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년(연산군 6년) 매계공의 나이 47세이다.
여름 날씨가 가문데도 천둥벼락이 궐문밖의 사람에게 치자,
원통하게 옥살이를 하는 사람을 풀어주라고 명령하고,
귀양 간 신하들을 이배하라는 명령이 있었다.
5월, 순천부로 이배되어 서문 밖에서 우거(寓居)하였다.
이때 한훤당(寒喧堂)공도 희천에서 이곳으로 이배되어서 서로 도의(道義)를 강론했다.
매계 조위선생은 1498년 9월 20일 무오사화의 불씨가 된 조의제문에 연루되어
평안도 의주로 유배를 갔다가 2년이 체 안된 1500년 5월 다시
2천여리(800여km)나 떨어진 전라도 순천으로 유배지를 옮기게 된다.
이때 유배를 오기 이전 부터 잘 알고 지냈던 황해도 관찰사 송질(가중)의
작별시에 대하는 답시와 그동안 유배지에서나마 정이 들었던 사람들과
멀리서 찾아온 지인들에게도 한수의 시를 남긴다.
호남으로 떠나며 함꼐 온 여러 사람에게 보여주다
(將向湖南, 示同來諸子)
매계 조위(梅溪 曺偉,1454~1503)
먼 유람을 하필이면 서남행을 택했는가? 遠遊何必擇西南(원유하필택서남)
꼭 원숭이들의 조삼모사 같구나. 正似群狙賦四三(정사군저부사삼)
마자수의 풍진은 점점 멀리보이고 馬訾風塵看漸遠(마자풍진간점원)
섬진의 연월은 서로 함께 하기를 꿈꾸었지. 蟾津烟月夢相參(섬진연월몽상삼)
*마자수 : 압록강의 다른 이름
*섬진(蟾津) : 섬진강의 서쪽에 있는 유배지인 전라도 순천을 가리킨다.
고창 동림지의 노을
관산은 아득한데 사람만 부질없이 늙어가니 關山杳杳人空老(관산묘묘인공노)
세상일 덧없음을 나 스스로 감내하기 어렵다. 世事悠悠我不堪(세사유유아불감)
구공이 행역에 뜻을 둔 것을 본받고자 欲擬歐公志于役(욕의구공지우역)
약간의 술기운을 빌어 애써 한 곡조 부른다. 勞歌一曲倚微酣(노가일곡의미감)
*구양수(歐陽修, 1007~1072) : 중국 송나라 때의 정치가,
시.문 양 방면에 걸쳐 송대 문학의 기초를 확립,
가창오리 군무
송가중의 작별시에 차운하다 -次宋(可中)留別韻-
매계 조위(梅溪 曺偉,1454~1503)
만사는 아이 생각처럼 불만이고 萬事嬰懷不滿評(만사영회불만평)
일신은 남북으로 부평초처럼 떠도네. 一身南北類浮萍(일신남북유부평)
편운고학은 원래 한 곳에 머물지 않는 것 片雲孤鶴元無住(편운고학원무주)
청산녹수만 저절로 가로 놓여있네. 綠水靑山自在橫(녹수청산자재횡)
다만 일편단심으로 밝은 태양을 밝히고 只把丹心明皎日(지파단심명교일)
황이시켜 여러 형들의 안부를 묻고자하네. 欲憑黃耳問諸兄(욕빙황이문제형)
내일 헤어진 후에는 개하 만큼이나 멀어지려니 明朝別後開河隔(명조별후개하격)
남으로 기러기 내려올 때 한마디 소식 전해주오. 南鴈來時一寄聲(남안래시일기성)
*황이(黃耳) : 중국 위진 때 옥기가 홀로 낙양에서 벼슬할 때
황이라는 개를 길렀는데 개가 총명하여 고향에 편지를 전해주었다는 고사
*송질(宋軼,1454~1520)은 조선전기 문신으로 자는 가중(可中), 시호는 숙정이며
사헌부지평, 동부승지, 황해도관찰사, 이조참판, 지의금부사, 형조판서, 예조판서, 우의정,
영의정을 지냈으며 중종반정 때 정국공신 3등에 책록되고, 여원부원군에 봉해졌다.
저녁노을과 가창오리 군무
*이 시의 제목에 나오는 용만(압록강)의 최목사는
시 내용의 여러가지 정황으로 보아 아마도 당시 의주목사 일듯하며
유배살이 도중 잘 도와주었던 고마움을 시에 담아 주었는것 같다.
길가는 도중에 용만의 최목사에게 주다(途中寄龍灣崔牧伯)
매계 조위(梅溪 曺偉,1454~1503)
온화하고 인자한 명성이 사방 천지에 진동하나 愷悌仁聲動四隣(개제인성동사린)
정분은 이 같지 못해 흰머리만 새롭다오. 情親不是白頭新(정친불시백두신)
몇 날밤을 규정에서 담소하며 지냈던가? 笑談幾共葵亭夜(소담기공규정야)
봄날 압록강변을 술잔을 나누며 찾아 다녔지. 盃酒相尋鴨水春(배주상심압수춘)
*규정(葵亭) : 매계가 무오사화에 연루되어 용만으로 귀양갔을 때 지은 작은 정자
남포에선 물고기도 보며 비단잉어도 잡았고 南浦觀魚又錦鯉(남포관어우금리)
동산에선 놀란 노루 쫓느라 종횡무진 했었지. 東山縱獵射驚麕(동산종렵사경균)
변성의 즐거웠던 일은 추억으로 감내할 수 있지만 邊城樂事堪追憶(변성낙사감추억)
사흘 밤 아쉬웠던 정에 곱절이나 슬퍼지누나. 三宿依依倍愴神(삼숙의의배창신)
가창오리가 호수에 놀다가 잠자리로 가기전의 마지막 날개짓
다음의 시는 매계선생이 의주로 유배가기 전 영변에 들렀을때
영변객관에서 송가중의 시에 차운하여 읊은 시일 것으로 보인다
관찰사 송가중의 영변객관 시에 차운하다
-次宋觀察使(可中)寧邊客館韻-
매계 조위(梅溪 曺偉,1454~1503)
사방의 청산은 곧추서거나 경사졌는데 四面靑山直復斜(사면청산직복사)
한 해의 봄 일은 꾀꼬리 울고 꽃피는 일에 달려있네. 一年春事屬鸎花(일년춘사앵조화)
군문에 병장기를 내건 곳은 거칠고 강한 군대요. 轅門弓劒葛强伍(원문궁검갈강오)
화려한 창문에 악기소리 나는 곳은 기생집이라네. 綉戶絲簧蘇少家(수호사황소소가)
오직 술을 대할 때에만 부지런히 촛불 밝히고 對酒惟須勤秉燭(대주유수근병촉)
시를 지을 때에는 농사가 필요 없다네. 題詩不必要籠紗(제시불필요농사)
팥배나무 그늘에 숨어있는 서작은 응당 여가가 없으리니 棠陰雀鼠應無暇(당음작서응무가)
잠시 봄바람 속에 경치를 감상한다네. 暫倚東風賞物華(잠의동풍상물화)
이 가창오리들은 주로 군산 하구언이나 고창 동림지를 오가는 겨울 철새로
11월경에 내려와서 2월경에 다시 북쪽으로 날아가는데 대략 20~30만마리로 추정하고 있으며
이른 아침에 강이나 호수에 날아와 먹이 사냥하면서 노닐다가
해가 지고 노을이 되면 논이 있는 평야지대로 날아가 밤을 지새운다
고창 동림지
겨울철 황금노을이 질때, 가창오리의 아름다운 비행에 탄성을 자아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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