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성(綾城)은 오늘날 전남 화순군 능주면 일원이고
남평은 나주시 남평읍 일원인데 조선조 초기에는
각각 동헌과 객사가 따로있는 행정의 중심지였다.
매계 조위선생은 1495년(연산군1) 8월 전라감사로 부임한 후
이듬해 늦가을에 관할지역 순시를 하는 도중
능성객관에서 하루를 머물며 봉서루에 올라 시를 읊조린 후
다음날은 남평으로 가서 새로지은 동헌에 올라 한 수의 시를 남긴다.
당시의 능성 봉서루는 불에 타 없어진것을 1996년에 새로 복원하였다.
남평 동헌도 흔적없이 사라지고, 남평초등학교와 남평 공공 도서관이 자리하고 있으며
그 자리에는 큰 고목들만이 옛날의 영화를 말해주는듯 서있다.
능성 봉서루(綾城 鳳栖樓)
매계 조위(梅溪 曺偉,1454~1503)
산세가 빙 둘러있어 더욱 오밀조밀한데 山勢周遭更鬱盤(산세주조갱울반)
봉서루에 오르니 조금 한기를 느낀다. 鳳栖樓上怯初寒(봉서루상겁초한)
달 아래 왕대나무는 바람 따라 춤을 추고 脩篁抹月風中舞(수황말월풍중무)
푸른벽은 안개속에 그림처럼 보인다. 翠壁和烟畵裏看(취벽화연화이간)
경물이 사람들로 하여금 시를 짓게 하고 景物撩人詩作課(경물요인시작과)
건곤은 나에게 기상을 더욱 넓혀준다. 乾坤客我氣增寬(건곤객아기증관)
내일 아침이면 다시 남평의 길로 접어드는데 明朝便踏南平路(명조편답남평로)
단풍든 나무들이 집집마다 아름답게 울타리를 만든다. 紅樹家家錦作團(홍수가가금작단)
점필재 김종직의 봉서루(鳳棲樓)
연주산상월여반(連珠山上月如盤) 연주산에 위에 쟁반 같은 달이여
초수무풍로기한(草樹無風露氣寒) 바람 없는 수풀에 이슬만 차갑구나.
천진서운혼욕진(天陣絮雲渾欲盡) 하늘에 솜구름 모두 다하려 하는데
일퇴령첩불수간(一堆鈴牒不須看)한 무더기 공문서는 보지를 못하였네.
연화갱각중추승(年華更覺中秋勝) 한 세월 다시금 중추의 좋음을 깨닫노니
객황수지차야관(客況誰知此夜寬) 객지의 형편에 이 밤 넉넉함을 그 누가 알리.
정패우준서해전(征旆又遵西海轉) 떠날 깃발은 또 서쪽바다 따라 굴러가거니
지첨장벽해재단(指尖將擘蟹蠐團) 손끝으로는 둥근 게딱지나 쪼개려 하네.
눈덮인 화순 만연사 연등
화순 운주사
운주사 석불
남평객사가 있던 자리로 현재 남평초등학교와 남평 공공도서관이 들어서 있다.
오래된 느티나무와 거목들만이 당시의 객사가 있었음을 짐작케 할 뿐이다.
남평의 새로 지은 동헌에서(南平新軒)
매계 조위(梅溪 曺偉,1454~1503)
풍경은 어슴푸레 영남 땅과 비슷한데 風景依俙似嶺南(풍경의희사영남)
깃발이 이르는 곳마다 힘껏 탐문한다. 旌旄到處便窮探(정모도처편궁탐)
노송 사이로 난 오솔길은 푸른 덮개를 밀쳐낸 듯 長松夾道排靑盖(장송협도배청개)
작은 봉우리로 이르는 문은 푸른 이내에 가려있다. 小巘當門隱翠嵐(소헌당문은취람)
높다른 누각은 높이 솟아 참으로 고요하고 高閣奐輪眞靜密(고각환륜진정밀)
겨울 꽃 날리는 모습 바로 너덜너덜한 솜털인양 寒花零落正(監+毛)毶(한화영락정람참)
머리를 들어 다시 서남쪽을 바라보니 檯頭更向西南望(대두갱향서남망)
산과 바다는 모두 짙은 쪽빛으로 싸여있다. 山海重重共蔚藍(산해중중공울람)
남평초등학교
남평 공공도서관
오랜세월의 텅빈 속으로는 새 가지가 들어와 크고
나주 산림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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