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야흐로 상큼한 매화향이 코끝을 스쳐가는 매화의 계절이다.
이때쯤이면 성리학의 대가 매계 조위(梅溪 曺偉)선생의 숨결이 녹아있는
매화 한시(漢詩)를 되새겨 보며 짙은 매향속으로 젖어들게된다.
매조(梅鳥) ~ 매화와 동박새
대매야독주역(對梅夜讀周易) ~ 매화를 대하며 밤에 주역을 읽다
매계 조위(梅溪 曺偉,1454~1503)
인적 끊긴 조용한 밤 홀로 문을 걸고서 / 야정인한독폐문(夜靜人閑獨閉門)
안채에서 등불을 짝하여 주역을 읽는다 / 반등간역대유헌(伴燈看易對幽軒)
글을 읽느라 매화 지는 줄도 몰랐는데 / 독래불각매화락(讀來不覺梅花落)
책상머리에 사뿐히 내려앉은 하얀 흔적 / 비박상두점소흔(飛撲床頭點素痕)
통도사 설중매
붉은 매화 족자를 제목으로 (題紅梅畫簇)
매계 조위(梅溪 曺偉,1454~1503)
신선경에서 꿈을 깨어 달빛을 밟으니 / 몽각요대답월화(夢覺瑤臺踏月華)
꽃잎은 반짝이고 그림자는 비껴있구나. / 향혼취취영횡사(香魂耿耿影橫斜)
옥같이 자연스런 흰빛을 꺼려서 / 사혐옥색천연백(似嫌玉色天然白)
하룻밤 사이 봄바람이 붉은 노을로 물들였네. / 일야동풍염채하(一夜東風染彩霞)
매화가 그리워 동파의 홍매 시로 용운 하다 (憶梅用東坡紅梅韻)
매계 조위(梅溪 曺偉,1454~1503)
아득히 강남땅은 멀어서 소식도 늦는데 / 묘묘강남원신지(杳杳江南遠信遲)
매화는 이미 벌써 봄을 알려주네 / 매화응이점춘시(梅花應已占春時)
둥근 보름달 아래 살포시 향기를 내뿜고 / 영영야월암생복(盈盈夜月暗生馥)
이어서 새벽 한기 속에 자태를 뽐내내. / 맥맥효한초농자(脉脉曉寒初弄姿)
순천 매화공원
몇 이랑의 대숲은 국염에 가리고 / 수무상균차국염(數畝霜筠遮國艶)
이계의 얼음물에 옥 같은 꽃잎이 어리네 / 이계빙류조경기(二溪氷溜照瓊肌)
어느 때나 짙은 향기 속에 술 취해 누우려나? / 하당취와번향리何當醉臥繁香裏)
술통 앞에 한 두 가지 꺽어 놓았네 / 절득준전일우지(折得樽前一雨枝)
*국염(國艶) : 매화를 의미함
통도사 자장매
새벽 해는 아득하게 안개 속에 더디 뜨고 / 효일동몽출무지(曉日朣朦出霧遲)
몸을 움츠린 새들은 한기를 타고 내려앉네. / 동금비하눈한시(凍禽飛下嫩寒時)
지루하게 내리는 눈에는 먼지 한 점 없고 / 포갱상설무진운(飽更霜雪無塵韻)
꾸미지 않은 새하얀 모습은 속세와 다른 자태라네 / 불어연화이속자(不御鈆華異俗姿)
김해 건설공고 야매
진실로 향기를 꺽지 않는다면 고질병이 되어 / 구령미방향시벽(苟令未妨香是癖)
고선이 일찍이 말하기를 “옥이 꽃잎이 되었다 하네" / 고선증도옥위기(姑仙曾道玉爲肌)
풍류객은 우아하게 서호의 흥취가 있어 / 풍류아유서호흥(風流雅有西湖興)
꿈속에서도 의연하게 한 가지를 잡아당기네. / 몽리의연파일지(夢裏依然把一枝)
*서호(西湖) : 중국 항주에 있는 호수
통도사 설중매
고향의 원학은 더디 돌아옴을 원망하는데 / 고산원학원귀지(故山猿鶴怨歸遲)
마침 동풍에 얼음이 녹는 때라네. / 흡시동풍해동시(恰是東風解凍時)
노거수엔 이끼가 끼어 목은 등줄기 가로 눕고 / 수노태심횡고간(樹老苔深橫古幹)
서릿발처럼 싸늘한 달은 그윽한 자태를 드러내네. / 상한월담령유자(霜寒月澹逞幽姿)
밀양 금시당매
천향과 미풍은 맑은 밤에 찾아오고 / 천향미몽래청야(天香迷夢來淸夜)
옥질과 안개가 가녀린 꽃잎에 스며드네. / 옥질화연투세궤(玉質和烟透細肌)
단판과 금준은 기릴 바가 못 되어 / 단판금준비아상(檀板金樽非雅賞)
길게 드리운 그림자 속에 지팡이 짚고 서있네. / 횡사영리의공지(橫斜影裏倚笻枝)
*단판(檀板) : 중국의 타악기 이름 *금준(金樽) : 금으로 만든 술통
원동마을 백매
매월루 (梅月樓)
매계 조위(梅溪 曺偉, 1454~1503)
단청한 누각 동쪽 언저리에 붉은 담장 둘러치고 / 화루동반요단장(畵樓東畔繞丹墻)
부용을 심으니 연못 위에 점을 찍어 놓은 듯 / 종득부용점소당(種得芙蓉點小塘)
지척에 아름다운 절경이 있음을 뉘 알리오. / 규보수지유가치(跬步誰知有佳致)
주인이 마음을 써서 처음으로 꾸며 놨으니 / 주인심장파천황(主人心匠破天荒)
백양사 고불매
밤 깊어 향로에 푸른 연기 가늘게 피어오르니 / 야란금압전연미(夜闌金鴨篆煙微)
이때가 바로 누각에서 술자리가 파할 때라네. / 정시누두주산시(正是樓頭酒散時)
명월은 하늘에 가득하고 매화는 눈꽃처럼 피어 있으니 / 명월만천매사설(明月滿天梅似雪)
난간에 기대어 옥적일랑 불지 마시게 / 휴장옥적의난취(休將玉笛倚欄吹)
원동마을 청매
강과 산은 그림 속에 펼쳐진 듯 / 강산여재화중개(江山如在畵中開)
아로 새긴 난간에는 먼지 한 점 없구나. / 곡함조난절점애(曲檻雕欄絶點埃)
달을 향해 원결을 묻지 마소. / 막향섬아문원결(莫向纖阿問圓缺)
이미 성긴 그림자에 그윽한 향기를 가져왔으니 / 이장소영암향래(已將疎影暗香來)
광양 청매실농원
매계 조위(曺偉) 선생(1454∼1503)의 본관은 창녕(昌寧)이고,
자는 태허(太虛), 호는 매계(梅溪)이며, 사헌부 지평 시강원 문학,
홍문관 교리, 응교, 함양 군수를 거쳐 의정부 검상(議政府檢詳), 사헌부
장령을 역임하고 동부승지 도승지에 이르고, 호조 참판, 충청도 관찰사,
동지중추부사, 한성우윤, 전라도 관찰사를 역임하였다.
화엄사 흑매
1498년(연산군 4) 무오사화 때 김종직(金宗直)의 시고(詩稿)를 수찬한
장본인이라 하여 의주에 유배되었다가 순천으로 옮겨진 뒤 그곳에서 타계하였다.
성리학의 대가로서 당시 사림간에 대학자로 추앙되었고,
김종직(金宗直)과 더불어 신진사류의 지도자였으며, 시호는 문장(文莊)이다.
전남대 대명매
중종 6년 정묘년(1507년)에 신원되어 가정대부(嘉靖大夫) 이조참판(吏曹參判) 겸
경연춘추관성균관사(經筵春秋館成均館事), 동지의금부사(同知義禁府事)
홍문관(弘文館) 제학(提學), 예문관(藝文官) 제학(提學), 오위도총부(五衛都摠府)
부총관(副摠管)에 추증하였으며, 자손에게 녹용(錄用)하도록 명하였다.
매계 조위(曺偉) 선생은 송무(松茂) 9세손으로 환(煥)자 항렬의 15대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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