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가을들판을 보고 있노라면 우선 마음부터 푸근해진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울주군 두동면 은편리 마을은 천혜의 요충지같은 곳으로
넓은 들판에 노랗게 물들어가는 다락논들은 한폭의 그림같이 평화롭고 풍요로운 풍경이다.
은편리 들판
은편리의 앞산인 연화산 위에서 다락논을 내려다보며 여나신곡(餘那山曲) 이야기를 떠올려본다.
이 연화산(蓮花山, 531m)을 옛날에는 여나산(餘那山)이라 불렀다고 한다.
여나신곡 이야기는 옛날 은편리 윗마을에는 여랑(餘郞)이라는 총각이 살았고, 아랫마을에는
나비(那飛)라는 처녀가 살았었는데, 어느 따뜻한 봄날 지게를 지고 나무를 하러 간 여랑이
바구니를 들고 나물을 캐러 나온 나비를 만나게 되는데 둘은 첫 눈에 반하고 말았다.
이튿날 또 그 이튿날 사랑은 깊어만 가고 서로는 만나지 않으면 살지 못할 정도였다.
그렇게 봄날은 지나가고 농사철이 되면서 둘은 만나지 못하여 안타까운 시간들만 흘러갔다.
그러던 어느 여름날 여랑은 나라의 부름을 받고 서라벌로 들어가 화랑이 되었다.
그때 화랑들은 전국을 누비면서 산 좋고 물 맑은 곳을 찾아 심신을 단련하곤 했다.
어언 3년이 흐른 후 나비는 이곳 저곳에서 혼처가 생겨나는데 여랑을 만날길은 없었다.
나비는 날마다 그리운 여랑 때문에 식음을 전폐하고 사랑의 병을 앓기 시작했는데
부모님은 이런사정도 모른체 사주단자를 보내게 되자, 나비는 치마끈에 목을 매고 말았다.
한편 여랑은 화랑 교육의 기초를 마치고 심신단련의 수련기에 들어가게 되어
은편마을 앞산인 연화산 너머인 지금의 두동면 천전리 석각이 있는 곳에 머물게 되었는데,
화랑들은 여가 시간을 이용하여 그 곳에 있는 암벽에 그림도 그리고 글씨도 쓰곤했다.
여랑은 3년동안 한번도 잊을 수 없었던 나비가 산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는 사실에
그립고 보고 싶은 마음을 견딜 수 없어 동료들이 잠든 사이 나비를 찾아 산을 넘었다.
비호같이 달려 나비네집 사립문 앞에 당도하니 소나무 장작불이 한마당 가득했다.
사연인즉 나비가 오늘 낮에 한마디 유언도 없이 세상을 하직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이 소리를 들은 여랑은 까무라쳐 3일 밤낮을 헤메다가 깨어났으며,
그 후 여랑은 나비를 사랑하는 마음 때문에 실성하여 화랑 생활을 그만두고
나비의 무덤 옆에 움막을 짓고 살면서 노래를 불렀는데
이 노래가 여나산곡(餘那山曲)이고 신라 향가의 시초라고도 전해 온다.
그래서 산 이름도 여랑(餘郞)의 여(餘)자와 나비(那飛)의 나(那)자를 따서
여나산(餘那山)이라고 부르다가 뒷날 연화산(蓮花山)이라 고쳐 불러졌다고 전해진다.
그림같은 다락논
여랑과 나비의 애닲은 사연이 깃든 은편리 다락논을 뒤로하고
화랑이 묵었던 고개넘어 천전리 석각(국보 제147호)을 다시 한번 보러간다.
신라화랑 여랑이 머물렀다는 천전리 계곡.
계곡 건너편 천전리 석각이 있는 곳
오른쪽의 산이 전살의 연화(여나)산이고 산을 넘으면 은편리이다
울주 천전리 석각(국보 제 147호)
석각 설명문에 따르면 너비는 약 9.5m, 높이는 약 2.7m정도 되는 암각화로
날카로운 금속도구를 이용하여 그어 새긴 가는선 그림은 바위 아랫부분에 집중되어 있으며
사람의 옷차림, 말을 끌거나 타고있는 행렬, 돛을 단 배, 용 그림 등을 볼때 신라시대에 그린것으로 추정된다.
명문 각석은 법흥왕(法興王)의 동생 사부지갈문왕(徙夫知葛文王)이 을사년(서기 525년)에
천전리 계곡을 다녀갔다는 내용의 원영(原銘)과 기미년(서기 535년)에 사부지갈문왕의 부인
지몰시혜(只沒尸兮)가 어린 아들과 함께 찾았다는 추명(追銘)으로 되어있다.
천전리 석각은 반구대 암각화와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되어있다.
석각 왼쪽 부분
석각 오른쪽 부분
석각 전면 파노라마
석각 맞은편 공룡발자국이 있는 곳으로 신라 화랑들이 수련했을 장소
공룡발자국(1)
공룡발자국(2)
지난 2022년 9월 태풍 힌난노 당시 폭우의 물길이 휩쓸고 간 흔적
*이 흔적 높이와 석각상단 높이가 같으며
이로 인해 바위 각석은 피해가 없으나 주위의 안전목책은 많은 피헤를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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