遵禮篇
예절은 더불어 사는 인간 사회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지만, 그러나 너무 지나치면
오히려 경직된 분위기로 흐르기 쉽고 또한 자칫하면 예절의 근본 정신을 망각하고 형식적인 것만 쫓는 경향도 낳는다. 이러한 폐단은 옛부터 있어온 듯하다. 유자(有子)는 “예절을 적용함에는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禮之用, 和爲貴)라고 하였고, 공자(孔子)는 “예절이란 사치스럽기 보다는 차라리 검소한 것이다”(禮與其奢也, 寧儉也)라고 하였으니, 예절이 폐단으로 흐르지 않고 실제 생활에 적용되기가 그리 쉽지 않음을 두고 한 말씀일 것이다.
子曰, 居家有禮故長幼辨, 閨門有禮故三族和,
朝廷有禮故官爵序, 田獵有禮故戎事閑,
軍旅有禮故武功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집안에 거처함에 예(禮)가 있는 까닭에 어른과
아이는 분별이 있고, 규문(閨門)에 예가 있는 까닭에 삼족(三族)이
화목하고, 조정에 예가 있는 까닭에 관작(官爵)에 차례가 있으며,
전렵(田獵)에 예가 있는 까닭에 군사일이 익숙해지며,
군대에 예가 있는 까닭에 무공(武功)이 이루어지느니라.
(字義) ○5.3 5.3으로 끊어 읽는다. ○辨은 분별할 변. ○閨는 안방 규. ○閨門은 아녀자들이 거처하는 곳을 말한다. ○爵은 벼슬 작. ○序는 차례 서. ○獵은 사냥할 렵.
??狩獵(수렵), 獵奇的(엽기적). ○戎은 군사 융. ○閑은 ①한가할 한. ②익숙할 한.
여기서는 ②의 뜻이다. 물론 현대에는 ①의 뜻으로만 쓰이고, ②의 뜻으로는 전혀 쓰이지 않는다. ○旅는 ①나그네 려. ②군사 려. ??旅團(여단).
子曰, 君子有勇而無禮爲亂, 小人有勇而無禮爲盜。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군자가 용기만 있고 예(禮)가 없으면 세상을 어지럽게 하고,
소인이 용기만 있고 예(禮)가 없으면 도둑이 되느니라.
(字義) ○爲는 될 위. ○盜는 도둑 도. 훔칠 도. ??盜賊(도적).
子曰 出門如見大賓, 使民如承大祭 (入室如有人)。
공자왈, 밖에 나설 때는 큰 손님을 뵙는 듯이 하고, 백성을 부릴때는
대제를 잇는것과 같이하라 (방에 들어와 있을 때는 사람이 있는 것과
같이한다) (홀로 있어도 몸가짐을 삼가야 한다)
曾子曰, 朝廷莫如爵, 鄕黨莫如齒, 輔世長民莫如德。
증자께서 말씀하셨다. 조정에는 벼슬 만한 것이 없고, 향당(鄕黨)
에는 나이 만한 것이 없고, 보세장민에는(세상을 돕고 백성의
우두머리․어른노릇 하는 데에는) 덕(德) 만한 것이 없느니라.
(字義) ○이 글은 孟子(맹자)에 나오는 글귀이다.
○莫如: ~와 같은 것이 없다. ~만한 것이 없다. ~이 제일 낫다. 莫은 금지사로도 쓰이고 여기서는 “없을 막”의 뜻이다. ??莫强(막강), 莫大(막대), 莫重(막중).
○鄕과 黨은 각각 마을을 뜻하는 말이다. 자세히 말하면, 鄕은 12,500戶의 마을을, 黨은 500戶의 마을을 뜻하는 말이다. 즉, 지금으로 말하자면, 鄕黨은 지금의 읍면리(邑面里)에 해당하는 행정 구역인 셈이다. 그러나 향당(鄕黨)이라고 하면 단순히 “마을”을 뜻하는 한 단어로 쓰인다.
○齒는 ①이 치. ②나이 치. ○輔는 도울 보.
○長은 술어로 ①길 장. ②기를 장. ③~의 우두머리가 되다. ~의 장(長)이 되다. 여기서는 ③의 뜻이다. 어떤 책에서는 ②의 뜻으로 보아 세상을 돕고 백성을 다스린다로 해석하기도 하는데 이는 의역이 아니면(?), 오류이다. 유가(儒家)에는 어리석은 다수의 백성들을 위해 덕을 갖춘 소수의 군자가 계도해야 한다는 사상이 깃들어 있다. 특히 大學(대학)은 바로 그러한 소수의 군자가 갖춰야할 덕목들을 서술한 책이기도 하다.
少儀曰 執虛如執盈 八虛如有人
○執(잡을 집) ○虛(빌 허) ○盈(찰 영) ○虛(빌 허)
❍若要人重我, 無過我重人。
만약 남이 나를 중하게 여기기를 요한다면, 내가 먼저 남을 중하게
여기는 것보다 지나는 것은 없다
(내가 남을 중하게 여기는 것보다 나은 것은 없다).
(字義) ○要는 명사로는 요체, 요점, 요긴한 것 등등의 뜻이고, 술어로는 “~하기를 요하다”의 뜻이다.
○重은 술어로 ①무겁다. ②(행동이나 성격이나) 진중하다. 신중하다. ③중요하다. ④(타동사) ~을 중히 여기다.
○無過~: ~에 지나는 것은 없다. ~보다 나은 것은 없다. ??不過(불과)하다.
❍父不言子之德, 子不言(談)父之過。
아버지는 아들의 덕을 말하지 않으며,
자식은 아버지의 허물을 말하지 않는다
(老少長幼, 天分秩序, 不可悖理而傷道也。)
노소장유(老少長幼)는 하늘이 나눈 차례이니,
이치를 거스려 도를 해쳐서는 안되느니라.
(字義) ○少는 ①적을 소.(少+명사구:~이 적다). ②어릴 소. 여기서는 후자의 뜻.
○分은 나눌 분. ○秩은 차례 질. ??秩序(질서).
○不可+술어~: ~하는 것은 불가하다. ~할 수 없다. ~해서는 안된다.
○悖는 거스를 패. ??悖倫(패륜), 行悖(행패). ○傷은 해칠 상.
遵禮篇終
言語篇
한마디 말로 일의 성패(成敗)를 가름할 수도 있거니와, 한마디 말로 말하는 사람의 인격과 품행을 엿볼 수도 있거니와, 또한 말 한마디로 상대방의 마음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줄 수도 있으니 어찌 삼가지 않을 수 있겠는가? 말에 앞서 그 말이 가져올 결과를 먼저 꼭 짚어볼 일이다. 그런 저런 생각없이 나불대는 사람들을 요즘은 “자기 주장이 강하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 때가 많다.
劉會曰, 言不中理, 不如不言。
유회가 말하였다. 말이 이치에 맞지 않으면,
말하지 아니함만 못하느니라.
(字義) ○中은 맞을 중. 맞힐 중. ??的中(적중), 中風(중풍).
○不如+명사구: ~만 못하다. 不如+서술문: ~하는 것만 못다.
❍一言不中, 千語無用。
한 마디 말이 맞지 않으면, 천 마디 말이 쓸데 없느니라.
君平曰, 口舌者, 禍患之門, 滅身之斧也。
군평이 말하였다. 구설(口舌)이란 것은 화(禍)와 우환(憂患)의
문이요, 몸을 멸하는 도끼이니라.
(字義) ○者는 것 자. ○斧는 도끼 부.
❍利人之言, 煖如綿(經)絮, 傷人之語, 利如荊棘,
一言利人(半句), 重値千金, 一語傷人, 痛如刀割。
사람을 이롭게 하는 말은 따뜻하기가 솜과 같고, 사람을 해치는 말은
날카롭기가 가시와 같다. 따라서 일언반구(一言半句)라도 중하기가
천금에 해당하고, 한 마디 말이 사람을 해치는 것은,아프기가 칼로
베는 것과 같으니라.
(字義) ○利는 ①이로울 리. ??利益(이익). ②날카로울 리. ??銳利(예리).
○煖은 따뜻할 난. ○綿은 솜 면. ○絮는 솜 서. ○荊은 가시 형. ○棘은 가시 극.
○荊棘(형극)은 “가시”란 뜻으로 잘 쓰이는 한 단어이다. 안중근(安重根) 의사(義士)의 말씀 중에 “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이란 유명한 말도 있지 않은가?
○値는 ①값 치. ②당(當)할 치. 만날(遇) 치. 여기서는 ②의 뜻이다. 물론 현대에는 ①의 뜻으로만 쓰이고, ②의 뜻으로는 쓰이지 않는다.
○割은 가를 할, 벨 할. ??分割(분할), 役割(역할).
❍口是傷人斧, 言是割舌刀, 閉口深藏舌, 安身處處牢。
입은 사람을 해치는 도끼요, 말은 혀를 베는 칼이니, 입을 막고 혀를
깊이 감추면, 몸을 편안히 하기가 어느 곳에서나 굳어지리로다.
(字義) ○2.3 2.3으로 끊어 읽는다. 刀와 牢는 운자에 해당한다.
○是는 “~이다”의 뜻으로 술어이다. ○牢는 굳을 뢰(로)
❍逢人且說三分話, 未可全抛一片心, 不怕虎生三個口,
只恐人情兩樣心。
사람을 만나서 잠시 약간의 대화를 주고 받되, 아직 (상대방에게 자
신의 속마음을 다 털어 놓아) 한 조각 마음까지 전부 다 내비쳐서는
안된다. 호랑이의 세 개 난 입이 두려운 것이 아니요,
다만 사람의 정이 두가지 마음이 될까 두려운 것이다.
(字義) ○且는 ①또 차. ②장차 차. ③잠시 차. 여기서는 ③의 뜻으로 쓰였다. 且는 주로 ①과 ③의 뜻으로 많이 쓰인다.
○三分은 지금말로 하면 “30%”란 뜻이다. “능력을 10분(十分=100%)발휘하다”할 때의 分을 연상하면 될 듯하다. 즉 一分은 “1/10”을 뜻하는 계량 단위이다. 여기서 三分은 단순히 “약간, 조금”을 나타내는 말에 불과하다.
○全은 술어로는 “~을 온전히 하다”는 뜻이고, 여기서는 술어 앞에서 부사로 쓰였다. “전부, 모두”의 뜻이다. ○抛는 버릴 포. ??抛棄(포기). ○怕는 두려울 파. ○生은 날 생.
○三個口: 왜 하필이면 “세 개 난 입”이라고 한 것일까? 앞 귀절의 “三分說”과 댓구를 이루기 위해서이다. ○樣은 모양 양. ??樣相(양상), 模樣(모양).
❍酒逢知己千鐘少, 話不投機一句多。
술이 지기(知己)를 만나면 천 잔도 적고,
말이 기미(機微)를 맞추지 못하면 한 마디도 많으니라.
(字義) ○知己는 자기를 알아주는 친구를 뜻하는 한 단어이다. ○鐘은 잔 종.
○機는 ①베틀 기. ②기미 기. ??機微(기미), 天機(천기), 機會(기회).
言語篇終
交友篇
○벗 사귐에 관해 맹자(孟子)의 아주 유명한 말씀이 있다. “벗을 사귄다는 것은 그 사람의 덕을 사귀는 것이다”(友也者, 友其德也). 증자(曾子)는 또 이런 말을 했다. “군자는 글을 통해서 벗을 모으고, 벗을 통해서 仁을 이루는데 도움을 받는다”(君子, 以文會友, 以友輔仁) 아래에서는 어떤 교우관(交友觀)들이 있는지 보기로 하자.
子曰, 與善人居, 如入芝蘭之室, 久而不聞其香,
卽與之化矣。與不善人居, 如入鮑魚之肆, 久而不聞其臭, 亦與之化矣。丹之所藏者赤, 漆之所藏者黑,
是以, 君子必愼其所與處者焉。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선한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은, 마치 향기로운
지초와 난초가 있는 방안에 들어간 것과 같아서, 오래되면 그 냄새를
맡지 못하니, 이는 바로 그와 더불어 동화된 것이니라. 선하지 못한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은, 마치 저린 생선 가게에 들어간 것과 같아서,
오래되면 그 악취를 맡지 못하나니, 이 또한 그와 더불어 동화된
것이니라. 단사(丹砂)가 품고 있는 것은 붉은 색이요,
옻이 품고 있는 것은 검은 색이니, 이런 까닭에 군자는 그 함께
처하는 바의 것을 반드시 삼가야 하느니라.
(字義) ○與는 ①줄 여. ②더불을 여. “~와”의 뜻도 있다. ○居(거)는 ~에 살다. ~에 있다. ~에 거하다. ○芝는 지초(芝草) 지. ○室은 방(房) 실. ○卽(즉)은 부사로 “바로, 곧바로, 당장에”의 뜻으로 접속사인 則과는 다른 글자이다. ○化는 화(化)할 화. 변화하다. 동화하다. 등등의 뜻. ○鮑는 저린생선 포. 일상에서 흔히 말하는 말린 생선은 脯(포)라 한다. ○肆는 ①방사(放肆)할 사. ②가게 사. 저자 사. ○丹은 붉을 단. 여기서는 붉은 돌, 즉 단사(丹砂)를 의미한다. ○者는 것 자. ○漆은 옻 칠. ○是以: “이로써, 이런 까닭에”의 뜻으로 관용적인 문구이다. ○焉(언)은 술어와 붙어서(술어+焉) 그 대상을(목적어를) 내포하기도 하고, 또는 단순히 처소격의 의미를 갖는 종결형 어조사로 쓰인다. ○윗 글은 벗과 그 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글이라 하겠다. 지란지교(芝蘭之交)는 벗 사이의 고상한 사귐을 일컫는 말이다.
子曰, 晏平仲, 善與人交, 久而敬之。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안평중은 사람과 사귀기를 잘하였으니,
오래되어도 그 벗을 공경하였노라.
(字義) ○이 글은 論語에 실려 있다.
○善+술어: 잘 ~하다. ~하기를 잘하다. 이 글에서는 善이交에 걸린다. ○之는 어조사이다.
❍相識滿天下, 知心能幾人。
서로 알고 지내는 사람은 천하에 가득하되,
마음 알아주기를 능히 하는 자는 몇이나 되겠는가?
(字義) ○2.3 2.3으로 끊는다. ○滿~ : ~에 가득하다.
○能은 이 글에서 知心에 걸린다. 즉, 能知心의 뜻이나, 대구를 맞추기 위해 能을 뒤로 돌린 것이다.
○幾는 몇 기. ??幾百萬圓(기백만원). 幾何(기하).
❍酒食兄弟千個有, 急難之朋一個無。
주식형제는(술마시고 먹고 놀 때, 형이니 동생이니 하는 사이는)
천 개가 있으나,
급난지붕은(위급하고 어려운 때 도와주는 벗은) 하나도 없구나.
(字義) ○4.3 4.3으로 끊는다. ○“~~有,~~無”의 대구문을 파악하면 문장의 뜻을 이해하기 쉬울 듯하다.
❍不結子花休要種, 無義之朋不可交。
열매를 맺지 않는 꽃은 심으려 하지 말고,
의리 없는 벗은 사귀어서는 안되느니라.
(字義) ○4.3 4.3으로 끊는다. ○子는 “열매,” 또는 “씨”의 뜻이다. ○休는 금지사로 莫, 毋 등과 쓰임새가 비슷하다.
○“要+술어”는 ~하기를 요하다. ○種은 명사로는 씨 종, 술어로는 심을 종. 씨뿌릴 종.
○不可+술어: ~하는 것은 불가하다. ~할 수 없다. ~해서는 안된다.
❍君子之交淡如水, 小人之交甘若醴。
군자의 사귐은 담담하여 물과 같고,
소인의 사귐은 달아서 단술 같으니라.
(字義) ○지금까지 본 바와 같이 7언의 대구문은 4.3 4.3으로 끊는 것이 일반적이다. ○淡은 맑을 담. 싱거울 담. ??淡淡(담담)하다. 淡泊(담박)하다. ○醴는 단술 례.
❍路遙知馬力, 日久見人心。
길이 멀어야 말의 힘을 알 수 있고,
날이 오래 지나야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느니라.
(字義) ○5언의 대구문은 2.3 2.3으로 끊는 것이 일반적이다. ○遙는 멀 요. ??遙遠(요원). ○日은 ①날 일. ②해 일 ③낮 일. ○久는 오랠 구. ??長久(장구), 永久(영구).
家語云, 與好學人同行, 如霧露中行, 雖不濕衣,
時時有潤, 與無識人同行, 如厠中坐, 雖不汚衣,
時時聞臭。
공자가어(孔子家語)에 이르기를, 학문을 좋아하는 사람과 동행하면
마치 안개와 이슬 속을 걸어가는 것과 같아서 비록 옷을 흠뻑 적시지는
않더라도 때때로 축축함이 있노라.
무식한 사람과 동행하면 마치 뒷간에 앉은 것 같아서 비록 옷은 더럽히지 않더라도 때때로 그 냄새를 맡느니라.
(字義) 공자 가어도 공자의 언행을 담고 있지만, 위작(僞作)이란 것이 정설이다.
○好+술어: ~하기를 좋아하다. 물론, 명사를 한정하기도 한다.
○霧는 안개 무. ○濕은 젖을 습. ??濕氣(습기).
○潤은 젖을 윤. 윤택할 윤. ??潤氣(윤기). ○厠은 뒷간 측.
交友篇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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