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고 잎피는 어느 따스한 봄날에
매계선생은 조용히 앉아 지나온 날들을 하나 둘 회고해본다.
젊은시절 말을 타고 동서남북을 누비며 뛰어 다니던 화려한 날들과,
붕우들과 밤새 술통을 비우며 주거니 받거니 시를 읊으며 지내던 일들,
어느새 세월은 덧없이 흘러 귀밑머리는 희끗희끗해지는데,....
마치 꿈만같았던 지난날들이 고스란히 시속에 묻어있다.
아마 이 시도 유배지인 순천 옥천변에서 말년에 지은듯 하다
봄날 회포를 말하다 春日言懷(춘일언회)
매계 조위(梅溪 曺偉,1454~1503)
젊은 시절엔 말을 타고 활을 쏘며 少日乘弧(소일승호)
북으로 유변을 공략했었지 北略幽弁(북략유변)
남으로 한파에 이르고 南窮漢巴(남궁한파)
구령으로 날아 오르며 翶翔緱嶺(고상구령)
난학을 타니 驂鸞駕鶴(참난가학)
온화하기가 마치 현포 같구나. 夷猶玄圃(이유현포)
이슬 마시고 안개를 먹으며 飮露湌霞(음로찬하)
오른 손으로 안기생을 잡고 右執安期(우집안기)
왼 손으로 왕자 진을 부른다. 左招子晉(좌초자진)
현경과 도화를 헤아리지 못하니 不數玄卿與道華(불수현경여도화)
요지에서 연회를 베푼다. 瑤池侍宴(요지시연)
향기는 융좌에 떠다니고 香浮狨座(향부융좌)
술은 금하에 가득한데 酒滿金荷(주만금하)
어찌 늙어 헛방질 함을 알며 那知老蹉跎(나지노차타)
어찌 꼬리를 진흙속에 끌며 구덩이 안의 개구리와 짝이 되겠는가?
奈曳尾泥沙伴坎蛙(나예미니사반감와)
바로 능성속에 들어감이 마땅하리라. 正夷陵城裏(정이능성이)
얼레지
한밤에 기러기 소리 들으며 夜聞鳴雁(야문명안)
산으로 이어진 길을 오른다, 開山路上(개산노상)
매화에 넋을 잃고 魂斷梅花(혼단매화)
눈은 서울땅에 매어져 있건만 目拯神州(목증신주)
마음은 고향땅으로 달린다. 心馳故國(심치고국)
귀밑머리는 봄이 왔어도 백설을 더한 듯 兩鬢春來雪半加(양빈춘래설반가)
생각해보니 商量了(상량요)
임천에 기약을 하였지만 意林泉有約(의림천유약)
풍월만 가이 없구나. 風月無涯(풍월무애)
*융좌(狨座) : 동물의 털로 짠 방석
*금하(金荷) : 금으로 만든 연잎모양의 술잔을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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