 요리거나 / 남팽하구(南烹河口)
도처에서 “좋다” 소리 / 도처유응(到處唯應)
북녘 하늘을 바라보니 대궐이 그립고 / 간천연궐(看天戀闕)
머무는 구름에 벗이 그립네. / 정운회우(停雲懷友)
다시 어느 때 닭장이며 돈사(豚社)를 마음대로 쫓아다니며 / 갱하시임수계돈사(更何時任遂谿豚社)
이웃과 함꼐 취하도록 술 마시리. / 취인가주(醉隣家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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