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花石亭 (화석정) - 李 珥
林亭秋已晩(임정추이만) 숲속 정자에 가을 이미 늦으니,
騷客意無窮(소객의무궁) 시인의 시상은 끝이 없구나.
遠水連天碧(원수연천벽) 먼 물줄기는 하늘에 잇닿아 푸르고,
霜楓向日紅(상풍향일홍) 서리 맞은 단풍은 해를 향해 붉도다.
山吐孤輪月(산토고륜월) 산은 외로운 둥근 달을 토해 내고,
江含萬里風(강함만리풍) 강은 만리의 바람을 머금었도다.
塞鴻何處去(새홍하처거) 변방의 기러기는 어디로 가는고?
聲斷暮雲中(성단모운중) 소리가 저녁 구름 속에 끊어 지도다.
騷(떠들 소), 窮(다할 궁), 碧(푸를 벽), 霜(서리 상), 楓(단풍나무 풍),
吐(토할 토), 含(머금을 함), 塞(변방 새), 鴻(큰 기러기 홍)
41.산중 (山中) - 율곡 (栗谷) 이 이 (李珥)
採藥忽迷路(채약홀미로) 약초 캐다 길을 잃고 살펴보니까
千峰秋葉裏(천봉추엽리) 봉우리마다 낙엽 져 길을 덮었네
山僧汲水歸(산승급수귀) 산에 스님이 물을 길어 돌아가는데
林末茶烟起(임말다연기) 숲 속에 나는 연기 차를 다리나
採(캘 채), 忽(소홀히 할 홀), 迷(미혹할 미), 葉(잎 엽)
裏(속 리{이}), 汲(길을 급), 茶(차 다), 烟(연기 연)
42.臨死賦 絶命詩(임사부절명시)- 성삼문(成三問) 謹甫
擊鼓催人命(격고최인명) 울리는 저 북소리 이내 목숨 재촉하는데
西風日欲斜(서풍일욕사) 서풍에 걸린 해는 뉘엿뉘엿 지려 하네
黃泉無客店(황천무객점) 황천가는 길에는 주막도 없다는데
今夜宿誰家(금야숙수가) 오늘 밤은 뉘 집에서 자고 갈까
擊(부딪칠 격), 鼓(북 고), 催(재촉할 최), 斜(비낄 사), 誰(누구 수)
43.北征詩(북정시) - 남이(南怡 : 1441~1468)
白頭山石磨刀塵(백두산석마도진)이요
豆滿江水飮馬無(두만강수음마무)라.
男兒二十未平國(남아이십미평국)이면
後世誰稱大丈夫(후세수칭대장부)랴.
백두산의 돌들은 칼을 가는데 다 문드러졌고
두만강 물은 말들이 다 마시었네
남아로 태어나서 20세, 이 난세를 평정하지 못한다면
후세사람들이 누가 나를 대장부라고 할것인가
磨(갈 마), 塵(티끌 진), 誰(누구 수), 稱(일컬을 칭)
44.山寺夜吟(산사야음) - 송강 鄭澈
蕭蕭落木聲(소소낙목성) 우수수 지는 나뭇잎 소리여
錯認爲疎雨(창인위소우) 성긴 빗소리로 잘못 들었네
呼僧出門看(호승출문간) 스님 불러 나가 보라 했더니
月掛溪南樹(월괘계남수) 시내 남쪽 나무에 달 걸렸다네.
吟(읊을 음), 蕭(맑은대쑥 소), 錯(섞일 착), 認(알 인),
呼(부를 호), 疎(트일 소), 掛(걸 괘), 溪(시내 계)
45.호동왕자(好童王子)
-{삼국사기}권14, '고구려본기 제2(高句麗本紀第二) 대무신왕(大武神王)
○大武神王 十五年, 夏四月, 王子<好童>, 遊於<沃沮>.
<樂浪王><崔理>出行, 因見之. 問曰: "觀君顔色, 非常人,
豈非<北國><神王>之子乎?"
대무신왕이 즉위한 지 15년째 되는 해 여름 4월, 왕자 호동이 옥저에서 유람하고 있었다. 그 때 낙랑왕 최 리가 그곳을 다니다가 그를 보고 물었다. "그대의 얼굴을 보니 보통 사람이 아니로구나. 그대가 어찌 북국신왕의 아들이 아니리오?"
遂同歸, 以女妻之. 後, <好童>還國潛遣人, 告<崔>氏女曰: "若能入而國武庫, 割破鼓角, 則我以禮迎, 不然則否."
潛(자맥질 할 잠), 遣(보낼 견)
낙랑왕 최 리는 마침내 그를 데리고 돌아가서 자기의 딸을 아내로 삼게 하였다. 그 후, 호동이 본국에 돌아와서 남몰래 아내에게 사자를 보내
말했다. "네가 너의 나라 무기고에 들어가서, 북과 나팔을 부수어 버릴 수 있다면, 내가 예를 갖추어 너를 맞이할 것이요, 그렇게 하지 못하다면 너를 맞아 들이지 않겠다."
先是, <樂浪>有鼓角, 若有敵兵, 則自鳴, 故令破之. 於是,
<崔>女將利刀, 潛入庫中, 割鼓面·角口, 以報<好童>.
옛날부터 낙랑에는 북과 나팔이 있었는데, 적병이 쳐들어 오면 저절로
소리를 내기 때문에 그녀로 하여금 이를 부수어 버리게 한 것이었다.
이 때 최씨의 딸은 예리한 칼을 들고 남모르게 무기고에 들어가서 북을 찢고 나팔의 입을 베어 버린 후, 이를 호동에게 알려 주었다.
<好童>勸王襲 <崔理>以鼓角不鳴, 不備, 我兵掩至城下, 然後知鼓角皆破.
<遂殺女子, 出降.樂浪>.
襲(엄습할 습), 掩(가릴 엄), 皆(다 개), 降(내릴 강{항복할 항})
호동이 왕에게 권하여 낙랑을 습격하였다. 최 리는 북과 나팔이 울지 않아 방비를 하지 않았고, 우리 군사들이 소리없이 성밑까지 이르게 된 이후에야 북과 나팔이 모두 부수어진 것을 알았다. 그는 마침내 자기 딸을
죽이고 나와서 항복하였다.
[或云: 欲滅<樂浪>, 遂請婚, 娶其女, 爲子妻, 後使歸本國, 壞其物兵.]
娶(장가들 취), 壞(무너질 괴)
낙랑을 없애기 위하여 청혼하고, 그의 딸을 데려다가 며느리를 삼은 다음,
그녀를 본국에 돌려보내 그 병기를 부수게 하였다는 설도 있다.
冬十一月, 王子<好童>自殺. <好童>, 王之次妃<曷思王>孫女所生也. 顔容美麗, 王甚愛之, 故名<好童>. 麗(고울 려{여}), 甚(심할 심)
겨울 11월, 왕자 호동이 자살하였다. 호동은 왕의 둘째 왕비인 갈사왕
손녀의 소생이었다. 그는 얼굴이 미려하여 왕이 매우 귀여워하였으며,
이에 따라 이름도 호동이라고 하였다.
元妃恐奪嫡爲太子, 乃讒於王曰: "<好童>不以禮待妾, 殆欲亂乎."
恐(두려울 공), 奪(빼앗을 탈), 嫡(정실 적), 讒(참소할 참), 殆(위태할 태)
첫째 왕비는 호동이 종통을 빼앗아 태자가 될 것을 염려하여, 왕에게
참소하였다. "호동은 나를 무례하게 대하며, 간통하려 한다."
王曰: "若以他兒憎疾乎?" 妃知王不信, 恐禍將及, 乃涕泣而告曰:
"請大王密候, 若無此事, 妾自伏罪."
憎(미워할 증), 涕(눈물 체), 泣(울 읍), 伏(엎드릴 복)
왕이 대답히였다. "너는 호동이 다른 사람의 소생이라 하여 미워하느냐?"
첫째 왕비는 왕이 자기를 믿지 않음을 알고, 화가 장차 자기에게 미칠
것을 두려워하여 울면서 말했다. "청컨대 대왕께서 가만히 엿보소서.
만약 이런 일이 없으면, 내가 죄를 받겠습니다."
於是, 大王不能不疑, 將罪之.
이렇게 되자 대왕이 호동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어 그에게 죄를 주려하였다.
或謂<好童>曰: "子何不自釋乎?" 答曰: "我若釋之, 是顯母之惡, 貽王之憂,
可謂孝乎?" 乃伏劍而死.
釋(풀 석), 貽(끼칠 이)
어떤 사람이 호동에게 말했다. "그대는 왜 스스로 해명하지 않는가?"
호동이 대답하였다. "내가 만일 해명한다면, 이것은 어머니의 죄악을
드러내는 것이며, 왕에게 근심을 더해주는 것이니, 이를 어찌 효라 할 수 있겠는가?"
호동은 곧 칼을 품고 엎드려 자결하였다.
○論曰:今王信讒言,殺無辜之愛子,其不仁不足道矣,而<好童>不得無罪.
讒(참소할 참), 辜(허물 고)
저자의 견해 : 왕은 참소하는 말을 믿고, 죄없는 사랑하는 아들을 죽였으니,
그의 어질지 못함은 말할 것도 없으나, 호동에게도 죄가 없는 것은 아니다.
何則? 子之見責於其父也, 宜若<舜>之於瞽䏂(瞽叟), 小杖則受, 大杖則走,
期不陷父於不義.
瞽(소경 고), 䏂(총명할 수), 陷(빠질 함)
왜 그런가? 자식이 아버지에게서 책망을 들었을 때는, 마땅히 순이
고수에게 하듯이 조금 때리면 맞고 많이 때리면 피하여,
아버지가 불의에 빠지지 않게 하여야 할 것이다.
<好童>不知出於此, 而死非其所, 可謂執於小謹而昧於大義,
其公子<申生>之譬耶?.
謹(삼갈 근), 昧(새벽 매), 譬(비유할 비), 耶(어조사 야)
호동은 이러한 행동으로 나아갈 줄을 모르고, 죽지 않을 일로 죽었으니,
가히 작은 성실을 행하기 위하여 대의에 어두웠다고 말할 수 있다.
이는 옛날의 공자 신생에 비유할 만하다.
46.調信(조신) - 삼국유사 권3 탑상 제4 조신
昔新羅爲京師時. 有世逵寺[今與敎寺也.]之莊舍. 在溟州㮈李郡.[按地理志.
溟州無㮈李郡.唯有㮈城郡.本㮈生郡.今寧越.又牛首州領縣有㮈靈郡.本㮈已郡.
今剛州.牛首州今春州.今言㮈李郡.未知孰是.] 本寺遺僧調信爲知莊.
逵(한길 규), 㮈(어찌 내), 剛(단단할 강)
옛날 서라벌이 서울이었을 때 세규사(世逵寺)의 장원(莊園)이 명주(溟洲) 날리군(捺李郡)에 있었는데, 본사(本寺)에서 중 조신(調信)을 보내서 장원을 맡아 관리하게 했다.
信到莊上. 悅太守金昕公之女. 惑之深.
조신이 장원에 와서 태수 김흔공의 딸을 좋아해서 아주 반하게 되었다.
屢就沼山大悲前. 潛祈得幸.
屢(창 누{루}), 就(이룰 취), 沼(늪 소), 悲(슬플 비), 潛(자맥질 할 잠)
여러 번 낙산사 관음보살 앞에 가서 남몰래 그 여인과 살게 해 달라고 빌었다.
方數年間. 其女已有配矣. 又往堂前怨大悲之不遂己. 哀泣至日暮. 情思倦憊. 俄成假寢.
倦(게으를 권), 憊(고달플 비), 俄(갑자기 아), 假(거짓 가), 寢(잠잘 침)
이로부터 몇 해 동안에 그 여인에게는 이미 배필이 생겼다. 그는 또 불당 앞에 가서,
관음보살이 자기의 소원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원망하며,
날이 저물도록 슬피 울다가, 생각하는 마음에 지쳐서 잠깐 잠이 들었다.
忽夢金氏娘. 容豫入門. 粲然啓齒而謂曰. 兒早識上人於半面. 心乎愛矣. 未嘗暫忘.
迫於父母之命. 强從人矣. 今願爲同穴之友. 故來爾.
粲(정미 찬),齒(이 치),嘗(맛볼 상), 暫(잠시 잠),迫(닥칠 박),爾(너 이)
꿈 속에 김씨 낭자가 기쁜 낯빛을 하고 문으로 들어와, 활짝 웃으면서 말한다. "저는 일찍부터 스님을 잠깐 뵙고 알게 되어 마음 속으로 사랑해서 잠시도 잊지 못했으나, 부모의 명령에 못 이겨 억지로 딴 사람에게 시집갔다가, 이제 부부가 되기를 원해서 왔습니다.
信乃顚喜. 同歸鄕里. 計活四十餘霜. 有兒息五. 家徒四壁. 藜藿不給. 遂乃落魄扶攜.
糊其口於四方.
顚(정수리 전), 活(살 활).壁(벽 벽), 藜(나라 이름 려{여}), 藿(콩잎 곽), 魄(넋 백), 攜(끌 휴), 糊(풀 호)
" 이에 조신은 매우 기뻐하여 그녀와 함께 고향으로 돌아갔다.
그녀와 40여 년간 같이 살면서 자녀 다섯을 두었다. 집은 다만 네 벽뿐이고,
좋지 못한 음식마저도 계속할 수가 없어서 마침내 꼴이 말이 아니어서 식구들을 이끌고
사방으로 다니면서 얻어먹고 지냈다.
如是十年. 周流草野. 懸鶉百結. 亦不掩體. 適過溟州蟹縣嶺. 大兒十五歲者忽餧死.
痛哭收瘞於道.
鶉(메추라기 순), 掩(가릴 엄),適(갈 적),溟(어두울 명),蟹(게 해), 餧(먹일 위),瘞(묻을 예)
이렇게 10년 동안 초야로 두루 다니니,옷은 여러 조각으로 찢어져 몸도 가릴 수가 없었다.
마침 명주 해현령(蟹縣嶺)을 지나는데, 15세 되는
큰아이가 갑자기 굶어죽자 통곡하면서 길가에 묻었다.
從率餘四口. 到羽曲縣.[今羽縣也.] 結茅於路傍而舍.
남은 네 식구를 데리고 그들 내외는 우곡현(羽曲縣)에 이르러 길가에
모옥(茅屋)을 짓고 살았다.
夫婦老且病. 飢不能興. 十歲女兒巡乞. 乃爲里獒所噬.
飢(주릴 기), 獒(개 오), 噬(씹을 서)
이제 내외는 늙고 병들었다. 게다가 굶주려서 일어나지도 못하니,
10세 된 계집아이가 밥을 빌어다 먹는데, 다니다가 마을 개에게 물렸다.
號痛臥於前. 父母爲之歔欷. 泣下數行.
號(부르짖을 호), 痛(아플 통), 臥(엎드릴 와), 歔(흐느낄 허) 欷(흐느낄 희)
아픈 것을 부르짖으면서 앞에 와서 누웠으니 부모도 목이 메어 눈물을 흘렸다.
婦乃皺澁拭涕. 倉卒而語曰. 予之始遇君也. 色美年芳. 衣袴稠鮮.
皺(주름 추), 澁(떫을 삽), 拭(닦을 식), 涕(눈물 체), 倉(곳집 창),
芳(꽃다울 방), 袴(바지 고{사타구니 과}), 稠(빽빽할 조)
부인이 눈물을 씻더니 갑자기 말한다. "내가 처음 그대를 만났을 때는
얼굴도 아름답고 나이도 젊었으며 입은 옷도 깨끗했습니다.
一味之甘, 得與子分之. 數尺之煖, 得與子共之. 出處五十年. 情鍾莫逆. 恩愛綢繆.
可謂厚緣.
煖(따뜻할 난), 鍾(종 종),逆(거스를 역),綢(얽힐 주{쌀 도}), 繆(얽을 무),緣(가선 연)
한 가지 맛있는 음식도 그대와 나누어 먹었고 옷 한 가지도 그대와
나누어 입어, 집을 나온 지 50년 동안에 정이 맺어져 친밀해졌고 사랑도 굳어졌으니
가위 두터운 인연이라 하겠습니다.
自比年來. 衰病日益深. 飢寒日益迫. 傍舍壺漿. 人不容乞. 千門之恥.重似丘山.
衰(쇠할 쇠), 飢(주릴 기),
迫(닥칠 박), 傍(곁 방),壺(병 호), 漿(미음 장),恥(부끄러워할 치),
그러나 근년에 와서는 쇠약한 병이 날로 더해지고, 굶주림과 추위도 날로 더해오는데,
남의 집 곁방살이에 하찮은 음식조차도 빌어서 얻을 수가 없게 되어,
수많은 문전에 걸식하는 부끄러움이 산과도 같이 무겁습니다.
兒寒兒飢. 未遑計補. 何暇有愛悅夫婦之心哉. 紅顔巧笑, 草上之露. 約束芝蘭,
柳絮飄風.
飢(주릴 기), 遑(허둥거릴 황), 補(기울 보),暇(겨를 가),顔(얼굴 안),巧(공교할 교),
絮(솜 서), 飄(회오리바람 표).
아이들이 추워하고 배고파해도, 미처 돌봐 주지 못하는데,
어느 겨를에 부부간의 애정을 즐길 수가 있겠습니까. 붉은 얼굴과 예쁜 웃음도
풀 위의 이슬이요, 지초(芝草)와 난초 같은 약속도 바람에 나부끼는 버들가지입니다.
有我而爲累. 我爲君而足憂.
이제 그대는 내가 있어서 더 누(累)가 되고 나는 그대 때문에 더 근심이 됩니다
細思昔日之歡. 適爲憂患所階. 君乎予乎.奚至此極.
가만히 옛날 기쁘던 일을 생각해 보니, 그것이 바로 근심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대와 내가 어찌해서 이런 지경에 이르렀습니까.
與其衆鳥之同餧. 焉知隻鸞之有鏡.
餧(먹일 위), 焉(어찌 언), 隻(새 한 마리 척), 鸞(난새 난{란})
뭇 새가 다 함께 굶어 죽는 것보다는, 차라리 짝잃은 난새가 거울을
향하여 짝을 부르는 것만 못할 것입니다.
寒棄炎附. 情所不堪. 然而行止非人. 離合有數.
추우면 버리고 더우면 친하는 것은 인정에 차마 할 수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나아가고 그치는 것은 인력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헤어지고
만나는 것도 운수가 있는 것입니다.
請從此辭. 信聞之大喜. 各分二兒將行. 女曰. 我向桑梓. 君其南矣.
辭(말 사),桑(뽕나무 상), 梓(가래나무 재),
원컨대 이 말을 따라 헤어지기로 합시다." 조신이 이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여
각각 아이 둘 씩 데리고 장차 떠나려 하는데 여인이 말한다.
"나는 고향으로 갈 테니, 그대는 남쪽으로 가십시오."
方分手進途而形開. 殘燈翳吐. 夜色將闌.
途(길 도),開(열 개),翳(일산 예), 吐(토할 토),闌(가로막을 란{난})
이리하여 서로 작별하고 길을 떠나려 하다가 꿈에서 깨었다.
타다 남은 등잔불은 깜박거리고 밤도 이제 새려고 한다.
及旦鬚髮盡白. 惘惘然殊無人世意. 已厭勞生. 如飫百年苦.
貪染之心. 洒然氷釋.
鬚(수염 수), 髮(터럭 발), 惘(멍할 망)
厭(싫을 염), 飫(물릴 어), 染(물들일 염), 洒(물을 뿌릴 쇄), 釋(풀 석)
아침이 되었다. 수염과 머리털은 모두 희어졌고, 망연히 세상 일에 뜻이 없다.
괴롭게 살아가는 것도 싫어졌고, 마치 한평생의 고생을 다 겪고 난 것과 같아,
재물을 탐하는 마음도, 얼음 녹듯이 깨끗이 없어졌다.
於是慚對聖容. 懺滌無已. 歸撥蟹峴所埋兒. 乃石彌勒也.
慚(부끄러울 참), 懺(뉘우칠 참), 滌(씻을 척), 撥(다스릴 발)
蟹(게 해), 峴(재 현),埋(묻을 매), 彌(두루 미), 勒(굴레 늑{륵})
이에 관음보살의 상을 대하기가 부끄러워지고, 잘못을 뉘우치는 마음을 참을 길이 없다.
그는 돌아와서 꿈에 해현에 묻은 아이를 파 보니, 그것은 바로 석미륵(石彌勒)이다.
灌洗奉安于隣寺. 還京師, 免莊任. 傾私財, 創淨土寺. 懃修白業.後莫知所終.
灌(물 댈 관), 隣(이웃 린), 莊(풀 성할 장), 傾(기울 경), 懃(은근할 근)
물로 씻어서 근처에 있는 절에 모시고, 서울로 돌아가, 장원을 맡은
책임을 내놓고, 사재(私財)를 털어서 정토사(淨土寺)를 세워, 부지런히
착한 일을 했다. 그 후에 어디서 세상을 마쳤는지 알 수가 없다.
議曰. 讀此傳. 掩卷而追繹之. 何必信師之夢爲然. 今皆知其人世之爲樂.
欣欣然役役然. 特未覺爾.
掩(가릴 엄), 卷(쇠뇌 권), 繹(풀어낼 역), 欣(기뻐할 흔), 役(부릴 역),
覺(깨달을 각), 爾(너 이)
논평해 말한다. "이 전기(傳記)를 읽고 나서, 책을 덮고 지나간 일을
생각해 보니, 어찌 조신 스님의 꿈만이 그렇겠느냐. 지금 모두가 속세의 즐거운 것만 알아,
기뻐하기도 하고 서두르기도 하지만 이것은 다만 깨닫지 못한 때문이다."
乃作詞誡之曰. 快滴須臾意已閑. 暗從愁裹老蒼顔. 不須更待黃粱熟.
方悟勞生一夢間. 治身臧否先誠意.
誡(경계할 계), 快(쾌할 쾌), 滴(물방울 적), 臾(잠깐 유), 閑(막을 한).
愁(시름 수), 裹(쌀 과), 蒼(푸를 창), 須(모름지기 수), 悟(깨달을 오), 臧(착할 장)
이에 사(詞)를 지어 경계한다. 잠시 쾌활한 일 마음에 맞아 한가롭더니,
근심 속에 남모르게 젊은 얼굴 늙어졌네.
모름지기 황량(黃粱)이 다 익기를 기다리지 말고, 인생이 한 꿈과 같음을 깨달을 것을.
몸 닦는 것 잘못됨은 먼저 성의에 달린 것,
鰥夢蛾眉賊夢藏. 何以秋來淸夜夢. 時時合眼到淸凉.
鰥(환어 환), 蛾(나방 아), 眉(눈썹 미), 賊(도둑 적), 藏(감출 장)
홀아비는 미인 꿈꾸고 도둑은 재물 꿈꾸네. 어찌 가을날 하룻밤
꿈만으로, 때때로 눈을 감아 청량(淸凉)의 세상에 이르리.
47.金現感虎(김현감호) - 삼국유사(三國遺事) 한문 산문
新羅俗(신라속) : 신라 풍속에
每當仲春(매당중춘) : 해마다 2월이 되면
初入至十五日(초입지십오일) : 초파일(初八日)에서 15일까지
都人士女(도인사녀) : 서울의 남녀가
競繞興輪寺之殿塔(경요흥륜사지전탑) :다투어 흥륜사(興輪寺)의 전탑(殿塔)을 돌아
繞(두를 요), 輪(바퀴 륜{윤})
爲福會(위복회) : 복회(福會)를 행했다.
元聖王代(원성왕대) : 원성왕(元聖王) 때에
有郎君金現者(유낭군김현자) : 김현(金現)이라는 낭군(郞君)이 있어서
夜深獨處不息(야심독처불식) : 밤이 깊도록 혼자서 탑을 돌기를 쉬지 않았다.
有一處女念佛隨遙(유일처녀념불수요) : 그때 한 처녀가 염불을 하면서 따라 돌다가 遙(멀 요, 거닐다)
相感而目送之(상감이목송지) : 서로 마음이 맞아 눈을 주더니
繞畢(요필) : 돌기를 마치자 繞(두를 요), 畢(마칠 필)
引入屛處通焉(인입병처통언) : 으슥한 곳으로 이끌고 가서 정을 통하였다.
女將還(녀장환) : 처녀가 돌아가려 하자
現從之(현종지) : 김현이 따라가니
女辭据而强隨之(여사거이강수지) : 처녀는 사양하고 거절했지만 김현은 억지로
따라갔다. 辭(말 사), 据(일할 거)
行至西山之麓(행지서산지록) : 길을 가다가 서산(西山) 기슭에 이르러
麓(산기슭 록{녹})
入一茅店(입일모점) : 한 초가집으로 들어가니
有老嫗問女曰(유노구문녀왈) : 늙은 할머니가 처녀에게 물었다.
附率者何人(부솔자하인) : "함께 온 자는 누구냐."
女陳其情(녀진기정) : 처녀가 사실대로 말하자
嫗曰(구왈) : 늙은 할머니는 말했다.
雖好事不如無也(수호사불여무야) :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없는 것만 못하다.
然遂事不可諫也(연수사불가간야) : 그러나 이미 저지른 일이어서 나무랄 수도 없으니
且蔣於密(차장어밀) : 은밀한 곳에 숨겨 두거라.
恐汝弟兄之惡也(공여제형지악야) : 네 형제들이 나쁜 짓을 할까 두렵다." 하고
把郞而匿之奧(파랑이닉지오) : 김현을 이끌어 구석진 곳에 숨겼다.
小選有三虎(소선유삼호) : 조금 뒤에 세 마리 범이
咆哮而室(포효이실) : 으르렁 거리며 들어와
咆(으르렁거릴 포), 哮(으르렁거릴 효)
作人語曰(작인어왈) : 사람의 말로 말했다.
家有腥膻之氣(가유성전지기) : "집에서 비린내가 나니
腥(비릴 성), 膻(어깨 벗을 단)
療飢何幸(료기하행) : 요깃거리가 어찌 다행하지 않으랴." 療(고칠 료{요})
嫗與女叱曰(구여녀질왈) : 늙은 할머니와 처녀가 꾸짖었다.
嫗(할미 구) 叱(꾸짖을 질)
爾鼻之爽乎(이비지상호) : "너희 코가 좋기도 하구나. 爽(시원할 상)
何言之狂也(하언지광야) : 무슨 미친 소리냐."
時有天唱(시유천창) : 이때 하늘에서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唱(노래 창)
爾輩嗜害物命尤多(이배기해물명우다) : 너희들이 즐겨 생명을 해치는 것이 너무 많으니, 輩(무리 배), 嗜(즐길 기), 尤(더욱 우)
宣誅一以徵惡(선주일이징악) : 마땅히 한 놈을 죽여 악을 징계하겠노라.
三獸聞之(삼수문지) : 세 짐승은 이 소리를 듣자
皆有憂色(개유우색) : 모두 근심하는 기색이었다.
女謂曰(녀위왈) : 처녀가 이르기를
三兄若能遠避而自徵(삼형약능원피이자징) : "세 분 오빠께서 만약 멀리 피해 가서 스스로 징계하신다면
我能代受其罰(아능대수기벌) : 내가 그 벌을 대신 받겠습니다." 하고 말하니,
皆喜俛首妥尾而遁去(개희면수타미이둔거) : 모두 기뻐하여 고개를 숙이고 꼬리를 치며 달아나 버렸다.
俛(힘쓸 면), 妥(온당할 타), 尾(꼬리 미), 遁(달아날 둔, 돈)
女入謂郞曰(녀입위랑왈) : 처녀가 들어와 김현에게 말했다.
始吾恥君子之辱臨弊族(시오치군자지욕림폐족) : "처음에 저는 낭군이 우리 집에 오시는 것이 부끄러워
故辭禁爾(고사금이) : 짐짓 사양하고 거절했습니다.
今旣無隱(금기무은) : 그러나 이제는 숨김없이
敢布腹心(감포복심) : 감히 진심을 말씀드리겠습니다.
且踐妾之於郞君(차천첩지어랑군) : 또 저와 낭군은
雖曰非類(수왈비류) : 비록 종족은 다르지만
得陪一夕之歡(득배일석지환) : 하루저녁의 즐거움을 얻어 陪(쌓아올릴 배)
義重結禑之好(의중결우지호) : 중한 부부의 의를 맺었습니다. 禑(복 우)
三兄之惡(삼형지악) : 세 오빠의 악함은
天旣厭之(천기염지) : 하늘이 이미 미워하시니
一家之殃(일가지앙) : 한 집안의 재앙을
予欲當之(여욕당지) : 제가 당하려 하오나,
與其死於等閑人之手(여기사어등한인지수) : 보통 사람의 손에 죽는 것이
曷若伏於郞君刃下(갈약복어랑군인하) : 어찌 낭군의 칼날에 죽어서
以報之德乎(이보지덕호) : 은덕을 갚는 것만 하겠습니까.
妾以明日入市爲害劇(첩이명일입시위해극) : 제가 내일 시가(市街)에 들어가
몹시 사람들을 해치면
則國人無如我何(칙국인무여아하) : 나라 사람들은 저를 어찌 할 수 없어서,
大王必募以重爵而捉我矣(대왕필모이중작이착아의) : 임금께서 반드시
높은 벼슬로써 사람을 모집하여 저를 잡게 할 것입니다.
爵(잔 작), 捉(잡을 착)
君其無㤼(군기무겁) : 그 때 낭군은 겁내지 말고 㤼(겁)
追我乎城北林中(추아호성북림중) : 저를 쫓아 성 북 쪽의 숲속까지 오시면
吾將待之(오장대지) : 제가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現曰(현왈) : 김현은 말했다.
人交人(인교인) : "사람이 사람과 사귐은
彛倫之道(이륜지도) : 인륜의 도리지만 彛(떳떳할 이)
異類而交(이류이교) : 다른 유(類)와 사귐은
蓋非常也(개비상야) : 대개 떳떳한 일이 아니오.
旣得從容(기득종용) : 그러나 일이 이미 이렇게 되었으니
固多天幸(고다천행) : 진실로 하늘이 준 다행인데
何可忍賣於伉儷之死(하가인매어항려지사) : 어찌 차마 배필의 죽음을 팔아
忍(참을 인), 伉(짝 항), 儷(나란히 할 려{여},{우거진 모양 리})
僥倖一世之爵祿乎(요행일세지작록호) : 한 세상의 벼슬을 바라겠소."
僥(바랄 요), 倖(요행 행), 爵(잔 작), 祿(복 록{녹})
女曰(녀왈) : 처녀가 말했다.
郞君無有此言(랑군무유차언) : "낭군은 그 같은 말을 하지 마십시오.
今妾之壽天(금첩지수천) : 이제 제가 일찍 죽는 것은
盖天命也(개천명야) : 대개 하늘의 명령이며
亦吾願也(역오원야) : 또한 저의 소원이요
郞君之慶也(랑군지경야) : 낭군의 경사이며
予族之福也(여족지복야) : 우리 일족의 복이요
國人之喜也(국인지희야) : 나라 사람들의 기쁨입니다.
一死而五利備(일사이오리비) : 한 번 죽어 다섯 가지 이로움을 얻을 수 있는 터에
其可違乎(기가위호) : 어찌 그것을 마다하겠습니까.
但爲妾創寺(단위첩창사) : 다만 저를 위하여 절을 짓고
講眞詮(강진전) : 불경(佛經)을 강론하여 詮(설명할 전)
資勝報(자승보) : 좋은 과보(果報)를 얻는데 도움이 되게 해 주신다면
則郞君之惠莫大焉(칙랑군지혜막대언) : 낭군의 은혜, 이보다 더 큼이 없겠습니다."
遂相泣而別(수상읍이별) : 그들은 마침내 서로 울면서 작별했다.
次日果有猛虎(차일과유맹호) : 다음날 과연 사나운 범이
入城中(입성중) : 성안에 들어와서
剽甚無敢當(표심무감당) : 사나움이 심하여 감히 당해 낼 수 없었다.
(빠를 표)
元聖王聞之(원성왕문지) : 원성왕(元聖王)이 듣고
申令曰(신령왈) : 영을 내려 이르기를
勘虎者爵二級(감호자작이급) : "범을 잡는 사람에게 2급의 벼슬을
주겠다."고 하였다.
現詣闕奏曰(현예궐주왈) : 김현이 대궐에 나아가 아뢰었다.
小臣能之(소신능지) : "소신이 잡겠습니다."
乃先賜爵以激之(내선사작이격지) : 왕은 먼저 벼슬을 주고 격려하였다.
現持短兵入林中(현지단병입림중) : 김현이 칼을 쥐고 숲속으로 들어가니
虎變爲娘子(호변위낭자) : 범은 변하여 낭자(娘子)가 되어
熙怡而笑曰(희이이소왈) : 반갑게 웃으면서 이르기를
熙(빛날 희), 怡(기쁠 이)
昨夜共郞君繾綣之事(작야공랑군견권지사) : "어젯밤에 낭군과 마음속 깊이 정을 맺던 일을
繾(곡진할 견), 綣(정다울 권)
惟君無忽(유군무홀) : 오직 그대는 잊지 마십시오.
今日被爪傷者(금일피조상자) : 오늘 내 발톱에 상처를 입은 사람들은
皆塗興輪寺漿(개도흥륜사장) : 모두 흥륜사의 간장을 바르고 漿(미음 장)
聆其寺之螺鉢聲(령기사지라발성) : 그 절의 나발(螺鉢) 소리를 들으면
聆(들을 령{영}), 螺(소라 라{나}), 鉢(바리때 발)
則可治(칙가치) : 나을 것입니다."하고는,
乃取現所刀(내취현소도) : 이어 김현이 찬 칼을 뽑아
自頸而仆(자경이부) : 스스로 목을 찔러 고꾸라지니
頸(목 경), 仆(엎드릴 부)
乃虎也(내호야) : 곧 범이 되었다
現出林而託曰(현출림이탁왈) : 김현이 숲속에서 나와서 이르기를
今玆虎易搏矣(금자호역박의) : "범은 쉽게 잡았다."고 말했다.
玆(이 자),搏(잡을 박)
匿其由不洩(닉기유불설) : 그리고 그 연유는 숨기고, 洩(샐 설)
但依諭而治之(단의유이치지) : 다만 범에게 입은 상처를 그 범이 시킨 대로 치료하였다.
諭(깨우칠 유)
其瘡皆效今俗亦用其方(기창개효금속역용기방) : 지금도 민가에서는 범에게 입은 상처에는
역시 그 방법을 쓴다. 瘡(부스럼 창)
現旣登庸(현기등용) : 김현은 벼슬에 오르자, 庸(쓸 용)
創寺於西川邊(창사어서천변) : 서천(西川) 가에 절을 지어
號虎願寺(호호원사) : 호원사(虎願寺)라 하고
常講梵綱經(상강범강경) : 항상 범망경(梵網經)을 강론하여
以道虎之冥遊(이도호지명유) : 범의 저승길을 인도하고
亦報其殺身成己之恩(역보기살신성기지은) : 또한 범이 제 몸을 죽여
자기를 성공하게 해 준 은혜에 보답했다.
現臨卒(현임졸) : 김현은 죽을 때에
深感前事之異(심감전사지리) : 지나간 일의 기이함에 깊이 감동하여
乃筆成傳(내필성전) : 이에 붓으로 적어 전하였으므로
俗始聞知(속시문지) : 세상에서 비로소 듣고 알게 되었으며
因名論虎林(인명론호림) : 그래서 이름은 논호림(論虎林)이라 했는데
稱于今(칭우금) : 지금까지도 그렇게 일컬어 온다.
48.鏡說(경설) 이규보(李奎報)
居士有鏡一枚, 塵埃侵蝕掩掩,
塵(티끌 진), 埃(티끌 애), 蝕(좀먹을 식), 掩(가릴 엄)
거사가 거울 하나를 갖고 있었는데, 먼지가 더덕더덕 끼어서
如月之翳雲 然朝夕覽觀, 似若飾容貌者.
翳(일산 예), 覽(볼 람{남}), 飾(꾸밀 식), 貌(모양 모{본떠 그릴 막})
마치 구름에 가려진 달빛처럼 희미했다. 그러나 그 거사는 아침저녁으로
이 거울을 들여다보며, 얼굴을 다듬는 사람처럼 하였다.
客見而問曰: "鏡所以鑒形, 鑒(거울 감)
어떤 손님이 거사를 보고 물었다. “거울이란 얼굴을 비추어 보는 것이요,
不則君子對之, 以取其淸.
아니면 군자가 그것을 대하여, 그 맑은 것을 취하는 것인데
今吾子之鏡, 濛如霧如 卽不可鑑其形, 濛(가랑비 올 몽), 霧(안개 무)
지금 그대의 거울은, 흐린듯하고 안개 낀 듯하니, 이미 얼굴을 비칠 수도 없습니다.
又無所取其淸, 然吾子尙炤不已, 豈有理乎? 炤(밝을 소)
또 맑은 것을 취할 수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그대는 여전히 비쳐보기를 그치지 않으니,
그것은 무슨 뜻입니까?”
居士曰 鏡之明也 姸者喜之 醜者忌之 姸(고울 연), 醜(추할 추)
거사가 말하기를, 거울이 밝으면, 잘 생긴 사람은 기뻐하고, 못생긴 사람은 꺼려합니다.
然姸者少醜者多 若一見 必破碎後己 不若爲塵所昏
破(깨뜨릴 파), 碎(부술 쇄), 鹿(사슴 록{녹}), 昏(어두울 혼)
그러나 (이 세상에는)잘 생긴 사람은 적고 못 생긴 사람은 많습니다.
만일 못생긴 사람이 한번 들여다보게 되면, 반드시 깨뜨리고야 말 것이니,
그러니 먼지가 끼어서 희미한 것만 못합니다.
塵之昏 寧蝕其外 未喪其淸 蝕(좀먹을 식), 喪(죽을 상)
먼지로 흐리게 함이, 차라리(寧) 그 밖을 먹어치우고,
그 맑은 것을 상하게 하지 않았도다.
萬一遇姸者而後磨拭之 亦未晩也
만일 잘생긴 사람을 만난 뒤에 갈고 닦아도, 역시 늦지 않습니다.
噫 古之對鏡 所以取其淸 吾之對鏡 所以取其昏 仔何怪哉
怪(기이할 괴)
아! 옛날에 거울을 보는 사람들은, 그 맑은 것을 취하기 위함이었지만,
내가 거울을 보는 것은, 오히려 흐린 것을 취하는 것인데,
그대는 어찌 괴이하게 생각합니까?”하니,
客無以對.
손님은 아무 대답이 없었다.
騈儷(변려), 故 : 옛스러운 문장
49.舟賂說(주뇌설) - 이규보
李子南渡一江(이자남도일강) : 이자가 남쪽으로 어떤 강을 건너는데,
有與方舟而濟者(유여방주이제자) : 배를 나란히 해서 건너는 사람이 있었다.
兩舟之大小同(양주지대소동) : 두 배의 크기도 같고
榜人之多少均(방인지다소균) : 사공의 수도 같으며 榜(매 방,배를젖다)
人馬之衆寡幾相類(인마지중과기상류) : 배에 탄 사람과 말의 수도 거의 비슷하였다.
寡(적을 과), 幾(기미 기)
而俄見其舟離去如飛(이아견기주이거여비) : 그런데 조금 후에 보니, 그 배는 나는 듯이 달려서
俄(갑자기 아)
已泊彼岸(이박피안) : 벌써 저쪽 언덕에 닿았지만,
予舟猶邅廻不進(여주유전회부진) : 내가 탄 배는 오히려 머뭇거리고 전진하지 않았다.
猶(오히려 유), 邅(머뭇거릴 전)
問其所以(문기소이) : 그래서 그 까닭을 물었더니,
則舟中人曰(칙주중인왈) : 배 안에 있는 사람이 말하기를,
彼有酒以飮榜人(피유주이음방인) : “저 배는 사공에게 술을 먹여서
榜人極力蕩槳故爾(방인극력탕장고이) : 사공이 힘을 다하여 노를
저었기 때문이오.”하였다.
蕩(쓸어버릴 탕), 槳(상앗대 장)
予不能無愧色(여부능무괴색) : 나는 부끄러워하지 않을 수 없었으며,
因歎息曰(인탄식왈) : 따라서 탄식하기를,
嗟乎(차호) : “아,
此區區一葦所如之間(차구구일위소여지간) : 이 조그마한 배가 가는데도
區(지경 구), 葦(갈대 위)
猶以賂之之有無(유이뢰지지유무) : 오히려 뇌물의 있고 없음에 따라
其進也有疾徐先後(기진야유질서선후) : 배가 나가는 것이 빠르고
느리며 앞서고 뒤서는 것이거늘,
況宦海競渡中(황환해경도중) : 하물며 벼슬을 경쟁하는 마당에 있어서
宦(벼슬 환)
顧吾手無金(고오수무금) : 나의 수중에 돈이 없는 것을 생각하매,
宜乎至今未霑一命也(의호지금미점일명야) : 당연하도다.
오늘날까지 한번의 관직도 얻지 못한 것이” 하였다.
霑(젖을 점)
書以爲異日觀(서이위이일관) : 이것을 기록하여 후일의 본보기로 삼는다.
50.盜子說(도자설) - 姜希孟(강희맹, 1424~1483)
조선 전기의 문신. 본관 진주(晋州). 자 경순(景醇).
民有業盜者(민유업도자) : 백성중에 도둑질을 직업으로 삼은 자가 있어
敎其子盡其術(교기자진기술) : 그 자식에게 그 술법을 다 가르쳐주니
盜子亦負其才(도자역부기재) : 그자가 또한 그 재간을 자부하여
自以爲勝父遠甚(자이위승부원심) : 자신이 아비보다 훨씬 낫다고 여겼다.
每行盜(매행도) : 언제나 도둑질을 할 적에는
盜子必先入而後出(도자필선입이후출) : 그 자식이 반드시 먼저 들어가고 나중에 나오며,
舍輕而取重(사경이취중) : 경한 것은 버리고 중한 것을 취하며,
耳能聽遠(이능청원) : 귀로는 능히 먼 데 것을 듣고
目能察暗(목능찰암) : 눈으로는 능히 어둔 속을 살피어,
爲羣盜譽(위군도예) : 도둑들의 칭찬을 받으므로
羣(무리 군)
誇於父曰(과어부왈) : 제 아비에게 자랑삼아 말하기를,
吾無爽於老子之術(오무상어로자지술) : 내가 아버지의 술법과 조금도 틀림이 없고
而強壯過之(이강장과지) : “강장한 힘은 오히려 나으니,
以此而往(이차이왕) : 이것을 가지고 가면
何憂不濟(하우부제) : 무엇을 못하오리까.” 하니
盜曰(도왈) : 아비도 역시 말하기를,
未也(미야) : “아직 멀었다.
智窮於學成而裕於自得(지궁어학성이유어자득) : 지혜란 배워서 되는 것이 아니요,
자득이 있어야 되는데
汝猶未也(여유미야) : 너는 아직 멀었다.” 하였다.
盜子曰(도자왈) : 자식이 말하기를,
盜之道(도지도) : “도적의 도는
以得財爲功(이득재위공) : 재물을 많이 얻는 것으로 공을 삼는 법인데,
吾於老子(오어로자) : 나는 아버지에 비해
功常倍之(공상배지) : 공이 항상 배나 많고
且吾年尙少(차오년상소) : 또 내 나이 아직 젊으니,
得及老子之年(득급로자지년) : 아버지의 연령에 도달하면
當有別樣手段矣(당유별양수단의) : 마땅히 특별한 수단이 생기게 될 것입니다.” 하니,
盜曰未也(도왈미야) : 아비 도적이 말하기를, “멀었다.
行吾術(행오술) : 내 술법을 그대로 행한다면
重城可入(중성가입) : 겹겹의 성도 들어 갈 수 있고,
祕藏可探也(비장가탐야) : 비장(秘藏)한 것도 찾아낼 수 있다.
然一有蹉跌(연일유차질) : 그러나 한 번 차질이 생기면
禍敗隨之(화패수지) : 화가 따르기 마련이다.
若夫無形跡之可尋(약부무형적지가심) : 이를테면 형적이 드러나지 않고
應變機而不括(응변기이부괄) : 임기응변하여 막힘이 없는 것은,
則非有所自得者(칙비유소자득자) : 자득(自得)의 묘가 없으면
不能也(부능야) : 못하는 것이다.
汝猶未也(여유미야) : 너는 아직 멀었다.” 하였다.
盜子猶未之念聞(도자유미지념문) : 자식은 그 말을 듣고도 들은 척도 아니하니,
盜後夜與其子(도후야여기자) : 아비 도적이 다음날 밤에 그 자식과 더불어
至一富家(지일부가) : 한 부잣집에 가서
令子入寶藏中(령자입보장중) : 자식을 시켜 보장(寶藏) 속에 들어가게 하여
盜子耽取寶物(도자탐취보물) : 자식이 한참 탐을 내어 보물을 챙기고 있는데,
盜闔戶下鑰(도합호하약) : 아비 도적이 밖에서 문을 닫고 자물쇠를 걸고 闔(문짝 합), 鑰(자물쇠 약)
攪使主聞(교사주문) : 일부러 소리를 내어 주인으로 하여금 듣게 하였다.
攪(어지러울 교), 聞(들을 문)
主家逐盜返(주가축도반) : 주인이 집에 도적이 든 줄 알고 쫓아 나와
視鎖鑰猶故也(시쇄약유고야) : 자물쇠를 본즉, 전과 같으므로
鎖(쇠사슬 쇄), 鑰(자물쇠 약)
主還內(주환내) : 주인은 안으로 들어가 버리니,
盜子在藏中(도자재장중) : 자식 도적은 보장 속에 들어서
無計得出(무계득출) : 빠져 나올 길이 없었다.
以爪搔爬(이조소파) : 그래서 일부러 손톱으로 빡빡 긁어서
爪(손톱 조), 搔(긁을 소), 爬(긁을 파)
作老鼠噬嚙之聲(작로서서교지성) : 쥐가 긁는 소리를 내니,
鼠(쥐 서), 噬(씹을 서)
主云鼠在藏中損物(주운서재장중손물) : 주인 말이, “쥐가 보장 속에 들어
물건을 절단 내니
不可不去(부가부거) : 쫓아버려야겠다.” 하고는,
張燈解鑰將視之(장등해약장시지) : 등불을 켜고 자물쇠를 끄르니
鑰(자물쇠 약)
盜子脫走(도자탈주) : 자식 도적이 빠져 달아났다.
主家共逐(주가공축) : 주인집 식구가 모두 나와 쫓으니
盜子窘(도자군) : 자식 도적이 사뭇 다급하여 窘(막힐 군)
度不能免(탁부능면) : 벗어나지 못할 것을 알고,
繞池而走(요지이주) : 못가를 돌아 달아나면서 繞(두를 요)
投石於水(투석어수) : 돌을 집어 물에 던졌다.
逐者云(축자운) : 쫓던 자가,
盜入水中矣(도입수중의) : “도적이 물 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하고,
遮躝尋捕(차란심포) : 모두 막아서서 찾으니,
遮(막을 차), 躝(넘을 란{난}), 尋(찾을 심), 捕(사로잡을 포)
盜子由是得脫歸(도자유시득탈귀) : 자식 도적이 이 틈에 빠져나와
怨其父曰(원기부왈) : 제 아비를 원망하며 하는 말이,
禽獸猶知庇子息(금수유지비자식) : “날 짐승도 오히려 제 새끼를 보호할 줄 아는데,
何所負(하소부) : 자식이 무엇을 잘못해서
相軋乃爾(상알내이) : 이렇게도 욕을 보입니까.” 하니, 軋(삐걱거릴 알)
盜曰(도왈) : 아비 도적이 말하기를,
而後乃今汝當獨步天下矣(이후내금여당독보천하의) :
“이제는 네가 마땅히 천하를 독보할 것이다.
凡人之技(범인지기) : 무릇 사람의 기술이란
學於人者(학어인자) : 남에게 배운 것은
其分有限(기분유한) : 한도가 있고,
得於心者(득어심자) : 제 마음에서 얻은 것은
其應無窮(기응무궁) : 응용이 무궁하다.
而况困窮咈鬱(이황곤궁불울) : 하물며 곤궁하고 답답한 것이란
咈(어길 불), 鬱(막힐 울)
能堅人之志而熟人之仁者乎(능견인지지이숙인지인자호) : 능히 사람의 심지를 견고하게 만들고, 사람의 기술을 익숙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냐.
吾所以窘汝者(오소이군여자) : 내가 너를 곤궁하게 만든 것은
窘(막힐 군)
乃所以安汝也(내소이안여야) : 바로 너를 편안하게 하자는 것이요,
吾所以陷汝者(오소이함여자) : 내가 너를 위험에 빠뜨린 것은
乃所以拯汝也(내소이증여야) : 바로 너를 건져 주기 위한 것이다.
拯(건질 증)
不有入藏迫逐之患(부유입장박축지환) : 네가 만약 보장에 갇히고 사뭇 쫓기던 환란을 당하지 아니하였다면,
汝安能出鼠嚙投石之奇乎(여안능출서교투석지기호) : 어찌 쥐 긁는 시늉과 돌을 던지는 희한한 꾀를 낸단 말이냐.
嚙(깨물 교)
汝因困而成智(여인곤이성지) : 네가 곤경에 부닥쳐 지혜를 짜내고
臨變而出奇(림변이출기) : 기변에 다달아 엉뚱한 수를 썼으니,
心源一開(심원일개) : 지혜가 한 번 열리기 시작하면,
不復更迷(부부경미) : 다시 현혹되지 않는 법이다.
汝當獨步天下矣(여당독보천하의) : 네가 마땅히 천하를 독보할 것이다.” 하였다.
後果爲天下難當賊(후과위천하난당적) : 그 뒤에 과연 천하에 적수가 없는 도적이 되었다.
夫盜賊(부도적) : 무릇 도적이란
惡之術也(악지술야) : 지극히 천하고 악한 기술이지만
猶必自得(유필자득) : 그것도 반드시 자득(自得)이 있은
然後乃能無敵於天下(연후내능무적어천하) : 연후에야 비로소 천하에 적수가 없는 법이다.
而况士君子之於道德功名者乎(이황사군자지어도덕공명자호) : 하물며 사군자(士君子)가 도덕공명(道德功名)을 뜻함에 있어서랴.
簪纓世祿之裔(잠영세록지예) : 대대로 벼슬하여 국록을 누리던 후손들은
簪(비녀 잠), 纓(갓끈 영), 裔(후손 예)
不知仁義之美學問之益(부지인의지미학문지익) : 인의가 아름답고 학문이 유익함을 모르고서,
身已顯榮(신이현영) : 제 몸이 이미 현달하면
妄謂能抗前烈而軼舊業(망위능항전렬이질구업) : 능히 전열(前烈)에 항거하여
옛 업을 무시하니,
抗(막을 항), 軼(번갈아 질{앞지를 일,수레바퀴 철})
此正盜子誇父之時也(차정도자과부지시야) : 이는 바로 자식 도적이
아비 도적에게 자랑하던 시절이다.
若能辭尊居卑(약능사존거비) : 만약 능히 높은 것을 사양하고 낮은 데 거하며,
謝豪縱(사호종) : 호방한 것을 버리고
豪(호걸 호), 縱(늘어질 종)
愛淡泊(애담박) : 담박한 것을 사랑하며,
折節志學(절절지학) : 몸을 굽혀 학문에 뜻하고,
潛心性理(잠심성리) : 성리(性理)에 잠심하여
不爲習俗所搖奪(부위습속소요탈) : 습속에 휩쓸리지 아니하면,
搖(흔들릴 요), 奪(빼앗을 탈)
則可以齊於人(칙가이제어인) : 족히 남들과 제등할 수도 있고
可以取功名(가이취공명) : 공명을 취할 수도 있으며,
用舍行藏(용사행장) : 써주면 행하고, 버리면 들앉아서
無適不然(무적부연) : 어디고 정당하지 않은 것 없으리니,
此正盜子因困成智(차정도자인곤성지) :
이는 바로 자식 도적이 곤경에 부닥치자 지혜를 짜내서
終能獨步天下者也(종능독보천하자야) : 마침내 천하를 독보하는 것과 같다.
汝亦近乎是也(여역근호시야) : 너도 또한 이와 근사하니
毋憚在藏迫逐之患(무탄재장박축지환) : 도적이 보장에 갇히고 사뭇 쫓기는 것과 같은
환란을 꺼리지 말고, 憚(꺼릴 탄), 迫(닥칠 박)
思有以自得於心可也(사유이자득어심가야) : 마음에 자득히 있을 것을 생각해야 한다.
毋忽(무홀) : 경홀히 말라.
51.飮酒(음주)- 陶淵明(도연명)
結廬在人境(결려재인경) : 초가를 엮어 마을 곁에 살아도
廬(오두막집 려{여})
而無車馬喧(이무거마훤) : 수레 끄는 소리, 말울음 소리하나 들리지 않는구나.
喧(의젓할 훤, 시끄러울 훤)
問君何能爾(문군하능이) : 묻노라. 그대는 어찌 능히 그럴 수 있는가?
心遠地自偏(심원지자편) : 허허! 마음이 (세상에서) 멀어지면
사는 땅은 절로 멀어진다네. 偏(치우칠 편)
採菊東籬下(채국동리하) : 동쪽 울타리 아래에서 국화 한 송이를 꺾어들고
籬(울타리 리{이})
悠然見南山(유연견남산) : 물끄러미 남산을 바라보네
山氣日夕佳(산기일석가) : 산 기운 저녁이라 아름다운데
飛鳥相與還(비조상여환) : 나는 새 쌍쌍이 둥지로 날아오노라.
此間有眞意(차중유진의) : 이 속에 인생의 참뜻이 들어 있으니
欲辨已忘言(욕변이망언) : 말로 드러내려 해도 이미 말을 잊었노라.
◈ 結廬(결려) : 농막, 초가를 얽어서 지어냄
52.四時(사시) - 陶淵明(도연명 365~427)
春水滿四澤(춘수만사택) : 봄 물은 사방의 연못에 가득하고
夏雲多奇峰(하운다기봉) : 여름 구름은 기이한 봉우리가 많구나
秋月揚明輝(추월양명휘) : 가을 달은 밝은 빛을 비추고
冬嶺秀孤松(동령수고송) : 겨울 산마루엔 외로운 소나무만 빼어 나구나.
53.招隱詩(초은시) - 左 思(진)
杖策招隱士(장책초은사) 杖(지팡이 장)
지팡이를 짚고 은자를 찾아가니
荒途橫古今(황도횡고금)거친 길은 옛날과 같고
岩穴無結構(암혈무결구)바위굴에는 얽은 것도 없는데
丘中有鳴琴(구중유명금)언덕에서 거문고 소리가 들리네
白雲停陰岡(백운정음강)岡(산등성이 강)
흰 구름은 북쪽 산언덕에 머무르고
丹葩曜陽林(단파요양림)葩(꽃 파), 曜(빛날 요)
붉은 꽃은 남쪽 숲에서 빛나네
石泉潄瓊瑤(석천수경요) 潄(양치질할 수), 瓊(옥 경), 瑤(아름다운 옥 요)
석천은 옥돌을 씻어주고
纖鱗或浮沈(섬인혹부침) 纖(가늘 섬), 鱗(비늘 인{린}), 浮(뜰 부)
가는비늘 물고기 헤엄치며노네
洛陽紙貴 : 글을 많이 베껴 종이가 모자라 값이 비싸다(三都賦)
54.春曉(춘효) -孟浩然(맹호연,689-740 盛唐 詩人)
春眠不覺曉(춘면불각효) : 봄 잠에 날새는 것도 몰랐더니
處處聞啼鳥(처처문제조) : 곳곳에서 새 우는 소리 들리네
夜來風雨聲(야래풍우성) : 간밤의 비바람 소리에
花落知多少(화락지다소) : 꽃이 얼마나 떨어졌을까
▶ 春曉 : 봄날 새벽의 정취를 그린 시이다.
▶ 春眠不覺曉 : 나른한 봄날이라 날새는 것도 모르고 늦잠을 잠.
▶ 處處 : 곳곳에서, 여기저기서. ▶ 啼 : 울다.
▶ 夜來 : 간밤에, 어젯밤에, 來는 어조사로 뜻이 없음.
▶ 知多少 : 多少는 의문사로 '얼마나', 知는 의문사 앞에 놓여 不知의 뜻으로 쓰였다.
간밤에 비바람 몰아치더니 꽃이 얼마나 떨어졌을지 모르겠다.
꽃이 떨어지면 봄날도 다 지나가므로 이를 아쉬워하면서
한편으로 인생의 무상함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55.送元二使安西 - 왕유(王維, 唐)
渭城朝雨浥輕塵(위성조우읍경진)
위성의 아침 비가 가벼운 먼지를 적시고
客舍靑靑柳色新(객사청청유색신)
객사의 버드나무는 푸른빛을 더해가는구나.(새롭구나)
勸君更進一杯酒(권군갱진일배주)
그대에게 권하노니 다시 한잔 더 드시게나.
西出陽關無故人(서출양관무고인)
서쪽으로 양관을 나서면 아는 친구도 없다네
浥(젖을 읍), 輕(가벼울 경), 塵(티끌 진)
*비가 내린 후의 산뜻한 아침풍경과 친구를 보내는 별리의 정이
어우러진 시입니다.
56.竹裏(里)館-죽리관 - 王維(왕유)
독좌유황리(獨坐幽篁裏) - 홀로 그윽한 대숲 속에 앉아
탄금복장소(彈琴復長嘯) - 거문고를 타다가 휘파람도 불어본다
(시도 읖조려 본다)
심림인부지(深林人不知) - 깊은 숲에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명월래상조(明月來相照) - 밝은 달만 서로 비추네.
幽(그윽할 유), 篁(대숲 황), 裏(속 리{이}),嘯(휘파람 불 소)
57.春望(춘망) - 杜甫(두보)
國破山河在(국파산하재)
나라가 망하니 산과 강만 남아 있고
城春草木深(성춘초목심)
성 안에 찾아온 봄, 풀과 나무만이 무성하구나
感時花濺淚(감시화천루)
시절을 생각해 보니 꽃이 나의 눈물을 흩뿌리게 하고
恨別鳥驚心(한별조경심)
이별의 한은 새마저 나의 마음을 놀라게 하는구나
烽火連三月(봉화연삼월)
봉화불(전쟁)이 석 달 동안 계속되니
家書抵萬金(가서저만금)
집안의 소식은 만금보다 값지도다
白頭搔更短(백두소경단)
흰머리를 긁으니 또 짧아지고
渾欲不勝簪(혼욕부승잠)
(남은 머리를) 다 모아도 비녀도 꽂지 못하겠구나
濺(흩뿌릴 천), 淚(눈물 루{누}), 抵(거스를 저), 搔(긁을 소),
渾(흐릴 혼), 勝(이길 승), 簪(비녀 잠)
58.黃鶴樓(황학루)-崔顥(최호704?~754,당의변주(河南)사람)
昔人已乘黃鶴去(석인이승황학거) 옛사람 이미 흰구름 타고 가 버렸고
此地空餘黃鶴樓(차지공여황학루) 이곳에는 부질없이 황학루만 남았구나
黃鶴一去不復返(황학일거불부반) 황학이 한번 떠나 다시 오지 않나니
白雲千載空悠悠(백운천재공유유) 흰 구름만 천년토록 부질없이 한가하네
晴川歷歷漢陽樹(청천력력한양수) 개인강 저쪽엔 한양의 나무가 뚜렷하고
芳草妻妻鸚鵡洲(방초처처앵무주) 꽃다운 풀들은 앵무주에 무성하도다
日暮鄕關何處是(일모향관하처시) 날은 저무는데 고향은 어디메인가?
煙波江上使人愁(연파강상사인수) 안개 자욱한 강 속에서 향수에 젖네
▶ 黃鶴樓 : 호북성 무창현의 서남 황학산에 있는 누대 이름.
59.강촌(江村) - 杜甫(두보)
淸江一曲抱村流(청강일곡포촌류)
맑은 강 한 굽이 마을을 감싸고 흐르는데
長夏江村事事幽(장하강촌사사유) 幽(그윽할 유)
기나긴 여름 강촌은 만사가 한가롭다
自去自來梁上燕(자거자래양상연) 燕(제비 연)
제비는 마음대로 처마를 들고나고
相親相近水中鷗(상친상근수중구) 鷗(갈매기 구)
수중의 갈매기는 가까이 가도 날아갈 줄 모른다
老妻畵紙爲棋局(노처화지위기국)
늙은 아내는 종이에 바둑판을 그리고
稚子敲針作釣鉤(치자고침작조구)
稚(어릴 치),敲(두드릴 고),釣(낚시 조), 鉤(갈고랑이 구)
어린 아들은 바늘을 두드려 낚싯바늘을 만드는구나
多病所須唯藥物(다병소수유약물)
다병한 몸에 필요한 것이란 오직 약물뿐
微軀此外更何求(미구차외갱하구) 微(작을 미), 軀(몸 구)
미천한 이내 몸이 달리 또 무엇을 바라리오
60.竹枝詞(죽지사) - 劉禹錫(唐)
山桃紅花滿上頭(산도홍화만상두)
산복사의 붉은 꽃은 산머리에 가득하고
蜀江春水拍山流(촉강춘수박산류) 蜀(나라 이름 촉), 拍(칠 박)
촉강의 봄 물은 산을 부딫치며 흐르네
花紅易衰似郎意(화홍이쇠사낭의) 衰(쇠할 쇠), 郎(사나이 낭{랑})
쉽게 시드는 붉은 꽃은 님의 마음같고
水流無限似儂愁(수류무한사농수) 儂(나 농), 愁(시름 수)
물의 흐름이 무한함은 나의 근심 같구나
61.題西林壁(제서임벽) - 蘇 軾(唐)
橫看成嶺側成峰(횡간성령측성봉)
이리 보면 산마루요 저리 보면 봉우리라
遠近高低各不同(원근고저각부동)
원근 고저 보는 곳에 따라 다르네
不識廬山眞面目(불식여산진면목) 廬(오두막집 여{려})
여산의 진면목을 알 수 없는 것은
只緣身在此山中(지연신재차산중)
다만 이 몸이 이산 안에 있기 때문이라네
62.觀書有感(관서유감)-주희(朱熹)1130~1200(新安朱氏始祖)
半畝方塘一鑑開(반무방당일감개) 畝(이랑 무{묘}), 塘(못 당),鑑(거울 감)
조그만 네모 연못이 거울처럼 열리니
天光雲影共徘徊(천광운영공배회) 徘(노닐 배)
하늘빛과 구름 그림자가 그 안에 떠 있네.
問渠那得淸如許(문거나득청여허) 渠(도랑 거), 那(어찌 나)
무엇일까? 이 연못이 이리 맑은 까닭은?
爲有源頭活水來(위유원두활수내)
샘이 있어 맑은 물이 흘러오기 때문이지.
昨夜江邊春水生(작야강변춘수생) 지난 밤 강가에 봄물이 불어나니
蒙衝巨艦一毛輕(몽충거함일모경) 거대한 전함이 터럭처럼 떠올랐네.
向來枉費推移力(향내왕비추이력)이전엔 힘을 들여 옮기려고 애썼는데
此日中流自在行(차일중류자재항) 오늘은 강 가운데 저절로 떠다니네.
63.閨怨(규원) - 王昌齡(왕창령)
- 아내가 남편에게 이별을 당한 원한의 시
閨中少婦不知愁(규중소부부지수) 閨(도장방 규)
규중의 어린 아내 시름을 몰라
春日凝粧上翠樓(춘일응장상취루) 凝(엉길 응), 翠(물총새 취)
봄단장 곱게하고 다락 위에 올랐네
忽見陌頭楊柳色(홀견맥두양유색) 忽(소홀히 할 홀), 陌(두렁 맥)
문득 길거리의 버들 빛을 바라보고
悔敎夫壻覓封侯(회교부서멱봉후) 悔(뉘우칠 회),壻(사위 서),覓(찾을 멱)
낭군을 벼슬 찾아 보낸 일을 후회하네
64.靜夜思(정야사) - 李白(이백)
- 달밤에 그리는 정은
牀前明月光(상전명월광) 침상 머리맡 밝은 달빛을,
疑是地上霜(의시지상상) 땅 위에 내린 서린가도 생각하였다.
擧頭望山月(거두망산월) 고개 들어 산마루의 달을 쳐다보다가,
低頭思故鄕(저두사고향) 고개 숙여 고향을 생각하노라!
65.山中問答(산중문답) - 이 백
問爾何事樓碧山(문이하사서벽산) 碧(푸를 벽)
묻노니, 그대는 왜 푸른 산에 사는가.
笑而不答心自閑(소이부답심자한) 閑(막을 한)
웃을 뿐, 답은 않고 마음이 한가롭네
桃花流水杳然去(도화유수묘연거) 杳(어두울 묘)
복사꽃 띄워 물은 아득히 흘러가나니,
別有天地非人間(별유천지비인간)
별천지 따로 있어 인간 세상 아니네.
66.憫農「민농」- 이신(李紳)
-불쌍한 농부들
鋤禾日當午(서화일당오) 鋤(호미 서), 禾(벼 화)
한낮 뙤약볕 아래서 김을 매니
汗滴禾下土(한적화하토) 汗(땀 한), 滴(물방울 적)
땀방울이 벼 아래 흙에 뚝뚝 떨어지네
誰知盤中巽(수지반중손)誰(누구 수), 盤(소반 반), 巽(손괘 손)
누가 알랴, 그릇에 담긴 밥이
粒粒皆辛苦(립립개신고) 粒(알 립{입}), 皆(다 개)
한 알 한 알 괴로움이 영근 것인 줄을
67.등고(登高) - 杜甫(당)
風急天高猿嘯哀(풍급천고원소애) 猿(원숭이 원), 嘯(휘파람 불 소)
바람이 빠르며 하늘이 높고 원숭이의 휘파람이 슬프니
渚淸沙白鳥飛廻(저청사백조비회) 渚(물가 저), 廻(돌 회)
물가가 맑고 모래 흰 곳에 새가 돌아오는구나.
無邊落木蕭蕭下(무변낙목소소하) 邊(가 변), 蕭(맑은대쑥 소)
끝없이 지는 나뭇잎은 쓸쓸히 떨어지고
不盡長江滾滾來(부진장강곤곤래) 盡(다될 진), 滾(흐를 곤)
다함이 없는 긴 강은 잇달아 오는구나.
萬里悲秋常作客(만리비추상작객)
만 리에 가을을 슬퍼하여 늘 나그네가 되니
百年多病獨登臺(백년다병독등대) 獨(홀로 독), 臺(돈대 대)
한평생 많은 병에 혼자 누대에 오른다.
艱難苦恨繁霜鬢(간난고한번상빈) 繁(많을 번), 鬢(살쩍 빈)
온갖 고통에 서리 같은 귀밑머리가 많음을 슬퍼하니
燎倒新停濁酒杯(요도신정탁주배) 燎(화톳불 료{요}), 濁(흐릴 탁)
늙고 초췌함에 흐린 술잔을 새로 멈추었노라.
'고전 이야기 > 고문진보와 시.서(詩.書)'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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