婦行篇
○여기 실린 부행편(婦行篇) 전반부의 글귀들은 구시대적인 내용들로서 옛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엿보는데 불과하다 할지라도, 후반부의 내용은 현대의 여자들 역시 새겨둘 말이 아닌가 한다.
太公曰, 婦人之禮, 語必細。
태공이 말하였다. 부인의 예절로서,
말은 반드시 자세하여야 하느니라.
(字義) ○細는 가늘 세. 語必細는 말을 자상하고 부드럽게 한다는 뜻으로 자주 쓰이는
관용적인 표현이다.
❍賢婦令夫貴, 佞婦令夫賤。
어진 부인은 남편을 귀하게 하고,
말재주나 피는 부인은 남편을 천하게 하느니라.
(字義) ○令+A+술어: A로 하여금 ~하게 하다. 使와 쓰임새가 비슷하다.
○佞는 말재주 녕(영), 아첨할 녕(영).
❍家有賢妻, 夫不遭橫禍。
집에 어진 아내가 있으면, 남편이 횡화(橫禍)를 만나지 않느니라.
(字義) ○A(명사)+有+B: A에 B가 있다. ○遭는 만날 조. ??遭遇(조우).
○橫은 가로 횡. 빗길 횡. 橫禍(횡화)는 뜻밖에 빗긴 화. ??橫財(뜻밖에 얻은 재물),
橫死(뜻밖의 죽음).
❍賢婦和六親, 佞婦破六親。
어진 부인은 육친을 화목하게 하고,
말재주나 피는 부인은 육친을 깨뜨리느니라.
(字義) ○六親은 부모형제처자(父母兄弟妻子)를 의미하는 단어이다.
益智書云, 女有四德之譽, 一曰婦德, 二曰婦言,
三曰婦容, 四曰婦工也。
익지서에 이르기를, 여자에게는 사덕(四德)의 명예가 있으니,
첫째는 부덕(婦德)이라 할 것이요, 둘째는 부언(婦言) 이라 할 것이요,
셋째는 부용(婦容)이라 할 것이요, 넷째는 부공(婦工)이라 할 것이다.
(字義) ○원문이 길어서 네 단락으로 나누었다. ○A(명사)+有+B: A에 B가 있다. ○譽는 기릴 예. 여기서는 명사로 쓰임. ??名譽(명예).
婦德者不必才名絶異, 婦言者不必辯口利詞,
婦容者不必顔色美麗, 婦工者不必技巧過人也。
부덕(婦德)이라는 것은 재주와 이름이 매우 뛰어날 필요가 없으며,
부언(婦言)이라는 것은 능변의 입이 날카롭게 말하는 것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부용(婦容)이라는 것은 얼굴빛이 아름답고 고을 필요가
없으며, 부공(婦工)이라는 것은 기교가 남을 지나는 것을
(남보다 뛰어난 것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字義) ○者는 것 자. 者는 앞에 다른 말과 붙어서 의미의 한 단락을 이룬다.
○不必~: ~할 필요가 없다. ~할 것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즉, “不必~”구문은 부분 부정으로 해석하지 않고, 완전 부정으로 해석한다. 부분 부정으로 하려면 “未必~”구문을 쓴다. 즉 未必은 “반드시 ~하는 것은 아니다”의 뜻이다. 어떤 책에서는 위의 글귀를 부분 부정으로 해석하여 “부덕(婦德)이라는 것은 才名이 반드시 뛰어나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풀기도 하였으나, 不必은 부분 부정이 아니라 “절대 부정”이다. 이는 현대 중국어에서도 여전히 쓰이는 관용구이다.
○絶異는 매우 뛰어나다는 뜻의 한 단어이다. ○利는 날카로울 리. ○過人: 남을 지나다. 남보다 뛰어나다.
其婦德者淸貞廉節, 守分整齊, 行止有恥, 動靜有法, 此爲婦德也。
婦言者擇詞(師)而說, 不談非語, 時然然後言, 人不厭其言, 此爲婦言也。婦容者洗浣塵垢, 衣服鮮潔, 沐浴及時, 一身無穢, 此爲婦容也。
婦工者專勤紡績, 勿好暈酒, 供具甘旨, 以奉賓客, 此爲婦工也。
그 부덕(婦德)이라는 것은 정조와 절개를 깨끗하게 하며, 분수를
지키고 몸 가짐을 정돈하여 가지런히 하며, 행동거지(行動擧止)에
염치가 있으며, 동정지간(動靜之間)에 법도가 있는 것이니 이것이
부덕(婦德)이 되는 것이요, 부언(婦言)이라는 것은 사표(師表)가 될 만한 사람을 가려서 말하되, 그릇된 말은 이야기 하지 않으며,
때가 된 연후에 말을 하여 사람들이 그 말을 싫어하지 않으니 이것이
부언(婦言)이 되는 것이요, 부용(婦容)이라는 것은 몸의 먼지나 때를
씻어내며, 의복을 깨끗하고 정결하게 하고, 목욕을 제 때에 하여
일신에 더러움이 없게 하는 것이니 이것이 부용(婦容)이 되는
것이요,부공(婦工)이라는 것은 길쌈을 오로지 부지런히 하며 얼굴이
붉어지도록 술 마시기를 좋아 하지 않고, 좋은 맛을 갖추어서(以)
손님을 받드는 것이니 이것이 부공(婦工)이 되느니라.
(字義) ○淸貞廉節은 貞節을(정조와 절개를) 淸廉히 한다는 뜻이다. ○整齊는 정리하여 가지런히하다.
○行止는 움직이고 멈추는 것, 행동거지(行動擧止), 즉 일상에서의 행동을 말한다. ○動靜도 비슷한 뜻이다. 일상의 기거를(起居; “섯다 앉았다”의 뜻으로 역시 일상의 행동을) 뜻한다. ○擇은 가릴 택. ○洗는 씻을 세. ??洗手(세수). ○浣은 빨 완. ○垢는 때 구. ??純眞無垢(순진무구). ○潔은 깨끗할 결. ??淸潔(청결). ○沐은 머리감을 목. ○浴은 목욕할 욕. ○穢는 더러울 예. ○紡은 길쌈 방. ○績은 길쌈 적.
○暈은 해달무리 운. 暈은 태양 또는 달의 붉은 무리, 노을 등을 뜻하는 단어인데, 비유적으로 술을 먹어 뺨이 붉어지는 것을 가리키는 의미로도 쓰인다. 따라서 暈酒는 술 먹는 것을 가리킨다. ○供은 ①바칠 공. ②갖출 공. 여기서는 ②의 뜻이다. ○具는 갖출 구.
此四德者, 婦人之大德也, (而不可缺之者也,)
爲之甚易, 務在正, 依此而行, 是爲婦節。
이 네가지 덕은 아녀자의 큰 덕이니라 (결해서는 안될 것들이다).
이를 행하기는 매우 쉬우며, 이를 힘쓰는 것은 올바름에 달려 있으니,
이에 따라서 행하는 것이 바로 부절(婦節, 아녀자의 범절)이 되는
것이니라.
(字義) ○여기서 是는 모두 술어로서 “~이다”의 뜻이다. ○缺之, 爲之, 務之에서 之는 모두 어조사(語助詞)이다.
○缺은 결할 결. ??缺席(결석), 缺損(결손), 欠缺(흠결). ○不可缺之者에서 之는 어조사이고, 관형격 조사인 “~의”의 뜻이 아니다. 즉, 不可缺之가 하나의 어구(語句)이며, 不可缺에서 끊는 것이 아니다. “必須不可缺한 것”이란 뜻이다.
○務(무)는 ~에 힘쓰다. ○依는 의지할 의.
婦行篇終
增補篇
周易曰, 善不積, 不足以成名, 惡不積, 不足以滅身。
小人, 以小善爲无益而弗爲也, 以小惡爲无傷而弗去也,
故, 惡積而不可掩, 罪大而不可解。
주역에 이르기를, 선을 쌓지 않으면 족히 이름을 이룰 수 없을 것이요,
악을 쌓지 않으면 족히 몸을 망칠 수 없을 것이거늘, 소인은 조그마한
선(善)으로서는 이로움이 없다고 여겨 행하지 않으며, 조그마한
악(惡)으로서는 해로움이 없다고 여겨 버리지 않는다. 그러므로 악이
쌓이면 가릴 수 없을 것이며, 죄가 커져서는 풀 수 없느니라.
(字義) ○足以+술어: 족히 ~할 수 있다. ~하기에 족하다. ○以A爲B: A를 B로 여기다. 삼다. 생각하다. ○弗은 아니 불. ○无는 無의 고자(古字)이다. ○去는 자동사로는 갈 거. 타동사로는 버릴 거. 여기서는 타동사로 쓰였다. ??撤去(철거), 除去(제거). ○不可+술어; ~하는 것은 불가하다. ~할 수 없다. ~해서는 안된다. ○掩은 가릴 엄. ??掩蔽(엄폐).
履霜堅氷至。臣弑其君, 子弑其父, 非一旦一夕之事,
其由來者漸矣。
서리를 밟으면 얼음이 된다 하니, 신하가 그 임금을 죽이며 자식이
그 아비를 죽이는 것이 하루 아침이나 하루 저녁의 일이 아니라
그 유래한 것은 점차로 그렇게 된 것이다.
(字義) ○이 글은 주역 문언전(文言傳)의 곤괘(坤卦)를 풀어 쓴 글이다. 곤괘(坤卦)를 설명하는 경문중에 “履霜堅氷至”의 글이 있고, 그 곤괘를 더 자세히 설명한 문언전에 다음과 같은 글이 실려 있다. “積善之家, 必有餘慶, 積不善之家, 必有餘殃, 臣弑其君, 子弑其父, 非一朝一夕之故, 其所由來者漸矣, 由辯之不早辯也, 易曰, 履霜堅氷至,蓋言順也” (선을 쌓는 집안은 반드시 남은 경사가 있고, 불선을 쌓는 집안은 반드시 남은 재앙이 있다. 신하가 임금을 죽이고, 자식이 그 아비를 죽이는 일이 일조일석의 변고가 아니다. 그 유래한 바가 점진적인 것이었으니 일찍이 변론해야할 것을 변론하지 않은 데서 유래된 것이다. 역(易)에 이르기를 서리를 밟고서 굳은 얼음이 얼 것을 안다고 한 말은 대개 근신할 것을 말한 것이다) 라고 있으니 윗글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으리라. ○履는 신 리. 밟을 리. ○弑는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죽일 시. ??弑害(시해). ○旦은 아침 단. ??元旦(원단). ○漸은 점점 점. ??漸增(점증), 漸入佳境(점입가경).
增補篇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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