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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천 조각환의 나들이 흔적
그곳에 가고싶다/대전.충청권

괴산의 숨은 비경 갈은구곡(갈론구곡)

by 안천 조각환 2022. 10. 28.

갈론 또는 갈은구곡은 괴산댐 상류에 있는 깊고 아름다운 비경의 계곡이다.

갈론(갈은)계곡은 계곡 입구에 갈 씨 성을 가진 사람들이 살았다고 하여 붙여졌다고도 하고,

칡이 많이 우거져서 은거하기 좋은 곳이라는 뜻으로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한다.

 

갈론계곡과 괴산댐(호)이 만나는곳의 유람선 선착장

 

이 비경의 골짜기는 조선 명종, 선조 때의 명신인 노수신(1515~1590년)이

사랑했던 곳으로, 1565년부터 1567년까지 갈론에서 유배생활을 했던 노수신은 갈은동의

아홉 명소를 꼽아 9곡으로 정하고 연하수석 정일건곤(煙霞水石 精一乾坤)이라는 말을 남겼다.

하늘에는 안개와 노을, 땅에는 물과 돌이 어우러지니 천지에 하나뿐인 아름다움 이라는 뜻이다.

참고로 갈은구곡 하류인 연하구곡의 이름을 지은이는 노수신의 10대손인 노성도이다.

 

괴산호 유람선

 

구곡은  아홉 곳의 명소가 있다고 해서 갈론 또는 갈은구곡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갈은동문(葛隱洞門)을 시작으로 제1곡 정암석실, 제2곡 갈천정, 제3곡 강선대, 제4곡 옥류벽,

제5곡 금병, 제6곡 구암(거북바위), 제7곡 고송유수재, 제8곡 칠학동천, 제9곡 선국암이다.

 

연하협 구름다리

 

갈은구곡은 괴산호의 연하협 구름다리와 선착장이 있는곳에서 한참을 올라가면

갈은마을이 나오고 여기에서 계곡 옆 길을 따라 1km 정도 가면 오른쪽으로

길고 높은 큰 바위가 있고, 그 바위위에 얹혀있는 듯한 또 다른 바위가 있는데

여기에 갈은동문(葛隱洞門)이라는 글이 새겨져 있으며 바로 갈은구곡의 시작점이다.

 

갈은구곡

 

동문(洞門)은 신선이 살 정도로 운치 있는 계곡인 동천(洞天)으로 향하는

문을 뜻하며, 갈은동문은 갈은구곡의 선계(仙界)로 들어가는 입구라는 의미다.

 

갈은동문 바위

 

여기서 부터 갈은구곡의 시작이다

 

갈은동문(葛隱洞門) 글씨가 새겨진 위의 바위

 

바위 아래

 

갈은구곡 제1곡 장암석실(場嵓石室) 

 

장암석실은 커다란 암벽에 場嵓石室(장암석실) 이란

곡명(曲名)이 새겨져 있어 장암석실이라 부른다.

장암석실 끝부분에 ㄱ자로 파인 암벽 안쪽에는 구곡시가 새겨져 있다.

구곡시를 새긴 암벽 아래가 마치 바위집 같다고 하여 "집바위"라 부르기도 한다.

암벽에는 제1곡의 시도 새겨져 있다고 하는데 희미하여 찾지못하고 다음 기회로 미룬다.

 

제1곡 장암석실(場嵓石室)

 

겨울은 따뜻하고 여름엔 시원하네.

자연과 이웃하니 즐겁기만 하구나!

흰 암반은 평평하고 둥글어 채소밭을 이루고

청산은 겹겹이 솟아 담장을 둘렀네.

 

제2곡 갈천정(葛天亭)

 

갈천정은 갈천이라는 성을 가진 사람이 은거했다는 장소로

갈은마을의 지명 유래가 된곳이다.

커다란 암반아래 사람이 둘러 앉을 만한 공간이 있어 정자란 이름을 붙였다.

 

갈천정(葛天亭)

 

갈천정에 새겨져 있는 구곡시

 

햇살은 청산 너머로 저물고

해가 갈수록 백발만 늘어 가누나!

오래도록 몇몇 군자들과 함깨

갈천씨의 백성이 되고 싶구나!

 

갈천정앞의 계곡

 

좌우계곡의 합수 지점 삼거리

 

제3곡은 왼쪽계곡 입구에 있으며 구곡은 오른쪽의 옥녀봉 가는길로 가야한다

 

제3곡 강선대(降僊臺)

 

강선대는 신선이 내려온 대를 뜻한다.

절벽아래 너럭바위를 휘감아 흐르는 옥류가 어우러져 비경을 이룬다.

이름 그대로 신선이 내려왔다는 곳이다.

바위 암벽이 층층이 쌓인 중간에 처마처럼 돌출된 곳을

강선대라 이름하고 아래에 구곡시를 새겼다,

 

여러겹의 바위 중, 중간 튀어나온 바위 아래에 강선대(降僊臺) 글씨가 있다

 

황당하지 않아? 정말일까?

이 세상에 신선을 본 사람이 몇이나 될까?

참 이상도하지. 여기에 찾아오는 사람은.

가슴속 깨끗해져 절로 속된마음 사라진다네.

 

강선대

 

강선대(降僊臺) 글씨

 

강선대의 선자가 신선 선(仙)자가 아닌 춤출, 신선 선(僊)자로 쓴 것은

불로장생하는 신선이라는 뜻을 지녔다고 한다.

 

강선대앞을 흐르는 옥류

 

강선대를 돌아나와 옥녀봉 가는길의 4곡으로 향한다

 

옥녀봉쪽 계곡

 

제4곡 옥류벽(玉溜壁)

 

옥류벽은 구슬같은 물방울이 맺히는 절벽이라는 뜻이다.

매끈한 암벽이 종횡으로 절리를 만든 아래로 맑은 계곡물이 흘러 

암벽에 영롱한 물방울을 달아놓고 있다.

마치 시루떡을 층층이 쌓아 놓은 듯한 절벽이다.

 바위아래 거울처럼 맑은 담(潭)에다 그림자를 드리운 층층바위와

옥빛물이 이루어낸 풍광은 아직도 수줍은 듯 얼굴을 붉힌다.

 

옥류벽(玉溜壁)

 

용은 단약 솥에 엎드리고 거북은 연꽃위로 오르는데

신선되어 오르기 정말 어렵다네.

절벽사이 방울방울 흐르는 물 경장수이니

오래도록 마시면 응당 장수할 수 있다네.

 

옥류벽앞 옥류계곡

 

옥류벽(玉溜壁) 글씨

 

제5곡 금병(錦屛)

 

제5곡 금병은 비단같은 병풍바위라는 의미이다.

황갈색 바위벽에 물빛이 반사돼 햇볕이 닿으면 비단처럼 보인다고 해 지어진 이름이다.

바위 벽에 금병이 새겨져 있고, 그 왼쪽에 세로로 길게 시가 남겨져 있다.

 

비단 병풍. 온갖 꽃이 무성하고 햇빛이 붉게 비치니

오색 가사를 등에 걸친 중이러라

층층이 쌓인 바위 금병의 그림자 어떠한고?

차가운 연못에 거꾸로 비치니 푸르고 맑도다.

 

제6곡 구암(龜嵓)

 

구암은 거북이 형상을 하고있다 하여 붙여졌다.

거북은 장수와 관련하여 십장생의 하나였을 뿐만아니라

민간에서는 신령한 영물로 신성시 되었다.

 

구암(龜嵓)

 

오래묵은 거북이 찬 샘물을 머금었다 뿜었다 하니

구슬모양 늘어났다 줄었다 원근에서 볼 수 있네.

한 번 석문이 우뢰맞아 부서진 뒤로 

이 영산을 잘 아껴서  지켜주지 못했다네.

 

거북을 닮은 바위

 

제7곡 고송유수재(古松流水齋)

 

고송유수재는 고송 아래로 흐르는 물가에 지은 집이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구곡을 설정했던 당시에는 아담한 정사(精舍)가 한 채 있었을 법하다.

왼쪽 바위벽에 갈은동(葛隱洞) 글자가 음각되어 있다.

칠학동천, 선국암과 연계된 내용들로 이루어진 고송유수재 구곡시에서는 

신선처럼 살고 싶어했던 관념이 구체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학은 일찌기 이 아름다운 곳을 어떻게 알았을까?

다만 나의 취미도 학과 같다네.

바둑판 하나 새기고 한 칸 집지어

기쁘게 두 늙은이 마주 앉았네.

 

제8곡 칠학동천(七鶴洞天)

 

칠학동천은 일곱마리 학이 살던 곳이라는 뜻이다.

구곡시에는 신선의 세계에 사는 학이 떠나간 아쉬움과

신선처럼 살고 싶다는 마음에 고요한 밤 밝은 달빛아래

학의 소리가 들리는 듯한 그리움이 나타나 있다.

 

이곳에 일찍이 일곱 마리 학이 살았다 하나

학은 날아가 보이지 않고 구름만 떠가네.

지금 달 밝고 산은 텅빈 밤

이슬이 놀란 학 울음 들리는듯 하구나!

 

칠학동천(七鶴洞天) 글씨

 

제9곡 선국암(仙局嵓)

 

선국암은 신선이 바둑을 두던 바위를 말한다.

바둑판 바위 네 귀퉁이에는 사노동경(四老同庚) 글씨가 음각되어 있다.

네 분의 동갑네기 노인들이 바둑을 즐겼다는 뜻이다.

바위의 위를 살펴보면 실제 바둑을 놓을 수 있도록

바둑판이 음각되어 있어 풍류를 즐길 수 있다.

 

선국암(仙局嵓)

 

옥녀봉 산 마루에 해가 기울어

바둑을 끝내지 못하고 각기 집으로 돌아갔네.

다음날 아침 생각나 다시 와보니

바둑알 알알이 돌위에 꽃이 되었네.

 

선곡암 상류

 

가을이 익어가는 단풍

 

감국과 나비

 

갈대 꽃

 

사위질빵 꽃

 

억새 꽃

 

가을의 마지막 꿀을 열심히 모으는 갈은구곡의 꿀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