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에는 궁궐에서 궁녀가 바깥사람과 간통하면
남녀 모두 즉각적으로 참형을 가한다'고 규정돼 있다.
그래서 궁녀가 바깥사람과 사랑했다가 참형을 당한 사건은 조선왕조실록 곳곳에 기록돼 있기도 하다.
경복궁 근정전
성종은 이처럼 엄한 법도를 무시하고 조위와 궁녀 간의 관계를 묵인하고 중매를 서기까지 했다.
성종이 어느 날 내시 한 명만 데리고 홍문관(서적`문서 관리기구)을 시찰하다가
숙직 중인 조위가 책을 읽고 있던 방의 뒷문을 열고 들어가는 궁녀를 목격한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성종은 체면을 버리고 문틈으로 이들을 들여다봤다.
조위를 사모하던 궁녀는 "평소 선비님을 연모해 왔다"며 마음을 표현했지만,
조위는 "궁궐의 법도가 지엄하니 어서 방에서 나가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조위에게 버림받았다 여긴 궁녀는 은장도를 꺼내 자살을 시도한다.
조위는 이를 말리려 궁녀를 끌어안았고 둘은 엎치락뒤치락하다
촛불을 꺼뜨렸고 두 남녀는 결국 함께 잠자리를 했다.
이 광경을 몰래 지켜보던 성종은 이들이 잠들자 입고 있던 옷을 벗어 덮어 줬다.
다음 날 아침, 임금의 겉옷을 보고 사정을 짐작한 조위가 스스로 벌을 청하자
그를 아끼던 성종은 "나 혼자만 아는 일"이라며 덮어두려 했다.
하지만 전날 밤의 일을 조위와 문장을 겨루던 삼괴당 신종호도 목격했고
성종의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조위와 친분으로 고민하던 신종호는 고민 끝에
이 일을 임금에게 보고하며 조위를 엄하게 벌하라고 청했다.
근정전 용상
그러나 유능한 선비를 잃기 싫었던 성종은 신종호를 평안도 암행어사로 파견하며
"평안도에는 미인이 많으니, 여인을 가까이하지 말라"고 명령을 내린다. 신종호가 떠난 뒤,
성종은 평안도 관찰사에게 "어떻게 하든 신종호와 평양 기생을 붙여주라"는 비밀지령을 내렸다.
이에 관찰사는 옥매향이란 관기를 불러 신종호를 유혹하라 명했다.
평안도에 들어선 신종호는 어사의 임무에만 충실할 뿐 여색을 가까이하지 않았다.
이 소식을 들은 옥매향은 신종호를 유혹하기 위해 꾀를 냈다.
어사의 임무를 수행하며 성천 고을에 도착한 신종호는 한밤중에 들려오는 여인의 울음소리에 잠에서 깼다.
울음소리를 따라나선 그는 소복을 입은 미모의 여인을 발견했다.
사연을 물으니 사랑했던 남편이 죽어 따라 죽겠다는 것.
신종호는 여인에게 목숨을 아끼라며 부채를 주고 다음에 데리러 올 것을 약속했다.
여인은 믿음을 달라며 함께 밤을 지내자고 했고 신종호는 이를 받아들였다.
어사 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신종호는 성종에게 명을 어겼음을 고하고 죄를 청했다.
성종은 "사람이 살다 보면 어찌 실수가 없을 수 있겠느냐"며
"지난번 조위가 궁녀와 함께 밤을 지낸 것도 이와 같은 것"이라고 신종호의 입을 막았다.
성종은 조위와 신종호의 죄를 덮고 이들에게 각각 살림을 차리도록 했다는 것이다.
금계필담에 실린 이 이야기가 사실인지 확인할 길은 없다.
하지만 성종이 조위를 지극히 아꼈음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 이야기는 아마도 이곳 경복궁 어느 곳에서 일어났던 일이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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