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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천 조각환의 나들이 흔적
뿌리와 예의범절/梅溪 曺偉 先生

매계 조위선생의 발자취를 찾아서~(16)영암 동헌과 월출산에서

by 안천 조각환 2019. 10. 11.

해발 809m의 월출산은 전남 영암에 위치하고 있는 국립공원이다.

넓은 평지에 우뚝솟아 천태만상의 기암괴석들을 즐비하게 품은 신령스러운 영산이다

백제·신라 때에는 월나산(月奈山), 고려시대에는 월생산(月生山),

조선시대부터 월출산(月出山)이라 불렸다.


주봉은 천황봉이며, 장군봉·사자봉·구정봉·향로봉 등이 연봉을 이루고 있다



가을의 월출산


영암의 새로 지은 동헌에서(靈岩新軒)


                     매계 조위(梅溪 曺偉)


도섭어탐문기년(道涉於耽問幾年) 강진 땅을 지나간 지 몇 년이나 되었나?

읍거생취점의연(邑居生聚漸依然) 읍에 거처하는 백성들은 조금도 변함없구나.

누대은은휘단방(樓臺隱隱輝丹牓) 누대에는 은은히 붉은 편액이 빛나고

호수징징말백연(湖水澄澄抹白煙) 호수는 물이 맑아 물안개가 피어오른다.

안규추풍귀요외(鴈呌秋風歸徼外) 기러기는 가을바람에 울며 바다 밖으로 날아가고

아번도일낙촌전(鴉飜斜日落村前) 까마귀는 저녁놀에 날며 마을 앞으로 모여든다.

황화도처무한흥(皇華到處無限興) 사신이 이르는 곳마다 끝없는 흥이 돋아

지파청시작승연(只把淸詩作勝緣) 다만 맑은 시로 좋은 인연을 맺고자 한다.


방산고첩의능증(傍山孤堞倚崚嶒) 산 옆 성가퀴는 험준한 기슭에 있고

형승웅기견미증(形勝雄奇見未曾) 웅장한 형승을 일찍이 보지를 못했다.

청해진중회맹장(淸海鎭中懷猛將) 청해진에서 맹장을 회고하고

백련사이주고승(白蓮社裏住高僧) 백련사엔 고승이 주석하고 있다.

창운멱지송남합(蒼雲羃地松楠合) 푸른 구름이 땅에 그림자 드리워 소나무와 하나가 되고

수진연촌파아등(綉畛連村(+)(+)) 꽃핀 둑길은 마을까지 이어지고 벼들은 일렁인다.

구십포변서원조(九十浦邊舒遠眺) 구십포 해변에서 멀리 조망하며

욕심왕사각무빙(欲尋往事却無憑) 옛일을 찾고자 하나 물어볼 곳이 없구나.


*구십포(九十浦) : 강진의 다산초당에서 내려다보이는 포구(구강포)


조위선생은 1495(연산군1) 723일 전라감사로 임명되고

8월에 부임하였으며, 재임중 각 지방에서 많은 시를 남겼다

그런데 그해 10월에 모친상을 당하고 12월에 장례를 치른것으로 보아

아마도 그 이듬해인 1496년 늦가을에 관내 순례를 하는 도중

새로지은 영암 동헌과 월출산을 지나면서 이 시들을 읊고 남긴 것 같다.



영암의 현판에 걸려있는 시에 차운하다(靈岩次板上韻)


                                        매계 조위(梅溪 曺偉)


암암향수적점다(黯黯鄕愁積漸多) 슬프게도 향수는 점점 쌓여만 가는데

영암막재해천애(靈岩邈在海天涯) 영암 땅은 멀고먼 바닷가에 있다.

청산근요동서곽(靑山近繞東西郭) 청산은 가까이 동서의 성곽을 에워싸고

녹죽심장팔구가(綠竹深藏八九家) 녹색 대숲 깊숙이 여덟아홉 채의 인가

반야장심문화각(半夜壯心聞畵角) 한 밤중 씩씩한 마음으로 호각소리를 듣고

일헌청요대상화(一軒淸料對霜花) 온 종일 마루에서 서리꽃을 보며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원유조료상봉지(遠遊粗了桑蓬志) 멀리서 온 유람객은 어렸을 때의 포부를 대강 이루었으니

차막도중부세화(遮莫途中負歲華) 각설하고 도중에서 세상 구경하며 세월을 보낸다.


월출산 천왕봉(해발 809m)


월출산 천왕봉 소사지(月出山小祀址)



점필제 선생이 지은 월출산을 지나며시에 차운하다

(次畢齋先生過月出山韻)


                                    매계 조위(梅溪 曺偉)


분주연연고미황(奔走年年苦未遑) 분주한 세월 괴롭게도 겨를이 없다가

호남천리관풍관(湖南千里觀風光) 호남 땅 천리의 풍광을 구경한다.

마공검극봉만수(磨空劍戟峰巒秀) 하늘을 찌를 듯 칼날 같이 빼어난 봉우리

만학연하수묵창(滿壑烟霞水墨蒼) 골짜기마다 수묵같이 짙은 안개

위언필두난사묘(韋偃筆頭難寫妙) 위언의 붓 끝으로도 묘사하기 어렵고

반랑려배불지망(潘閬驢背不知忙) 반랑의 나귀 등에서도 바쁜 줄 모르겠다.

걸래여답봉영경(朅來如踏蓬瀛境) 발걸음이 봉래 영주산을 찾은 듯

신세도망낙이향(身世都忘落異鄕) 내 자신이 타향살이 인줄 모두 잊었다.


*위언(韋偃) : 당나라 때의 화가로 산수, 인물, 대나무를 잘 그렸다고 함

*반랑(潘閬) : 송나라 때 문인으로 나귀를 거꾸로 타고 산천을 유람함.


월출산 정상에서 보는 영암읍내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