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충공 신숙주의 병이 나음에
성종이 "그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냐" 고 물었더니, 대답하기를,
“이웃 나라와 사귀려면 일본과 통신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였다.
이로써 성화(成化) 기해년에 통신사 부사(副使) 서장관(書狀官)을 일본에 보내고,
또 문사(文士)를 더 증원하였다. 그때 문광(文匡) 홍겸손(洪兼善.홍귀달)과
인천(仁川) 채기지(蔡耆之)가 승지로 있으면서 나(曺伸)를 추천하여 서울에 왔더니,
임금이 어제(御題) 다섯을 내어 시를 지어 바치라 하셨다.
또 여섯 승지에게 명하여 각기 어려운 제목을 내게 하여 시험을 보았다.
이튿날 또 어제가 나와 5편을 지어 바쳤더니 모두 칭찬을 받았다.
드디어 통신사에 임명되어 차비를 차리고 떠나는데
점필재(佔畢齋, 金宗直)가 시를 지어 보냈다.
천리마도 향쑥을 배불리 먹어야 / 赤驥飽香菣
연월 사이를 하루에 왕래하고 / 燕越朝暮返
강한 쇠뇌도 가득 당겨야만이 / 强弩能持滿
반드시 먼 데까지 나가는 걸세 / 其發必及遠
숙도는 내 아내의 아우인데 / 叔度吾婦弟
퍽이나 공부하기를 좋아하여 / 頗好紙田墾
약관에 스승에게 배움도 없이 / 弱冠無師資
세 모퉁이를 돌아서 깨달았네 / 能以三偶反
시와 역사를 두루 탐색하고 / 詩史遍搜討
경학 또한 깊이 연구를 하여 / 經菑亦穮蔉
중씨 계씨가 마치 훈지와 같고 / 仲季若塤箎
난초 혜초가 밭에 가득하여라 / 蘭蕙滿畦畹
충적된 것은 이미 유여하건만 / 充積己有餘
누가 그 잠긴 문을 열어 줄꼬 / 誰爲發關鍵
때로는 불평 어린 시문 지어서 / 時作不平鳴
명백하게 예원을 압도하였고 / 班班傾藝苑
그 파란이 점차로 광대해져서 / 波瀾漸滂沛
기괴함과 화려함이 뒤섞이었네 / 奇峭雜華婉
향인들이 절신을 가벼이 여기니 / 鄕人輕節信
내 힘으론 밀기 끌기 어려워라 / 吾力難推挽
성조에선 인재를 잘 안 빠뜨리는데 / 聖朝少遺材
더구나 이런 훌륭한 인재임에랴 / 何況此琰琬
어느 날 그 명성이 성상께 들리니 / 一日聲徹天
어찌담장 넘어 피하길 배우리오 / 寧學踰墻遯
공거에서 조서를 기다렸다가 / 待詔於公車
마침내 태관의 밥을 먹게 되었네 / 得喫太官飯
어제의 시문 동아줄처럼 나올 제 / 御題出如綸
붓을 대자 물병을 거꾸로 세운 듯 / 筆落瓴水建
도리어 두자미를 비웃을 정도라 / 却笑杜子美
춘관으로 포곤의 영광 주었네 / 春官與褒袞
그러자 항백의 하풍을 추향하여 / 巷伯趣下風
허리에 인끈 이미 편안히 매었는데 / 腰綬繫已穩
이윽고 국경 나가는 사신을 따라 / 俄從出疆使
돛 펼치고 일본을 향해 가누나 / 張帆指日本
웅대한 뜻으로 이험을 하나로 보는 / 撫壯一夷險
그대 마음을 내 스스로 안다오 / 君心吾自忖
때는 오직 해가 남륙으로 가서 / 時維日南陸
경풍이 보리밭을 요동시키는데 / 景風搖麥坂
바닷물은 마치 기름처럼 말갛고 / 海水澹似油
어패류들도 서로 싸우지 않으니 / 鱗介無鬪狼
배 타는 것이 말 타기와 같아서 / 乘舡如騎馬
마치 와상에 드러누운 것 같도다 / 如在牀息偃
어서가서 그곳 풍토를 기록하여 / 去去抬風土
세모에 서로 만나길 기약하세나 / 團欒期歲晩
인정은 훼방과 청산이 용이하나니 / 物情易毁譽
이익을 얻으려면 스스로 겸손해야지 / 受益宜自損
돌아와서 은총이 더욱 높아지면 / 歸來增睿渥
어찌 한갓 호권만 종사하리오 / 豈徒從虎圈
그대는 충성과 효도를 더욱 힘쓸지어다 / 勉哉忠與孝
내 시가 바로 그리워하는 정일세. / 吾詩誠繾綣 하였다.
매계(梅溪)와 가운데 형 자진(子眞)도 모두 시를 지었는데,
배 안에서 한가로울 때에 각기 전송하는 시들을 꺼내니 모여서
큰 두루마리가 되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나만은 적었다.
내가 말하기를, “우리집에는 시 3편이면 충분하다.
어찌 많을 필요가 있으랴.” 하였다.
갑인년에 나는 또 권참판 지경을 따라 대마도에 갔는데
문광이 적암부를 지어 주면서 말하기를, 연경에 두 번 다녀왔도다.
대마도에는 이제가면 세 번째로다. 라고 하였다.
모두 사실을 기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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