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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천 조각환의 나들이 흔적
뿌리와 예의범절/梅溪 曺偉 先生

매계 조위선생의 발자취를 찾아서~(39)삼가 최태보선생이 지은 시에 차운하다

by 안천 조각환 2020. 1. 27.

매계 조위선생은 조선 전기의 문신인 최태보(崔台甫)선생 시의

운을 따서 여러편의 시를 남겼다.

최한공(崔漢公,1423~1499)은 자가 태보(台甫)이고, 호는 노곡(老谷)인데,

어려서부터 재주가 뛰어나서 7세에 이미 시를 지었다고 한다.

1453년(단종 1) 사마시에 합격하여 진용교위(進勇校尉)에 기용되고,

1459년(세조 5) 식년문과에 정과로 급제하여 1467년 정언이 되었다.

이듬해 세조가 사간원에 구언(求言)하자 소를 올린 문구 중에

관로를 문란하게 한 내용이 있다 하여 투옥되었다가 얼마 뒤 풀려 났으나

부모를 봉양한다는 구실로 벼슬을 사직하고 향리인 포항의 여남으로 돌아왔다.

산수(山水)를 좋아해서 친구들과 절경을 찾아 시주(詩酒)로 소일하고,

서당을 세워 후진을 계도하는 데 힘썼다.


포항 북부해안의 영일대

    


삼가 최태보선생이 지은 시에 차운하다(奉和崔台甫先生韻)


               매계 조위(梅溪 曺偉,1454~1503)


세월을 많이 겪어 백발도 새로운데  포열연화백발신(飽閱年華白髮新)  

속세의 일로 어찌 순박한 백성을 어지럽히겠는가진노나 갈천민(塵勞那溷葛天民) 

 시서가 서가에 가득하니 늙음을 즐길 수 있고  시서만가감오노(詩書滿架堪娛老) 

 메벼가 익어가니 가난도 걱정 없다네갱도등장불환빈(粳稻登場不患貧)  


이미 술상을 준비해서 좋은 때에 내놓고   이판배장공영절(已辦盃膓供令節)  

한가로이 꽃과 대를 심으며 늦봄을 즐기네한재화죽낙여춘(閑栽花竹樂餘春) 

 나이를 따져보고 많으신 것을 알겠으니  산래갑자지다소(筭來甲子知多少) 

그 시절 강현 사람이라고 묻지를 마오막문당시강현인(莫問當時絳縣人)


*강현인(絳縣人) : 강현 노인의 준말로 나이가 많은 사람을 가리킴


앞에 보이는 곳이 포항 여남지구 해변공원 일원

 

양쪽 귀밑머리는 희끗희끗 하얗게 물들었고  양빈성성염호화(兩鬢星星染皓華)

두 눈에는 엷은 비단이 쳐있는 듯   쌍동기나착경사(雙瞳其奈着輕紗)

이마는 시원스레 병풍같이 넓고   자능혼섭의안장(紫稜昏涉疑安障)

눈이 몽롱하니 현기증이 난다은해몽롱겁현화(銀海朦朧怯眩花)


자하의 문장은 끝까지 도를 지켰고  자하문장종위도(子夏文章終圍道)

태충의 사부는 스스로 일가를 이뤘다.  태충사부자성가(太冲詞賦自成家)

세간에는 응당 안과의 명의가 있으려니  세간회유금비수(世間會有金篦手)

서울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탄하지 마시게막한천구망미사(莫恨天衢望未賖)


 

*자하(子夏) : 중국 춘추시대의 유학자, 공자제자 10철 중 한사람


   포항 덕동계곡


이제는 명분과 실재가 서로 들어맞으니  명실어금양적의(名實於今兩的宜)

늙어 노곡에 거처하며 하는 일이 없네노거노곡단영위(老居老谷斷營爲)

남양과 국수에는 옛날에 머물렀고  남양국수석감주(南陽菊水昔堪駐)

촉군인 기계로 이제야 돌아갔네촉군기계금가귀(蜀郡杞溪今可歸)


밤늦은 시간까지 바쁜 벼슬길에서 벗어나   누진종명세가처(漏盡鍾鳴稅駕處)

봄 개인 날 만발한 꽃을 난간에 기대어 보네춘청화발고란시(春晴花發靠欄時)

부귀영화는 모두 꿈에서도 없으니  영화부귀도무몽(榮華富貴都無夢)

의로 가득 찬 속마음을 어찌 다시 의심하리의승흉중해복의(義勝胸中奚復疑)


*남양(南陽) : 경기도 화성시 시청사가 있는 남양동 일원

*국수(菊水) : 경기도 양평군 기계면 일원

*기계(杞溪) : 포항 북구 기계면을 뜻하는 듯

*누진종명(漏盡鍾鳴) : 각루가 다하고 인정이 울리는 시간이란

뜻으로 밤늦게 까지 일하는 것을 의미한다

 


시를 읊조리는 것 말고는 마땅한 것이 없고  제각아시백불의(除却哦詩百不宜)

세상일에 게으르니 하는 일이 어둡네소용어세매시위(踈慵於世昧施爲)

청산 어느 곳에서든 자주 은거하라하고  청산기처빈초은(靑山幾處頻招隱)

늙마이 타향살이에 문득 귀향시를 읊는다백수타향편부귀(白首他鄕便賦歸)


봄 끝이라 꽃은 다 진 뒤에 대문을 잠그고  문엄춘잔화락후(門掩春殘花落後)

사람이 가고 달이 밝은 뒤 술에 곤드레가 되었네주란인산월명시(酒闌人散月明時)

고요한 가운데 스스로 마음을 비춰보니  정중자조단대정(靜中自照丹臺淨)

만 가지 상념이 벌써 환하게 풀렸네만념소소이결의(萬念昭昭已決疑)

 

옥계계곡


대숲 깊숙한 곳에 한가로이 사니  유거한창죽림방(幽居閑敞竹林傍)

푸르게 물든 구름 산 대자리가 시원하다취적운산궤점량(翠滴雲山几簟凉)

가시나무는 봄이 오자 다시 옛 푸르름을 되찾고  형수봉춘부구음(荊樹逢春敷舊陰)

아가위 꽃은 해가 비치자 새로 화장한   체화영일미신장(棣華映日媚新粧)


사모하는 정성이 간절한데, 어느 때나 그치려나갱장모절하시이(羹墻慕切何時已)

우로 같은 깊은 은혜를 잠시라도 잊을 수 있을까우로은심가잠망(雨露恩深可暫忘)

힘든 백년인생 풍수지탄에 감회가 있어  곤곤백년풍수감(袞袞百年風樹感)

아름다운 편액을 새로 지은 집에 걸게 하였네수교화편게신당(須敎華扁揭新堂)


*풍수지탄(風樹之嘆) : 부모에게 효도를 다하려고 할 때는

이미 돌아가셔서 그 뜻을 이룰 수 없음을 말함



이른 봄 최태보(한공)선생의 시에 차운하다

-早春次崔台甫(漢公)先生韻


               매계 조위(梅溪 曺偉,1454~1503)


궁벽한 곳이라 해마다 손님은 저절로 멀어지고  심항년래객자소(深巷年來客自踈)

봄날의 만물은 삶에 위로가 되네물화춘의위령거(物華春意慰幽居)

시름 속에 버들의 아름다움도 그냥 보낼 뿐  수변양류교무나(愁邊楊柳嬌無奈)

눈 쌓인 산봉우리의 그림도 예전 같지가 않네설후봉만화불여(雪後峰巒畵不如)



바쁜 인생살이 원래는 자신밖에 믿을 수 없으니  초초생애원자신(草草生涯元自信)

쓸쓸한 회포는 누구를 향해 펼치나요요회포향수로(寥寥懷抱向誰擄)

여남 땅에는 다행히 고인이 있어  여남행유고인재(汝南幸有高人在)

때때로 청시를 보내주고 내 집을 방문한다네시유청시문아로(時遣淸詩問我盧)

 

*최한공(崔漢公,1423~1499) : 조선 전기의 문신, 자는 태보, 식년문과에

급제하여 전한 정언을 역임, 벼슬을 사직 향리로 돌아와 후진 계도

*여남(汝南) : 포항시 북구에 있는 여남동 일원

고인(高人) : 벼슬을 사양하고 세상 물욕에 뜻을 두지 않는 고상한 사람

*청시(淸詩) : 맑은 운치를 느끼게 하는 시


포항 앞바다의 파도


호미곳


오징어 건조 풍경


과메기 건조 풍경


포항 앞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