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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천 조각환의 나들이 흔적
그곳에 가고싶다/광주.전라권

하얀 설국으로 변한 남원 광한루(2)

by 안천 조각환 2022. 12. 24.

조선시대의 선비들은 남원 광한루를 찾아 풍류를 즐기며 많은 시들을 읊었는데

광한루내의 춘향체험관 뜰에는 이들이 쓴 시(時) 중에서, 난고 김병연(金炳淵),

다산 정약용(丁若鏞), 성촌 신흠(申欽), 송강 정철(鄭澈), 백강 이경여(李敬與),

옥봉 백광훈(白光勳), 사암 천만리(千萬里), 관찰사 양성지, 그리고 

대한민국의 건국초기 국무총리인 창낭 장택상(張澤相) 등의 시비가 세워져 있다.

 

오작교 아래 원앙새

 

강희맹(姜希孟)의 광한루 시(시비는 없음)

 

명승으로 이름난 남녘 땅 광한루  /  지명남국광한루(知名南國廣寒樓)

유월에 올랐어도 뼛속은 가을이네.  /  유월등림골욕추(六月登臨骨欲秋)

갑자기 달 떠오르니 하늘 세상 여기로세  /  계영홀래천우구(桂影忽來天宇區)

붉은 난간 굽은 곳에 견우성이 흐르네.  /  주란곡처과견우(朱欄曲處過牽牛)

 

*강희맹(姜希孟1424~1483)은 조선의 문신으로. 뛰어난 문장가이다.

1447년(세종 29) 18세에 별시문과에 장원급제하여 1473년 병조판서가 되고

1482년에는 좌찬성에 이르렀으며, 소나무 및 대나무 등 산수화를 잘 그렸다.

 

등 깃털에 내려앉은 눈

 

난고 감병연의 시비

 

등 광한루(登 廣寒樓) ~ 광한루에 올라

 

남녘의 경치가 이 광한루에서 다하였으니   /  남국풍광진이루(南國風光盡此樓)

용성아래 터잡고 오작교 머리맡에 있구나.  /  용성지하작교두(龍城之下鵲橋頭)

물 없던 강에 소나기 오니 끝없이 흐르고  /   강공급우무단과(江空急雨無端過)

넓은 들에는 구름남아 떠나지 않는구나.  /   야활여운불긍수(野濶餘雲不肯收)

 

외로운 길손 지팡이와 짚신으로 천리길 찾아오니  /  천리공헤고객도(千里箜鞋孤客到)

신선들의 풍류소리 사시사철 그치지 않네.  /  사시가고중선유(四時笳鼓衆仙遊)

은하수 한 줄기가 봉래도와 닿았으니  /  은하일맥연봉도(銀河一脈連篷島)

신령스런 용궁을 바다에서만 찾을필요가 없도다.  /   미필영구입해구  /  (未必靈區入海求)

 

*난고 김병연(蘭皐 金炳淵, 1807~1863)은 

본관이 안동. 자는 난고(蘭皐), 별호는 김삿갓 또는 김립(金笠). 경기도 양주 출생이다

 

설중 산수유

 

다산 정약용 시비

 

층층의 성벽 굽은 보루깅을 베고 누웠는데

만미관 동쪽으로 나와 한 누각을 보았네.

정전 터는 황폐한 유인궤의 관부이고

관문의 방비 예로부터 견고한 대방 고을이라네.

 

쌍계의 풀 푸르럼에 봄 그늘 조용하고

팔령의 꽃 흐드러짐에 전장 기운 걷혔네.

봉홧불 오르지 않고 노래와 춤 성대하니

수양버들 가에 여전히 목란배 매고 머무노라.

 

 *다산 정약용(茶山 丁若鏞,1762~1836)의 자는 미용(美鏞). 호는 다산·사암(俟菴)·

여유당(與猶堂)·채산(菜山). 근기(近畿)이며, 조선 중기의 유학자. 실학자이며

저서로는 경세유표, 목민심서, 여유당전서 등이 있다. 

 

설중 홍시

 

홍시를 따 먹는 직박구리

 

송강 정철 시비

 

은하를 드넓혀 밝은 달을 희롱하고

대나무 가꾸어 맑은 바람 끌어 오네.

일 년 동안 남녘 지방에 두루 덕화(德化)를 펴니

오직 맑은 바람과 밝은 달 속에 노닐었네.

 

*송강 정철(松江 鄭澈)은  조선시대 우의정, 좌의정, 전라도체찰사 등을

역임한 문신. 문인이며. 본관은 연일(延日). 자는 계함(季涵), 호는 송강(松江)이다.

 

사철나무

 

상촌 신흠의 시비

 

계수나무 천연한 향기 자리에 스며들어 향기로우니 

밤늦도록 미인들과 어울려 함께 돌아갈 줄 모르네.

단약(丹藥)은 얼마나 찧어야 불로의 선약이 되는가

 밝은 달은 먼리 만리 까지 비추누나.

 

밤이슬은 아스라이 은하수에 이어져 맑고 

누대는 멀리 아름다은 무지개 다리를 누른다네.

어떤 이유로 한결같이 성도의 점쟁이는

발을 파는 저잣거리에서 직녀의 베틀을 자랑하는가.

 

*상촌 신흠(象村 申欽,1566~1628)은 조선시대 예조참판, 자헌대부,

예조판서 등을 역임한 문신으로, 본관은 평산(平山). 자는 경숙(敬叔),

호는 현헌(玄軒)·상촌(象村)·현옹(玄翁)·방옹(放翁)이다.

 

남천

백강 이경여의 시비

 

은하수 찬란하고 밤기운 차가운 광한루에

오작교 가로놓여 북두성 견우성이 가깝구나.

하늘나라와 인간 세상은 풍경이 다르니

계수나무 궁궐엔 달이 천년을 머문다네.

 

*백강 이경여(白江 李敬輿,1585~1657)는 조선 중기의 문신이다.

 

꽃사과

 

관찰사 양성지 시비

 

좋은 시절 감사되어 높은 광한루에 올라

앞으로 나아가니 막상 백 척의 끝인줄 알겠네.

멀리 흘러가는 관내의 강물 가을이라 보기 좋고

한 누대의 풍월에 흥겨운 마음 가누기 어렵구나.

 

성군의 조정에선 부지런한 다스림에 보답치 못하고

고향에서 도리어 낮에 비단옷 입고 뽐내며 노노라.

임금님 시키신 일 일정이 있어 정감을 다 풀 수 없으니

이때에 술 아니 마시고 다시 무엇을 바라랴.

 

*관찰사 양성지(觀察使 梁誠之,1415~1482)

 

방자

 

춘향을 옥으로 끌고가는 수레꾼

 

수레와 짐꾼

 

변사또와 아전 등

 

성춘향과 이몽룡

 

창랑 장택상의 "광한루" 시비

 

누각 위에 고운님 어디로 가셨는가

복사꽃 물에 떠 사람들을 애닲프게 하누나.

오작교 위에 떠 있는 무심한 저 달은 

세상을 비춰 온 지 몇 백 년이던가.

 

또 쓰다(우제, 又題)

 

먼 길 남녘으로 와서 홀로 광한루에 오르니

호탕한 흥취 넘치는데 수심 또한 가득하네.

서쪽하는 바라보니 옥경은 어디 메인가

강호의 모래 위 물새만 내 벗인가 하노라.

 

* 창랑 장택상(滄浪 張澤相,1893~1969)은 광복 이후 초대 외무부장관,

국무총리 등을 역임한 정치인으로, 본관은 인동(仁同). 호는 창랑(滄浪)이다.

 

우체통에도 소복소복

 

초가지붕에도

 

기와지붕에도

 

의자에도

 

옥봉 백광훈의 시비

 

그림 그린 난간 서쪽편에 마름풀 물결치는데

무한한 이별의 정에 해도 지려 하는구나.

향기로운 풀들 어느 때에나 길가에 있고

푸른 산 어느곳이나 흰 구름 떠있다.

 

외로운 배 꿈결 속에 넓은 바다를 항해하고

삼월 안개속 월궁에 꽃 피는것 생각하노라.

동이 술 쉽사리 비워짐에 사람들도 흩어지는데

들새 울음소리 원망하는 듯 노래 하는 듯 하구나.

 

*옥봉 백광훈(玉峯 白光勳,1537~1482)의 자는 창경(彰卿),

호는 옥봉(玉峰). 관향은 해미(원래는 수원)이고, 최경창, 이달과 함께

삼당시인이라 불리며, 산수를 방랑하며 당풍의 시들을 남겼다.

 

눈속의 대나무

 

사암 천만리의 등 광한루(登 廣寒樓) 시비

 

어느 해 이곳 누각에 장수깃발 세웠는가

내가 와서 오르니 때는 바로 초가을이네.

깃발 나부끼는 북쪽 변방에 전쟁 기운 조용하고

검 짚고 서니 남쪽 하늘에 상서러운 구름 떠 있네.

 

조용하던 조선에 갑자기 전쟁이 일어났는데

문물이 우리 중국과 비슷하게 보여 기쁘네.

후일 응달진 산 골짜기 말 달리며 싸워서 

큰 도적들 쳐부수어 해동을 안정시키리라.

 

*사암 천만리(思庵 千萬里,1543~미상)는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때

명나라 조병영양사 신분의 원병으로 참전한 무신이며 귀화인이다.

자는 원지(遠之) 호는 사암(思庵), 시호는 충장(忠壯)이다.

중국 영양(潁陽)사람이며 영양천씨의 중시조이다.

이 시는 천만리 장군이 남원성을 수복하고 광한루에 올라 읊은 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