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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천 조각환의 나들이 흔적
뿌리와 예의범절/梅溪 曺偉 先生

매계 조위선생의 발자취를 찾아서~(53)새로 작은 집을 짓고

by 안천 조각환 2020. 3. 16.

1500년 5월 의주에서 전라도 순천으로 유배지를 옮기게 된 매계 조위선생은.

거처할곳도 마땅하게 없어 산 골짜기에 겨우 무릎을 들일만한 조그만 띠집을 짓고

그곳에서 이듬해 봄을 맞는데............ .

한수의 시로 남아있는 그때의 애닲은 심경을 헤아려본다.

 


새로 작은 집을 짓고(新築小室)


                            매계 조위(梅溪 曺偉,1454~1503)


띠 집을 엮으니 겨우 무릎을 들일만하고   結茅齋僅能容膝(결모재근능용슬)

짧은 서까래가 간신히 비바람을 가린다.   短椽堪庇風雨(단연감비풍우)

녹음이 우거져 장막을 이루자   綠陰蒽菁成帷幕(녹음은청성유막)

바로 온갖 꽃들이 골짜기에 가득하구나.   正在百花深處(정재백화심처)


작은 문을 열고서    開小戶(개소호)

하늘아래 바다처럼 드넓은 황토 언덕길을 바라본다

              瞰海闊天低隱隱丹丘路(감해활천저은은단구로)

이것들을 헤아려보니   算來阿堵(산래아도)

다만 하얀 물과 푸른 산뿐   只白水靑山(지백수청산)

아침 연기와 저녁 놀   朝烟暮靄(조연모애)

서로 삼키고 내뿜으며 명멸한다.   明滅互呑吐(명멸호탄토)



몸은 변방에 붙어살아도 강남에 머무는 듯   身如寄塞北江南且住(신여기색북강남차주)

어찌 고향땅과 구별하랴.    何須分別鄕土(하수분별향토)

잠시 황강땅으로 귀양 가니 아미산은 늙어있고   黃岡蹔謫峨眉老(황강잠적아미노)

뒷날 설당은 누가 주인 되리.   後日雪堂誰主(후일설당수주)


반곽은 예나 지금이나 적막하니   潘郭古今寂寞(반곽고금적막)

시부에 화답할 사람 없구나.   無人酬和風騷句(무인수화풍소구)

한가한 가운데 자잘한 일 헤아리니   閑中細數(한중세수)

섬돌에 떨어진 무수한 꽃잎   有墜砌繁紅(유추체번홍)

주렴을 감겨 올리는 회오리바람   縈簾飄素(영렴표소)

한줄기 꼬불꼬불한 연기가 실처럼 피어오른다.   一穟篆烟縷(일수전연루)

 

*설당(雪堂) : 중국 황강에 소동파가 지은 당으로 큰 눈이 올 무렵지었고

사방벽에는 설경을 그려놓았다고 함

*반곽(潘郭) : 중국의 반악과 곽징지를 병칭한 것으로, 서진 때의

문인으로 권세가의 집에 드나들며 아첨하다가 무고로 주살되었다고 함


광양 매화마을의 봄



늦은 봄날(春滿)


                                  매계 조위(梅溪 曺偉,1454~1503)


소원에 안개 깔리고 날은 지리 한데   小園烟景日遲遲(소원연경일지지)

바람 따라 꽃잎이 공중에 흩날리네.   颺空花片飛(양공화편비)

두견새는 괴로이 불여귀를 말하는데   杜鵑苦噵不如歸(두견고도불여귀)

돌아갈 생각에 두 눈에 눈물이 흐른다.    思歸雙淚垂(사귀쌍누수)


애끓는 마음에 난간에 기대어서니    腸斷處靠欄時(장단처고난시)

애석하게도 가없는 그리움   惜無限思(석무한사)

무수한 붉은 꽃잎은 진흙위에 떨어지고   落紅無數委塵泥(낙홍무수위진니)

짙푸른 녹음 속에 매실만 익어간다.    綠陰梅子肥(녹음매자비)


섬진강이 보이는 매화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